[혜화에서 산 책]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

관리자
발행일 2022.12.02. 조회수 14339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우리들이야기(5)혜화에서 산 책]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


- <규칙없음>, 그리고 <고장 난 회사들>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90년대생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등장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했던 직장 선택의 기준이나 직장 문화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기화는 이러한 변화에 더욱더 거센 바람을 불러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점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좋은 회사, 더욱 상식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 <규칙없음>과 <고장 난 회사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규칙없음>, 넷플릭스 성공의 비법

주위에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넷플릭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최근에 수많은 OTT1)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회사이자, 선구자 역할을 한 회사는 여전히 넷플릭스일 것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원래부터 이런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우편으로 DVD대여 사업을 하던 작은 회사였죠. 그랬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을까요?


넷플릭스의 창업주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자신들만의 규칙과 조직문화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검색창에 ‘넷플릭스 컬처데크’를 검색하면 넷플릭스가 공개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규칙없음>은 이 내용을 조금 더 깊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규칙없음>이라는 제목처럼 넷플릭스는 회사 내에 있는 많은 규칙을 없앴습니다. 직원들에게 무제한 휴가와 중요한 사업의 결정권을 주었고, 사업비 지출도 알아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거의 모든 회사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자율성을 주었습니다. 대신 그만큼 높은 책임감도 함께 주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장 뛰어난 사람만이 살아남는 인사시스템, 누구에게나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실패를 통해서 배우게 했고, 가장 넷플릭스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방식은 상당히 잔인하기도 합니다. 최고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직원, 혹은 넷플릭스가 추구하
는 방향에 맞지 않는 직원은 언제든 두둑한 퇴직금과 함께 내보내기 때문이죠. 오직 최고만이 살아남는 방식, 책에서는 넷플릭스를 프로스포츠팀 같다고 합니다. 최고가 아닌 사람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최고의 선수가 대체하죠. 이처럼 넷플릭스는 잔인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이렇게 돌아갈 수는 없겠죠.


<고장 난 회사들>, 당신의 회사에 상식을 담다

이제 <고장 난 회사들>로 넘어오겠습니다. 이 책은 문제가 있는 여러 회사에서 상식을 바로 잡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2) 먼저, 책에 나온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한 호텔에 리모컨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에는 조명, TV, 커튼 등등 방에 있는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들어있죠. 하지만 정작 방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이 리모컨의 방대한 기능을 알 수 없어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게 됐을까요? 답은 회사 내에 있는 여러 부서의 갈등에 있었습니다. 각 부서의 의견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서 결국 모든 부서의 요구가 담긴 리모컨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 일어날까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당당하게 ‘네’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수많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납니다. 사내정치 같은 건 드라마에만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능력보다 인맥으로 인사를 결정하기도 하고, 실력보다 직급의 힘으로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년 간 반복된 수많은 참사에서도 우리는 상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떤 회사나 조직에서 상식이 무너진다는 것은 이처럼 위험한 일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수많은 당연한 것들을 경계합니다. 회사에서 만들어놓은 매뉴얼, 새로운 기술, 자동화된 시스템까지 우리가 당연히 지켜야 했고, 당연히 신뢰했던 것들을 상식의 기준에서 다시 보기를 제안합니다. 그동안 무심코 했던 일들이 우리 회사, 우리 조직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솔직한 소통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각자 조직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하죠. 하지만 이 두 권의 책에서 찾아낸 한가지 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고, 건강한 소통이죠. 직장생활을 하면서 혹은 어떤 조직에 있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규칙없음>에는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그러면서도 솔직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마냥 감추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뒤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손을 들고 힘차게 외치세요. 그것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1)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2) 책의 원제 'The Ministry of Common Sense'에서 보는 것처럼 상식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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