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플랫폼 경제 시대와 불평등

관리자
발행일 2021.12.06. 조회수 7731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11,12월호] [시사포커스(1)]

플랫폼 경제 시대와 불평등


조연성 경실련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덕성여대 교수)


 

4차산업혁명, 암호화폐, 메타버스 등 최근 우리를 둘러싼 급변하는 환경을 대변하는 용어들이 있다. 모두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인류의 등장 이래로 기술 진보라는 것은 항상 있었던 일이기에 새삼스러운 것 없으나, 최근처럼 빠르게 가속도가 붙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술이 기술을 낳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본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기술의 진화는 상업적 부의 축적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했다. 앞서 언급한 기술 중심 변화도 이에 따른 효과를 여러모로 검토할 수 있지만, 경제문제로 귀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기반 경제의 현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플랫폼 기반 경제란 특정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거래를 중개하는 완성된 체계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플랫폼 경제 특성상 독과점을 지향하는 성격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배달대행 플랫폼의 경우 다수 기업의 경쟁보다 소수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최근 상황을 관찰하면 실제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독과점 상태에 이른 기업이 지배력을 기반으로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최근 카카오 택시 서비스의 요금 인상 사건이 하나의 사례일 수 있다.

독과점 지향 속성을 넘어 해결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문제는 플랫폼 운영 주체가 주체성보다 종속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종속 현상의 심화는 플랫폼 운용의 실질적 주체이자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타당한 수준의 잉여가 돌아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상당수의 이윤은 플랫폼 기업에 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앞선 언급처럼 독과점이 심화할수록 이러한 현상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문제가 있다. 과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예측처럼 첨단기술로 무장한 소수 기업집단이 전체 경제를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며, 힘을 가진 집단은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사건처럼 플랫폼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 심화하는 경쟁에 쉽게 저항하기란 어렵다. 비근한 예로 청년세대가 관심을 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이윤의 상당 부분은 플랫폼에 귀속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돈 버는 것은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플랫폼 기반 경제 활성화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다만 이를 기반으로 창출되는 효용이 고르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 구조의 문제는 늘 대기업 집단 중심의 성장 체계를 형성해서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경쟁력에 노력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는 기업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보다 단기적 이윤과 시장 지배력 확대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모두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제에 위험한 신호이다. 소수 기득권 중심의 경제 활성화가 사회 전체의 균형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 또한 플랫폼 경제 확산 시점에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대선 정국에서도 그렇고 현 정부의 경제 기조에서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읽기 어렵다는 데 있다. 외견상 드러난 사건이나 문제에 단기적 조치 또는 선언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으나, 구조적 측면에서 제도와 관리 방안을 정책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없다. 이런 분위기라면 플랫폼 기반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불평등과 종속 현상 또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대선 후보나 정부 당국은 플랫폼 경제의 종속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연구와 제도 구상에 돌입해야 한다. 거대 자본으로 기울어진 종속 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만 말할 것이 아니라, 평등한 구조가 무엇인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경제적 효용은 없어 보인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ESG 경제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술이 급변할수록 경제적 역동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 경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성장할 것이며, 지배적 지위를 가지려는 속성으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경제 구조를 형성하고 강제하는 것은 결코 경제 활성화에 불합리한 요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도리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플랫폼 경제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으며,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 수립과 실천을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경제 운영 효과성 제고와 불평등 사안과 관련한 강력한 제동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규제라고 하면 흔히 경제 위축을 생각하지만, 플랫폼 경제처럼 독과점을 지향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 반대로 접근해야 한다.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후 시장에 행해질 폐해가 더 클 수 있기에 그렇다.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하여 시장의 독과점 지위 확보와 연계해 검토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이를 불허하는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운영기업에 과도하게 이익이 돌아가는 운영 방식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운영 수익의 증가가 소비자와 플랫폼 노동자에게 갈 방안을 제도화하고 이를 시행하며, 관리 감독하는 전담 조직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독과점적 위치에 올라서면 이를 강제 분할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우수한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체적으로 경쟁과 균형 그리고 소비자 중심의 시민사회가 플랫폼 기업을 지속해서 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안정화해야 한다. 거대 자본의 탐욕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지향 속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준비를 지금 시작하는 것도 늦은 감이 있다.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뒤에 가서 어쩔 수 없이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 코로나 환경으로 시민사회가 플랫폼 경제의 효용과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지금이 정책과 제도 수립을 고민해야 하는 적기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불평등을 기반으로 왜곡된 경제 구조를 키운 정치권과 거대 자본 그리고 사회적 기득권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할 생각을 버리고 순종해야 한다. 건강한 경제 구조 형성이 그들의 안정감을 깨야 하는 상황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른길이며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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