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를 보셨나요?

관리자
발행일 2011.07.12. 조회수 945
스토리

<트루맛쇼>를 보셨나요?



남은경
사회정책팀 부장



요즘 <트루맛 쇼>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제라고 한다. 평소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저예산 독립영화가 그렇듯이 상영관이 많지 않고 상영시간대도 조조 아니면 심야시간이라 시간은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대학로에 있던 독립영화 전용관도 이달부터 휴관에 들어가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어 아쉬운 맘이 더하다.

이 영화는 전직 방송국 PD 출신 감독이 TV 맛집 소개프로그램의 이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맛집 선정과정에서 제작자와 업소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맛집 소개프로그램의 거짓됨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가 상영되자 공중파 방송들은 '방송중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며 방영을 제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용의 공익성이 인정되어 소송은 기각됐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침방송에서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TV 맛집 소개를 그대로 믿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이렇듯 최근 우리 사회에는 보이는 것과 다른 이면을 갖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럴듯한 겉모습과는 달리 거짓되거나 추악한 면이 뒤에 숨어있다면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이 더 할 것이다. 영화 <트루맛쇼>처럼… 개인이나 조직, 또는 어떤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기도 한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매우 혼란스럽다. 경실련의 <상비약 약국 외 판매운동>은 이와 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의약품 슈퍼판매의 진실_종편 먹여살리기와 의료민영화의 첫 삽>이라는 광고가 게재됐다. 종편 먹여 살리기와 의료민영화 전도사 OOO(아마 청와대의 그 분을 지칭하는 듯)의 독백형식으로 꾸며진 광고는 "그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는데 의약품 슈퍼판매로 대기업 유통자본의 배는 부르고, 의약품 광고시장의 확대로 조·중·동·매·연 종편업체들이 공중파와 함께 꿈을 이루어 가는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판타스틱 한 내용이다. 광고주는 다름 아닌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다.
 
모 일간지에 게재된 <의약품 슈퍼판매의 진실 : 종편 먹여살리기와 의료민영화의 첫 삽>이란 제목의 광고

광고의 내용은 의약품 슈퍼판매는 겉으로는 국민 불편 해소를 내세우지만 그 진실은 종편을 먹여살리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으니 국민들은 속지 말라는 것이다. 현 정권은 보수언론에게 방송진출을 허용했고,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의료민영화를 주요하게 추진하고 있으니, 이 또한 그런 배경과 내막으로 진행된다는 주장이 일면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다. 한 달 사이 보여준 정부의 갈 ‘之’자 행보도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6월 초 정부는 의약품 슈퍼판매 추진을 포기했다. 연초 대통령이 발언하고 기재부가 5월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하는 등 대내외 분위기는 그 추진이 임박한 듯했다. 그러나 약속 시한을 넘겨 발표된 내용은 도로 제자리였다. 약사들의 반대가 주된 이유였다.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에 대해 약사회의 반발에 정부가 밀렸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시민단체와 의사회도 장관퇴진을 걸며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이 후 청와대가 진노했다는 보도와 함께, 복지부는 일주일 만에 말을 바꿔 다시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엔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했고, 다음 주엔 일반약의 약국외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 추진을 신속하게 표결로 결정했다. 의약품 슈퍼판매 정책은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상비약 약국 외 판매운동은 급조된 정책이 아니다. 그 필요성은 그동안 정부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99년 정부에서는 의약분업과 함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 계획을 가진바 있고, 2002년 1월과 12월에도 국무총리실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사항으로, 2006년에는 산업자원부의 필요성 검토 또한 거친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부 측의 준비부족과 직역당사자들의 반발로 결국은 번번이 시행되지 못했다.

상비약 수준의 약을 이미 국민들이 선택해서 구매하는 현실, 외국의 무수한 사례들과 실효성 없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실태, 독점판매를 통한 약가격 거품 등이 드러난 상황에서 더 이상 안전성이나 오남용 논리는 약국 외 판매정책의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종편먹여살리기와 의료민영화' 논리가 상비약 약국외 판매운동의 새로운 반대 논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일반약의 TV광고는 이미 허용된 상태다. 간 때문이라고 외치는 차두리도, 잇몸이 튼튼해야 한다는 강호동도 모두 약 광고 모델이다. 이처럼 일반화된 약 광고시장에서 일부 약이 약국 밖에서 판매된다고 종편을 먹여 살릴 만큼 광고가 획기적으로 늘지도 의문이지만, 이미 별도의 복약지도 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구매하던 약품의 판매처를 확대하는 것이 도대체 의료민영화와는 무슨 상관인가? 지나친 확대해석과 논리의 비약이다.

게다가 국민을 향해 정치적 숨은 의도가 있다는 광고 내용 말미에 경실련이 등장한다. 올 해 상비약 약국외 판매운동에 혜성처럼(?) 등장한 뉴라이트와 의사회도 함께… 그런데 상비약 약국 외 판매가 '그의 삽질'이며 경실련이 마치 들러리를 선 것처럼 표현한 것은 내용뿐만 아니라 전후 과정도 맞지 않는 억지주장이다.

경실련은 2007년 초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여 자가진료 확대를 목표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종편을 허용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토론회를 비롯한 여론 형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으며, 의견서 및 정책제안서 전달과 최근의 각종 실태조사발표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실련의 운동과정을 모를 리 없는 일부 약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하여 정치적 주장으로 꿰맞추려는 것은 운동의 정당성 뿐 만 아니라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 자신들의 상황을 타개하려는 비겁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대형유통자본과 손을 잡았다는 등의 유치한 비방에 대해서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번 광고는 인내할 수준을 넘어섰다. 내부적으로 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우선 엄중하게 경고하는 내용의 입장을 전달하고 추후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는 매우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믿지 못하고 그 뒤엔 또 다른 무엇이 있는지 정신을 차리고 봐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거짓된 내용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기재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것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것이다. <의약품 슈퍼판매 진실> 광고의 다른 진실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본다.

※ 경실련, 상비약 약국외 판매 운동 활동 일지
2007-02-21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안에 대한 의견서 전달
2007-06-01 복지부 ‘의약외품범위지정고시 개정’에 대한 성명 발표
2007-06-25 일반의약품의 약국外 판매 공론의 장 모색 토론회
2007-07-05 (가)가정상비약 바로 알고쓰기 공동캠페인 제안
2008-02-21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정책제안서 인수위에 전달
2008-09-24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비타민 등 약국외 품목 제안
2008-09-29 보건복지가족부에 의약품분류 조정신청서 제출
2009-11-12 OTC지정과 소비자 중심의 의약품 정책 촉구 성명 발표
2009-12-16 일부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실시촉구 성명 발표
2010-07-06 일반약 약국외 판매 요구 외면한 심야응급약국 성명 발표  
2010-09-15 보건복지부에 ‘심야응급약국’ 관련 공개질의서 발송
2010-10-20 '심야응급약국'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10-11-19 ‘의약품 분류기준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2010-12-27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약의 약국외판매 도입 촉구 성명 발표
2011-01-26 ‘일반약 약국외 판매’ 정책 촉구 청원서 제출
2011-03-23 상비약 약국外 판매를 위한 경실련 전국운동 선포 기자회견
2011-04-06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국회의원 공개질의서 발송
2011-04-18 전국경실련, 심야약국 및 당번약국 실태조사
2011-04-28 상비약 약국외 판매, 정부의 근본대책을 촉구 성명 발표
2011-05-11 다소비의약품 현황 및 가격실태 조사분석 결과 발표
2011-05-25 상비약 약국 외 판매 국민청원을 위한 캠페인
2011-06-03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방안 복지부 발표에 대한 입장 발표
2011-06-16  44개 의약외품 지정, 국민불편 해소엔 턱없이 부족 성명 발표
2011-06-30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추진과 최근 논란에 대한 경실련 입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