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도시를 고향으로 만들자 -최봉문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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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5.31. 조회수 593
칼럼

<도시칼럼>


 


    도시를 고향으로 만들자.


                                                      


                                                             최봉문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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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하면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시골이다. 동요에서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표현되고 있듯이, 고향의 배경에는 꽃이 피고 작은 오솔길이 있으며, 동구 밖의 정자와 집집마다의 너른 마당, 작은 오두막도 그려진다. 배경이 되는 장면에 차이가 있더라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던 집은 낡았고 도로는 좁고 차는 덜컹거려도 그 곳에는 사람이 있고 그리움이 있으며 추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소년기와 청년기의 대다수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다. 근대화의 상징인 넓은 도로와 현대식 삶과 부유함을 대변하는 고층의 아파트가 이들에게는 유일한 삶의 기억이고 나중에는 고향이라는 이름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이들에게 연상되는 고향의 장면들은 무엇이 될까 생각해본다. 삭막한 아파트 벽면과 주차된 차들을 피해 위험스럽게 걸어 다니던 학교길,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단절된 공동체, 집에서는 하루 종일 TV와 전자게임에 몰두했던 기억들만이 추억이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이런 기억의 장소들마저 도시에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각종 개발사업이나 정비사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예전의 삶을 추억할 수 있는 어떠한 자취들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롭고 낯선 공간이 만들어지고, 나의 이웃들은 모두 거기서 밀려나 흩어져 버린 경우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도시의 추억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마다 바람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새삼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가자고 주장하는 것에 모두가 찬성하는 방향을 찾기는 쉽지 않다. 훗날 도시를 기억할 사람들에게 도시가 그나마 기억할만하고 추억이라 여길만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는 도시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을 찾는 것은 지금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뿐 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오늘날의 도시를 추억으로 떠올릴 미래의 우리와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강남 고층아파트.jpg아파트개발사진.JPG사본 -사라지는 마을.jpg
 


 


 첫째, 도시에 남아 있는 오랜 기억들의 흔적을 남기도록 하자. 항상 새롭고 변화된 공간을 만들려고만 하지 말고, 도시의 흔적을 남기고 이를 지켜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적 공간이나 문화재라는 큰 의미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기억들을 담은 작은 건물이나 공간의 가치도 높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요즈음 전국의 어디를 가도 동일한 모습의 도시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지형에 따라 특별하게 만들어지는 도시와 동네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도시 안에 마을과 이웃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화의 의미가 개인주의와 익명성의 강화라고 하는 공식을 깨고, 도시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적인 이웃을 만들어 내고 함께하는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고향의 따뜻한 기억과 이웃의 모습이 함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도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가는 공간을 값이 오르면 팔고 떠나갈 임시 거처로 생각해선 안된다. 자기의 삶의 공간을 재산가치와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지 말고 자신과 가족들이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기가 사는 주변을 나를 포함한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터로 인정하면서, 스스로 가꿔나갈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주의식의 강화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겠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 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에게 도시는 새로운 대상이나 꿈의 대상만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터전이자 조금 지나면 기억의 대상이며 추억의 공간이 될 곳이다. 지금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시는 고향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 남겨질 도시의 추억이 삭막하고 공포스러운 기억이 되지 않도록 도시공간을 풍요롭고 다양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도시를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으로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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