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이야기] 사회적기업은 다른 기업이다

관리자
발행일 2013.10.03. 조회수 617
칼럼



사회적기업은 다른 기업이다

 

 이인경 (사)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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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화아람일터에서는 친환경 세제류를 판매한다.

 

“사회복지사로 20년을 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어요. 제가 돌보던 장애인 친구가 사회적기업의 근로자로 일하면서 어느날 한 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나서 이렇게 물어요. 원장님, 월급은 어떻게 나와요? 그 말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갖는 건강한 노동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기에 무척 기쁘고 감동이었습니다. 만약 사회적기업을 하지 않았다면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살았으리라는 깨달음이 있었죠.” 소화아람일터 대표의 말이다. 


사회적기업 ‘영화제작소 눈’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 해 수백명의 영화 일꾼이 대학을 졸업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창작자로서 일과 생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사회적기업의 시작은 창작자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정부의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받는 동안 자립을 대비한 준비기간으로 정하고 사업전략,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창작에 전념하면서 생계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거리를 매개로 창작자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창작자들에게는 정규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계 때문에 창작을 포기하게 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큰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기업 ‘우리가만드는미래’는 다음과 같은 가치를 우선한다.“아이들에게 무심하게 지나쳤던 돌멩이 하나에도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선생님 한분이 8명을 인솔하고 가르칩니다. 한 팀의 정원을 그렇게 한 것은 배움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것 입니다. 정원을 넘으면 매출은 늘겠지만, 교육은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려고 하는 원칙이죠.”

 

짐작했겠지만,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과 동기가 다른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서 그 문제들을 지속가능하게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기업방식을 선택한 경제조직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안정적 일자리를 마련하고,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안전망이 되고자 한다. 또한, 환경, 사회복지, 인권, 교육,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법을 사업모델로 삼아 기업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내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이 하나 늘면, 다른 하나가 문 닫는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기업에 대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동법 7조에 따라 인증받은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은 현재 913개이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인큐베이팅되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의 수는 1,800개를 상회한다. 한국은 세계에게 유일하게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두고 있는데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는 ▲상법 또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이어야 할 것 ▲유급근로자를 둘 것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할 것 ▲서비스 수혜자 또는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것 ▲영업활동 수익이 총 수입의 30%를 넘을 것 ▲정관 및 규약을 갖출 것 ▲상법상 회사의 경우 회계연도별로 배분 가능한 이윤이 발생했을 때 이윤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적목적을 위해 사용 할 것 등
의 7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인증조건에 따라 법은 사회적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했는데, 먼저 인건비 부분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업에 고용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일자리 지원(당해연도 최저임금의 인증 1년차 기업은 90%, 2년차 70%, 3년차 50%)과 전문인력(인증 3년간 상한 150만원, 3명이내)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영, 노무, 회계 등에 관한 컨설팅, 사업개발비, 기타 기업의 자금조달과 마케팅 지원제도를 두고 있다. 이밖에도 사회적기업이 공공시장을 통해 사업기반을 확장하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구매계획 및 구매실적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사회적기업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라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 사회적기업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되도록 했으며 중소기업으로서 신용보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육성법은 정부가 5년마다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올해는 제 2차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주요 골자는 사회적기업의 양적인 성장으로부터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질적인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향후 5년간 사회적기업 수를 3,0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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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만드는미래’에서는 역사문화기행, 또래기행, 역사문화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지원정책은 사회적 투자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립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는데, 재정지원의 효과가 사회적기업의 자립으로 나타나고 있지 못한다는 문제제기도 있고 심지어 정부 정책에 의존해 자립 의지가 없다는 비판, 심한 경우 사회적기업이 하나 늘수록 시장에서 동종업종의 기업 하나가 문을 닫게 된다는 볼멘소리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주장의 배경이 무엇이든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지적이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경영을 이루는 것은 사회적기업 당사자나 정부 등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대다수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사회적기업이 육성법이 명시한대로 우리 사회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통합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정책적,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영리목적의 기업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책임을 실현하는 것이 어려운 환경에서 사회적기업이 2년간의 일자리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근로자와 함께 영리적인 성공도 가능할 수 있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인큐베이팅’할 시간도 모자라다


더욱이 정부의 지원정책이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부주도적인 지원정책이 가진 한계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은 사회적기업의 수를 늘림으로써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주력하게 되는데 사회적기업의 질적인 성장에 기반을 둬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되기보다는 신규 인증기업의 숫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회적기업 영역에 진입해서는 안 될 기업까지 참여하게 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만들고, 정부의 지원기간 이후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의 조건으로 일정규모의 취약계층을 고용하도록 했던 시책들은 필요인력보다 더 많은 근로자를 채용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게 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목표가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 및 확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가가 담당할 공공서비스를 사회적기업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이므로 지원방식과 내용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취업 취약계층의 경우 취업을 한다고 해서 경쟁력을 갖춘 노동자가 되지 못한다. 중증장애인, 탈북이주민, 해외 이주민, 고령자, 경력단절 여성, 장기실업자, 노숙인 등 다양한 형태의 취약계층은 일정 시간동안 직무훈련이 이뤄져야 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 노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취업 취약계층을 국가가 훈련할 수 있는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기업이 이들을 고용하여 훈련하는데 통상 3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회적일자리 지원을 받는 기간동안은 개별기업이 사실상 교육훈련, 사업전략의 수립,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 판매를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지원기간이 종료된 후 바로 자생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과 같이 어렵다. 


더욱이 우리사회는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뒷받침 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 인내자본이 필요하고, 현재는 취약하나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에 기반 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제도’가 확대되면서 종종 듣게 되는 소리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품목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의 업종이 사회적기업의 60%를 넘어선 상황에서 제조업종의 상품 또한 생활소비재 부문에 한정된 경우가 많고, 구매 규모가 큰 공공기관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생산력을 갖춘 기업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도를 통한 지원방안이 마련되어도 구매자의 수요에 맞는 상품이 생산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어떤 이들은 사회적기업이 고객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생산자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은 어떤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이 사회적기업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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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린서비스청'의 모토는 '행복한 위생관리사의 평생배움터'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 ‘크린서비스청’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부천시내 초·중등 50개교의 청소용역서비스를 하고 있다. 학교별로 1명의 근로자가 파견된다. 회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이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가 지급되며, 4대 보험, 퇴직금이 있다. 반면, 학교용역서비스의 경우 여름과 겨울 2번의 방학기간에는 용역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분, 사회보험, 퇴직금 등은 계산에서 빠지기 일쑤이다. 타지역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학교가 부담하지 않아 매출 총비용의 10%를 회사가 납부
하기도 한다. 


방학기간 동안 회사는 수입이 없더라도 고용된 근로자에 대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일이 없는 기간 회사가 대체근로 등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동일하게 지불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다. 고용인력의 70%가 생계형 근로를 하는 상황에서 파견된 학교가 지불하지 않는 사회보장보험, 퇴직금 등의 비용을 회사가 감당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현실의 차이는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크린서비스청’이 선택한 대안은 방학기간 동안 청소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교육 참가 시간만큼 임금을 보전해주자는 취지도 있지만, 청소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근로자를 ‘위생관리사’라고 부른다. 청소업종 근로자는 값싼 노동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청소 행위를 위생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노동의 질을 스스로 높여갈 정체성을 갖게 하자는 취지이다. 물걸레 대신 마른 걸레를 사용해 더러움을 세척하고, 환경친화적인 세제를 사용하고자 하는 것도 청소가 가진 사회적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실천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학교측과 재계약을 위해 가격협상을 할 때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학교는 가격을 낮추자고 협상안을 제시했고 회사는 거부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일하던 ‘크린서비스청’ 소속 직원이 자기 회사하고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자신도 더는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근로자의 자부심은 학교 계약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크린서비스청’의 경영원칙과 설명을 들은 학교는 흔쾌히 재계약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크린서비스청’은 적자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이른바 ‘대박’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고 그런 우연한 행운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고용하고 있는 취약계층 근로자의 인식이 바뀌고 변화된 행동으로 비롯된 고객인식과 선택이 바뀌는 속도만큼 견디어 줄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것이다. ‘크린서비스청’의 사례는 모든 청소 사회적기업의 사례가 같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 사회적기업이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현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적기업가들은 비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보다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과 마주하게 된다. 젊은 인력을 대거 고용하고, 고령자 수는 줄인다거나, 기계화를 통해 인건비 비중을 줄이라는 충고도 한번쯤은 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혁신은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이듯 사람이 할 일을 기계로 대체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있지 않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목적인 사회적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장애인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것, 그리고 오히려 그들의 고용을 늘리는 것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혁신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고 지금 우리사회는 이런 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은가.

 

제러미 러프킨은 제3의 산업혁명 시대의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의 민주화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가는 수직사회로부터 수평사회로 이전하는데 꼭 필요한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이제 막 뿌려진 씨앗과 같다. 지난 5년여의 과정이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실험한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헌신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을 갖춘 사회적기업가가 필요하고, 기술 및 자본,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사회적기업가가 기업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빚더미에 올라앉아 사회 책임을 도맡아야 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결과론적인 성과보다 성장의 과정을 살피고 뒷받침할 수 있는 인내가 소비자에게도, 정책당국자에게도 사회적기업의 종사자 그들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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