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개정안 관련 논의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3.12.05. 조회수 2534
경제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1월 24일, 계류되어 있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하, 공정거래법)에 대해 심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 중, 일부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하, 계좌추적권)의 재연장 반대 및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으며, 일부 의원과 재계의 제도 폐지 주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는 9일간의 공전을 겪고 오늘(12월 5일)에서야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개최하고, 12월 8일(월)에 전체회의를 소집해 법안 상정과 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한다. 오랜 기간 국회파행 이후, 소집된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소속 의원들이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할 것을 기대하며 계좌추적권의 연장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경실련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기업간 내부거래가 늘고 있으며, 금융거래 정보없이는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결합제무제표를 분석한 발표자료(2003.7.28)에 따르면, 작년 5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191조원으로 총 매출액의 38.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나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공정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기업간 부당내부거래 행위의 87%가 금융기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간 내부거래 비율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부당내부거래의 대부분이 금융기관을 통해서 이뤄지는 등, 부당내부거래의 수법이 더욱 교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좌추적권의 시한연장은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2.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을 폐지하고 금융감독원에 대한 자료요청을 통해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라는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98년에도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금감원의 전신 중 하나인 증권감독원은 금융실명법상 불가능하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한 바 있으며, 최근 민주당 조재환(정무위 소속)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답변자료에서도 “현행법 체계에서 금감원이 계좌를 추적한 결과를 공정위에 제공하는 것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재계가 공정위 계좌추적권의 대안으로 제시한 방안은 비현실적이다.


 


최근 기업 비자금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재계는 경제상황에 미칠 영향을 운운하며 수사를 신속하게 종료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확실한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차라리 검찰고발을 하라는 재계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린다.  


 


3.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통한 자율적인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실련에서는 지난 9월, 6대그룹(삼성,LG,SK,현대,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에 대한 사외이사 현황에 대한 조사․분석결과를 발표하였다.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사외이사제도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75%이상의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추천에 의해 위촉되고 있고, 실제 소수주주, 기관, 채권단 등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율이 아주 극소수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사선임에 있어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고는 하나, 이 또한 의무조항이 아닌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정관상 배제시킴으로써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올초, SK분식회계 사건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SK(주)의 이사회가 30여 차례가 더 열리는 상황에서도 제안된 안건에 대한 처리가 부결된 적이 없으며, 반대의견을 제시한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는 점은 경영활동을 분석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전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우리 기업의 상황은 내부의 자율적인 통제와 견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며, 재계 또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바란다.




우리나라처럼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특정 기업집단의 부정한 경영활동은 해당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날 수 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계좌추적권의 연장”은 기업 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기 위한 현단계의 최소한에 조치임을 명심하고 법개정에 나서줄 것을 바란다.


 


<2003. 12. 5>(문의 : 정책실 김용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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