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에서산책] 그러니까 청춘이다

관리자
발행일 2023.05.31. 조회수 34994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우리들이야기(5)]

그러니까 청춘이다


- <이 편지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그리고 <애주가의 결심>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부장


2010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청춘에게 위로를 건네고 시련에 굴하지 말자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시대가 잘 맞아떨어졌는지 주변에 읽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말은 조롱거리가 되기 시작합니다.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이냐’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위로가 공허하게 들릴 만큼 세상이 청춘들에게 야박하고 냉정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청춘들에게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청춘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견디고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편지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우리에게 도착했습니다

아주아주 옛날부터 어른들은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은 그저 젊으니까 이것저것 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인생을 배우라는 얘기였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무살이 되자마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겠다는 좋은 핑계를 대고 여행을 떠납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언어를 들으면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이방인이 되어 보는 일은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먼저 소개할 책은 낯선 나라로 떠난 세 친구의 적응기를 담은 에세이 <이 편지는 유럽에서 시작되어>입니다. 이 책은 비슷한 시기에 교환학생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 가게 된 세 친구가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자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왠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도 드는데요. 책을 보다보면 덤으로 코로나 시기의 유럽의 풍경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유럽살이 이야기라면 뻔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 책은 유럽에 처음 가서 집을 구하는 정착단계에서 겪는 어려움부터 언어의 장벽 뿐만 아니라, 언어를 통해 느끼는 문화적 차이, 그리고 그들이 본 각 나라와 한국의 여러 가지 차이점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달라지길 바라는 한국의 모습도 담겨 있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한 스푼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생각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국에 돌아온 이 세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 봤습니다. 이 세 사람은 한국에 돌아와서 이전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마도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겁니다. 새로운 세상이 준 경험치를 무럭무럭 먹고 자라나서 겉으로 보이지 않게 더 큰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변화를 주변에도 은은하게 뿌리고 있을 겁니다. (아니 책을 통해 힘차게 퍼트리고 있네요)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악담이 아니라) 이 세 사람은 조만간 또 다른 시련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소개할 이 책을 펼쳐보길 기대해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애주가의 결심>

이번에는 소설인 듯, 현실 같고, 현실 같지만, 소설인 은모든 작가의 소설 <애주가의 결심>을 만나 보겠습니다. 이 책은 푸드트럭을 하다가 실패하고, 1년을 쉬기로 마음먹은 주인공 주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지금 서울에서 2030세대가 가장 많이 가는 동네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성수? 연남? 홍대? 강남? 등등 여러 곳이 생각나겠지만 망원을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요. 이 책은 바로 이곳 망원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주희는 술을 사랑하고 술을 잘 마시는 애주가입니다. 이 책은 애주가인 주희가 망원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시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청춘들의 고민도 가득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희와 함께 사는 사촌언니 우경은 큰 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괴롭힘과 고된 업무에 지쳐서 지금 일하는 곳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우경의 지인인 예정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사람들에게 괴로운 얘기만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져서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합니다. 마냥 즐거워 보이는 주희도 사실은 앞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우경의 술친구 배짱도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현실이 고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걱정들을 다 잊게 해줄 만큼 따뜻합니다. 그들은 서로가 사라지지 않게 찾아주고,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각자의 삶을 응원해줍니다. 흔히 하는 말처럼 같이 술 한잔하면서 다 털어내진 않아도 그 즐거움을 누릴 만큼 행복한 삶을 찾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소설이지만 이들의 앞날이 어두울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불안한 20대, 혹은 30대의 어느 날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 잠시 숨을 고르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책을 덮고 술 한잔을 핑계로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청춘의 이야기가 담긴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마지막으로 처음에 했던 이야기로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아파서 청춘인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돌아보면 아름다웠을지도 모를 그 순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열심히 살지 않아도, 누군가 정해준 모범답안처럼 살지 않아도, 누군가 보기에 조금 부족해 보여도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그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춘입니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