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1997년 10월 14일(화) 오후2시
○ 장소 : 경실련 강당

  대통령선거를 불과 7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설 폭로를 계기로 대선정국은 한치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TV토론을 통한  후보의 자질검증과 정책대결이 진행되고, 돈 안쓰는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협상이 무르익는 등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던 정치권은 또다시 구태의연한 비방과 대결만을 보여 주고 있다. 처음으로 선진적인 선거풍토가 정착되리라 기대하던 국민들의  염원은 또다시 좌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렇듯 대선정국의 혼미가 계속된다면 정치적 파국은 물론 온 국민의 불안과 정치적 냉소주의를 심화시키고 21세기를 위한 선진정치는 요원하게 될 것이다.  선거이후에도 정당이나 후보는 물론 국민들까지도 선거휴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그 부담은 차기정권에까지 이어져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발전에 심대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폭로전과 극한적인 여야대결의  결과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이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하면서 현 시국에 대한 다음의 견해를 밝힌다.

1. 여야는 무차별적인 폭로전을 즉각 중지하고 생산적인 정책선거로 전환해야 한다.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폭로와 비방이 난무하는 가운데 치루어져서는 안된다. 모처럼 가능성을  내비쳤던 정책선거가 튼튼하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거가 국민을 통합시키지도 못하고 불신과 반목만을 가져온다면 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가적 불행이 될 뿐이다.

2. 차제에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총재는 지난 92년 대선자금의 조성내역과 지출내역을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이회창 총재 또한 이번 경선과정에서  사용된 경선자금의 전모를 국민앞에 솔직히 고백하여야 한다. 

  그동안의 선거관행에 비추어 법정선거비용 이상의 선거비용 소요와 이에 따른  비자금의 관리는 이미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비자금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어느 일방의 비자금만을 거론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로서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현재의 혼미한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김영삼대통령은 물론 김대중, 이회창 총재도 의혹을 받고 있는  비자금과 경선자금의 전모를 국민앞에 진실되게 고백함으로써 깨끗한 정치로의 전환의 계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러할 때만이 국민들도 정치권에 대해 신뢰하고 정치발전에 협력할 것이다.

3. 신한국당은 관련 자료의 입수경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신한국당이 폭로한 자료들은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의 도움이 없이는 입수가  불가
능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도 증폭되고 있
다. 입수경위가 현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신한국당은
관련자료의 입수경위를 숨김없이 밝히고, 그 과정에서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집권여당으로서의 자세이다. 아울러 김총재의 비자금에 대한 추가
자료들이 있다면 한꺼번에 제시하여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다.

4. 여야는 돈안쓰는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 노력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이번 비자금사건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일깨워준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
서 여야는 현재의 소모적인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에 박차
를 가해야 한다. 정치자금실명제 도입, 지정기탁금제 폐지, 대규모옥외집회 폐지  등을 통해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고비용선거운동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여야가 현명한 태도로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 정책선거로 전환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하며,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에 뜻에 따른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한다.
                                 1997년 10월 1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녹색교통운동, 녹색연합,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