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 완화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4.03.30. 조회수 2596
경제

  최근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인정을 확대키로 했다. 재계는 이전부터 출자총액제한제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에 이에 대한 완화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가운데, 정부의 이번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결정은 결국 정부가 재계의 의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며, 이는 노무현 정부가 과연 재벌개혁의 의지가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정부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출자와 기업의 생산적 활동인 투자를 여전히 구분하지 못하면서 재벌의 주장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를 완화하게 된 중요한 근거는 재계의 주장처럼 ‘출자총액제한 규정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신규사업 진출 등 기업의 생산적 투자에는 무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계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마치 이 제도로 인해 기업투자가 안된다고 인식하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출자와 투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며 나아가 재벌의 주장에 부화뇌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제도가 기업의 생산적 투자를 저해한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그 어떤 객관적 증거와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설득력이 없다.




  둘째, 출자총액제한제는 지난 98년 2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등을 이유로 폐지되었으나 이때 재벌은 생산적 투자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재벌의 총수 1인 지배체제만을 고착시켜, 이 제도가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에 효과적인 견제수단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이 제도가 1998년 2월 폐지되었을 때 재벌은 구조조정, 신규사업 진출, 위험분산 등을 통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생산적 투자에 나서지 않고, △실질적인 자기자본 증가 없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수단으로 계열사간 출자를 늘리거나 △일부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핵심역량위주의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2001년 4월 재도입,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결과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로 인해 기업투자가 어렵다는 재벌의 주장은 허구이며, 재벌의 불합리한 지배구조개선에 있어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인 견제수단인지를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과도한 예외인정으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없는 상황에서 기업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또 다시 예외를 인정한다면 이는 이 제도의 완전폐지와 다름 없을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1년 재도입된 이후 기업구조조정 및 투자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유상증자, SOC, 기업구조조정, 외국인투자유치, 신규핵심역량강화 등에 대해서는 그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많은 예외인정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규제를 바로 잡기 위해 예외를 축소해야 할 시기에 기업투자활성화를 위해 또다시 예외를 인정한다면 이는 이 제도의 취지를 훼손케 하는 것이며 이 제도의 완전폐지나 다름 없어 향후 재벌개혁은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넷째, 정부의 이번 완화결정은「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유명무실케 하는 조치다.


 


  지난해 정부는 재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에 근거로 출자총액제한제의 실효성 등 재벌정책에 대한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개선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경기침체를 빌미로 이 제도를 완화하는 것은 시장개혁 로드맵에 동의한 재벌이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정부 역시도 무원칙한 운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약 정부가 이같이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며 자의적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면 이는 시장에 또 다시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기업의 생산적 활동과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이 제도를 완화시킨 진념 경제부총리와 이번에 또 다시 완화를 결정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친재벌적 정책은 외환위기 이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따라서 재벌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때 그것은 진념과 이헌재 부총리의 정책실패때문임을 <경실련>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이번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는 재벌개혁을 천명한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 조치이며,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재벌개혁의 원칙을 분명히 하여 지속적인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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