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사람을 위한 도시, 치유를 위한 재생 -서민호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관리자
발행일 2013.11.01. 조회수 1106
칼럼

 <도시칼럼>


 


사람을 위한 도시, 치유를 위한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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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호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 용산재개발의 좌초



 지난 10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회자되던 용산재개발사업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용산역 주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아파트단지 57만㎡ 대지에 31조원을 투입하여 연면적 338만㎡ 규모의 상업‧업무‧주거 등 복합 고층건물을 60여개를 건설하려는 통합개발이 사실상 백지화 됨을 의미한다. 지난 6년여동안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업무복합단지에 대한 기대수요와 부동산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거대 자본의 투자가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가치상승에 대한 회의적 전망과 사업성 악화 우려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어 1조원에 달하는 매몰비용과 사업무산 책임에 대한 이해당사자간 수조원대 소송을 상흔으로 남기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용산재개발사업의 좌초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다가 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와 재개발사업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지난 6년여간 2천2백여가구에 달하는 서부이촌동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어,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부동산 담보로 평균 3.5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사업 무산으로 부동산 담보가치가 하락하여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와 피해가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갖가지 소송에서 드러날 각종 책임논란과 사업전환을 둘러싼 주민들 사이의 이해 대립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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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용산재개발 예정지(좌) 및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우) (자료: 드림허브21, 2013)



 한강을 배경으로 풍광이 뛰어나고 사람 살기 좋다고 소문난 용산(龍山)이 무수한 갈등과 좌절의 씨앗이 되고 커뮤니티 붕괴에 직면한 곳으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도시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서로 소통하는 장소로써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빠른 시간에 큰 자본 이익 실현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간에 축척된 역사‧문화적 흔적이나 커뮤니티는 무가치하다는 왜곡된 시선에 사로잡혀 왔다. 사람이 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돈을 불리고 시설을 채우기 위한 공간으로 도시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재개발 대안으로서의 재생사업 추진과 우려의 목소리



다가오는 12월 5일이면 ‘도시재생및활성화지원에관한특별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과거 도시재개발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과거 도시의 경제‧사회‧문화 중추로 기능했던 거점 지역이 발전의 한계에 직면하여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쇠퇴하는 현상을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숙고를 거쳐 마련된 법이다. 벌써부터 국가와 많은 지자체들은 기존의 도시재개발사업을 ‘도시재생’이라는 기치하래 재편하고 있고, 마을만들기와 전통시장 활성화 등 수년전부터 다각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노력 등을 장소중심적으로 종합‧연계하여 도시경제와 근린 모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갖가지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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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국내 쇠퇴 도시 현황 (국토연구원, 2013) 그림2. 도시재생사업 추진 개념 (국토교통부, 2013)



 그러나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도시재생이 과거 도시재개발의 이면에 내재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생’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된 대부분의 방안은 과거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이나 도시재정비촉진사업 등과 차별화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가 기대하는 대부분의 주요 재생사업은 과거 도시재개발 사업 내용에 포장만 다시 한 대규모 개발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회‧문화적 복지 증진을 위해서 대규모 음악당과 문화센터를 건설한다거나 노후지역의 활력을 촉진하기 위해 대형 쇼핑‧문화복합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방안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시설들의 도입과 유치가 쇠퇴지역에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시재생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순히 공간과 건물의 정비‧개선으로 주변에 산재된 갖가지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고를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이 가져야 할 근본적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물적 공간에 대한 정비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경우, 1968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계 최고 수준의 프뤼트 아이고(Pruitt-Igoe) 주거단지가 건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주자들의 부적응으로 슬럼화되어 결국 폭파되고 만 실패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사람과 배제한 계획‧개발은 실패



 앞서 설명한 용산재개발의 경우 대규모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갖가지 어려움들이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거주민들의 꿈과 희망을 담보로 희생을 강요하였고, 개발과정에서 그들의 진지한 참여가 보장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철도시설에 의해 공간적으로 단절되고 생활과 정주에 불편을 감내해 온 지역 거주민들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무엇이고 미래 용산에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소통하며 합의할 고민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 공간에 정주해온 사람이 배제되고 그들이 원하는 미래상이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 온 것이다.



 우리는 늘 과거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만, 용산재개발은 50~60년전 발생한 미국의 프루트 아이고 상황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저소득층을 가난과 범죄의 위험에서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량 주거지 재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실제 거주해야 할 저소득층의 삶의 궤적과 행태는 몇몇 계획가들의 독단으로 예측‧재단되어 그들의 논리에 맞게 제공되었고, 실제 거주할 흑인과 저소득층의 의견과 실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계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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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프루트 아이고 건설 - 계획과 실제 – 슬럼화 - 철거 과정 (자료: 위키피디아, 2013)



 계획과 건설 당시 각종 건축상을 휩쓸 만큼 우수한 시설과 공간이었으나, 정작 그 공간에서 살 ‘사람’들을 고려치 못한 나머지 초기 입주율은 60%에 그쳤다. 또한 6개월동안 중범죄가 160여건이나 발생하였으며 33개동 중 27개동이 빈 공간으로 전락하였고, 결국 3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남기고 철거되는 운명을 겪었다. 자신들이 살 공간이 너무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계획된 공간에서, 자신들이 배려 받고자 했던 개선된 생활환경이 기대와는 다른 또 다른 강요로 희생될 때, 도시는 다시 버려지고 파괴되어 갔던 것이다.


 


도시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재생의 핵심 가치는 치유 행위 


 


 최근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대표적 목표는 물리‧사회‧경제적 쇠퇴로 사람이 정주하기 불편한 공간을 재정비해서 쇠퇴된 지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며, 기존 도시재개발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살기 좋고 생활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재생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하며, 도시재개발의 주된 목적이었던 물적 공간의 정비‧개발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신도시처럼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서로 소통하고 부대껴 오면서 사회‧문화적으로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민들이 주 수혜층이여야 한다. 재생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물적 공간의 정비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 시설을 이용에 불편함이 없게 개보수하는 것을 우선해야 하며, 부동산이나 자본 가치의 증가보다는 지역만의 독창적인 사회‧문화 활동 편의 지원으로 낡은 공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용산재개발과 프루트 아이고 사례를 되짚어 보면, 도시와 재생의 핵심 가치로 ‘사람’과 ‘치유’를 먼저 고려해야 함이 명확하다. 일부에 의해 주도된 계획과 건설이라는 행위만 있고, 그 공간에 정주하고 생활할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그간 소외되고 희생되어 온 지역사회의 정신적‧물적 ‘치유’가 고려되지 않은 개발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곳곳에 경제‧사회적인 많은 상흔을 남기고 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을 댓가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를 교훈삼아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재생은 신도시 개발이나 대형 기간시설 입지로 인해 배제된 원도심과 낙후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소외감과 낡고 방치된 공간들을 ‘치유’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해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물적 공간의 정비와 개발은 재생의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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