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자회견] 지방자치 학자 145인,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 우려

관리자
발행일 2009.09.14. 조회수 1893
정치

 



14일(월) 오전 11시, <지방자치 관련 학자 145인 일동>은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중앙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과 관련한 공동의견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 날 발표된 공동의견서에는 정세욱(명지대 명예교수, 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최창호(건국대 명예교수, 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유종해(연세대 명예교수, 前한국행정학회장), 김해룡(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前한국공법학회장), 박재창(숙명여대 교수, 前한국행정학회장), 강형기(충북대 교수, 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소진광(경원대 교수, 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김순은(동의대 교수, 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최병대(한양대 교수, 現한국지방자치학회장) 등 원로, 중진, 소장 학자를 망라한 지방자치 관련 학자 145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강형기 충북대 교수(前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이기우 인하대 교수, 오재일 전남대 교수, 안성호 대전대 교수, 김익식 경기대 교수, 허훈 대진대 교수등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고, 전국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 통합 등 지방행정체계개편(자치행정체계개편) 추진에 대해 관련 학자로서 종합적 견해를 밝히고, 현재의 추진방향과 절차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바람직한 개편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공동의견 전문입니다.


<공동의견서>


중앙정치권의 지방자치체제개편 추진안에 대한 학계의 우려


지방자치체제개편(정치권에서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이라고 함)은 국가의 근간에 손을 대는 중대한 문제다. 지방자치체제의 개편은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자치구역 개편은 지역공동체를 새로 구성하는 것인 만큼 주민의 공동체의식을 신중히 고려하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기 쉬운 정치권이 지방자치체제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이미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은 몇 개의 시․군을 묶어 이른바 “통합광역시”를 만들고 도를 약화 내지 폐지하는 방향으로 현행 지방자치체제를 개편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무리한 시․군 통합은 주민 가까이서 주민의 일상적 생활수요를 충족시키고 주민참여와 애향심의 원천인 기초자치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며, 도의 약화 내지 폐지는 세계화시대의 치열한 지역 간 경쟁에서 국내 지역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시대역행적 개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평균 규모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10분의 1 내지 100분의 1 정도라는 점에서 한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은 이미 규모가 너무 큰 지역이 많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지역사회 규모로 분절화되어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서도 지방자치단체통합이 행정효율을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분절된 소규모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효율이 높다는 이론적 경험적 연구도 나오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대다수 사례들에서 행정효율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에 추진한 시․군통합이나 제주도 시․군폐지에 대한 평가도 별반 긍정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세계화시대의 광역 및 초광역 행정수요에 부응하고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광역자치정부의 규모와 역량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체제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데는 찬성하지만 정치권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시․도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키고, 대대적인 시․군통합을 하향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의 경우에는 생활구역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경계조정이나 부분적 구역개편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시․도의 경우에는  지역의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다 시급한 개혁과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 간 보충성원칙에 따라 권한을 재배분하여 중복행정을 해소하고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런 지방자치의 규범적 요청과 시대적 요구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지방자치체제의 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 지방자치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들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자치구역과 자치계층의 개편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백년대계인 지방자치체제 개편을 졸속하고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한 시간의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이제라도 헌법개정문제와 통일문제도 고려하면서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선진국 수준의 지방자치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9년 9월 14일
지방자치 관련 학자 일동


# 공동의견 참여학자 명단, 취지 및 입장 설명,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오해와 진실 등 기자회견 전체 자료는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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