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2)부산은 지금도 축제중

관리자
발행일 2002.10.25. 조회수 825

유지숙 부산경실련 간사


<돌이켜 보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글을 청탁 받은 나로선 부산시민으로 좀 부끄러운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대회기간 무관심하게 보낸 나는 무엇으로 글을 쓸까 여간 고민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몸담고 있는 곳이 시민단체이다 보니 더욱더 그 시민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경실련의 수준 있는 독자들을 상대로 쓰려니 겁부터 왈칵 든다. 부산아시안게임 개막 일이 언제인지도 잘 몰랐고 누군가 귀 단체에 아시안게임 기간동안 뭘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조차 잘 못했던 것이다. 그저 속으로 아시안게임 기간에 좋은 점은 차량2부제로 차가 안 막힌다는 점, 단점은 머 사무실 앞에 떡볶이 노점상 집을 볼 수 없다는 정도로 내심 생각하고 있던 나로선 대회기간에 거창하게 이번 대회의 성과, 시민의 과제, 부산시민으로서의 긍지를 솔직히 생각도 못했던 터라 내심 찔린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열심히 뛴 선수와 스탭들, 조직위원회, 서포터즈 등등에 비하면 나로선 그저 평범을 지나친 무관심하게 대회기간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딱 2번 관람을 하러 갔다. 좋아하는 야구와 (한국과 대만 전 예선전) 요르단 응원 땜에 거의 동원되다시피 간 주 경기장 육상응원이 전부인지라 나 같은 사람이 자격이 있나 반문해본다. 이제 자책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대회 우리는 무엇을 얻은 것인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아시안 게임 소속된 국가가 다 참여했다는 것이다. 참여보다 더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최대 규모라고 말하는 이번 대회에서 같은 아시아지만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보다 한참 덜 익숙한 나라선수들을 본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한 본인이 속한 단체에서는 요르단 서포터즈를 맡기로 돼있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러한 국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


 서방에 대한 지나친 예찬론이 9.11테러사태로 세계적으로 제고해보는 가운데 다른 아시안 민족들이 이 대회를 통해 참여하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아시안 민족은 워낙 인구가 많고 온갖 종교와 민족, 나라마다 차이는 있어도 엄청나고 험난한 역사를 가진 터라 적잖게 다른 아시아민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 수 있는 일이었다. 개막식을 보면서 아시아일주를 모두 한번씩 꿈꾸지 않았을까? 



 이번 대회에 또한 얻은 것은 통일에 대한 편안한 담론이 아닐까 싶다. 썰렁할 뻔한 이번 대회를 구한 4번 타자로 일컫는 북한은 이번 대회 한국선수보다 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최고 스타로 각광받았다. 매스컴이 온통 북한미녀응원단, 장신 리명훈 선수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경기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녀들의 화려한 응원에 넋을 잠시 뺐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참여는 다른 이견도 있으나 대체로 북한의 참여가 단순히 스포츠 참여가 아닌 한반도의 햇볕정책에 결실이라는 생각이다. 네티즌은 남남북녀에 대한 논쟁이나 언론에서는 북파간첩 이야기, 통일기에 대한 정부와 응원 단체간의 갈등을 보면서 놀라웠다. 특히 북한미녀응원단에 팬 카페라니 세상에....


(월드컵 스타 미남 같이 섹시하고 서구적인 미인을 추앙하는 한국 사회에서 수수해 보이고 착해 보이고 예쁜 그녀들은 신선한 모양인가 보다. )


 스포츠라 가능했을까, 민주사회로 가는 것일까, 다원화되고 열린사회로 가는 것인지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우리는 미약하게나마 예감할 수 있었으리라.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상당부분 제한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북한 응원선수단들이 환영받는 것은 분명 눈물나는 일이다.


과격화된 통일구호에 적대감이나 염증을 느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통일 염원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김대중 정권의 지속적인 햇볕정책으로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화해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갑자기 한민족으로 보아야 된다는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지만 빨리 변하는 우리 사회에 적응이 된 20대로서는 그럴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기성세대에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에게 북한의 참여가 그렇게 대단한 사건은 아닌 모양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어린 시절 한창 전쟁 때문에 굶주리고 젊은 시절 군대가서 엄청 고생하고 군사정권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세대로서는 우리 세대에게 마냥 통일분위기니 축제분위기니 하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고생과 희생은 쉽게 흘러버리고 쉽게 용서하고 화해하고 구걸하는 외교로 보이는 모양이다. 갑자기 그들에게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만 변하는 시대에 평화가 도래했으니 '북한은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가치관의 전환을 누가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냉소주의를 누가 품게 만들었단 말인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런 과정 속에 북한이면 한민족이라서 통일해야지 하는 그런 구호는 어른세대에게 절실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본 것 같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해 세대간의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기성세대가 통일에 대해 보수적이고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고, 20대에 경우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좀 열린 교육을 받은 안 그래도 올해 미군만행에 분개한 10대와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란 것이 자연스런 화두로 받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연령으로 사고를 구분 짓는 것보다 개개인의 의식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바이다.


<아쉬웠던 점들>


 부산항 개항이후 최대의 행사로 불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월드컵으로 많이 찬밥신세를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날씨까지 상쾌하여 아름다운 우리 부산을 보일 수 있는 대회였다. 부산시민들의 염원이 하늘이 전달된 것일까 하루를 제외하고는 낭만적인 가을 하늘이 부산을 아름답게 하여 경기 분위기를 한층 살린 것 같다. 좀 아쉬운 것은 이런 국제행사는 항상 위에서 언급했듯이 행사 기간동안 슬그머니 노점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거리환경과 보행권 등의 구체적 이유로 납득이 될 수도 있으나 노점상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실제 모습인 것이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워서 허둥대며 치우는고? 잠시 치우고 나면 한국에 잠시 온 그들에겐 그 거리에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인상일 수 있으나 노점상은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다.  올해 출판된 J. 스콧 버거슨의 <발칙한 한국인>이란 웃긴 책이 있다. 한국에 오랜 거주를 바탕으로 그가 한국에서 느끼는 점을 질타나 칭찬이 아닌 재미있게 풀어나간 책이다.


 그 책에서 그는 한국에서 국제대회 때 노점상이 사라지는 일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화려한 쇼핑센타에 가는 것보다 시장이나 거리에 이런 것들을 보면 더 좋아할 것을 자명한 일이다. 누구를 위해 또한 어떤 정책으로 노점상 관리를 하는지 설명을 들어도 넘 어려운 부분이다. 자발적인 것인지(아직도 헷갈리는), 월드컵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청소, 경기장 행사 후 깨끗하다고 흥분하며 언론에서 보도했던 일이 외국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회용 시민의식인지 궁금할 뿐이다. 오히려 우리의 발칙한 모습이 외국인에겐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이번 대회에 또한 아쉬운 것은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수들의 희비라고 말하고 싶다. 월드컵 때 선수들의 영웅만들기에 비하면 이번 선수들이 받는 관심은 진짜 눈물날 정도로 불쌍했다. 예전부터 비 인기종목 선수의 경우 20명이 넘는 사람이 한 방에서 합숙하고 샤워한번 하려고 해도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축구, 야구, 그리고 마라톤 이외에는 선수들이 국민에게 받는 관심은 민망할 정도였던 것 같다. 국민의 염원을 끝내 이루지 못한 축구는 당장 비난을 받아들여야 했고 비 인기종목에 우승 선수들은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스포츠계에 역시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겠지만 비 인기 종목 선수의 처우를 제발 개선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런 대회기간 늘 환기되는 내용이지만 메달 개수에 우리가 일본을 제쳤다는 승리가 거론된다. 우리가 일본보다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란 말인지. 대륙의 거대한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게임 2위면 스포츠강국인지, 이제 선수들만 고생해서 메달을 획득하는 나라보다는 온 국민이 편안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정책이 제고되기를 빌어야겠다. 아시안게임 경기장인 금정 체육관과 강서 체육관이 시민들의 생활권과는 한참 멀지만 그것의 활용방안도 부산시민이 계속 즐길 수 있게 이용되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부산은 지금도 축제중 ? >


 잘 아실지 모르겠지만 부산은 지금도 축제중이고 아마 연말까지 계속 축제일 것이다. 지금은 <2002부산합창올림픽>이라는 이름이 제법 생소한 대회가 현재 열리고 있다. 이 대회는 올해 2회 째로 주제는 합창을 통한 인류의 평화적 대 통합을 위한 대회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부산시민 아마 거의 다수가 이 대회가 지금 열리고 있는지 조차 모를 것이다.  또한 그 다음에 <아·태 장애인경기대회>가 개최된다. 뉴스에선 또 시민들이 화장실에 휠체어 타고 들어가기 힘들다며 잠시 떠들다 마는 그런 대회가 아닐지 걱정이다.


그리고 또 그 다음에 부산사람들이 나름대로 어깨에 힘주고 말할 수 있는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 개최된다. 부산에 무슨 이렇게 많은 행사냐, 돈이 많으냐며 반문할지 모르겠다. 혹자는 부산에 작년에 해운대에 폼 나게 컨벤션센타 백스코(BEXCO)를 건립하면서 이것의 운영을 위해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행사를 유치하는 부산시장의 지나친 계획이라고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의 시장님이 세계적인 문화 도시라는 것을, 문화시장이라는 것을 표명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마음은 썩 축제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부산 경실련은 지난 달 에너지분야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거기서 서울의 한 전문가가 '부산은 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도시다, 비전이 없다, 화려한 축제만 하면 다 되는 것이냐' 하며 혹평을 한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다. 부산은 아직도 많은 산업이 타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학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실업, 교통의 여건은 여전히 나쁘기만 하다. 브라질의 리우도 아니고 우리 부산시민에게 다양한 축제를 즐겨도 좋지만 다른 모습으로도 뽐내는 도시가 되길 부산시민으로 염원해본다.


웹진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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