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을 재벌개혁으로 호도하지 말라

관리자
발행일 2000.02.16. 조회수 2621
경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5대 그룹의 빅딜만 성사되면 기업구조조정이 마치 완결되는 것인양 빅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빅딜의 추진과정과 결과를 봤을 때 5대그룹이 개혁에 대한 국민여론 앞에 시늉만 내는 것으로 재벌개혁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이를 재벌개혁으로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실련은 이번 5대 그룹  빅딜에 다른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빅딜 내용은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해소시키는 효과가 전혀 없다. 애초 정부는 재벌이 3-5개의 주력업종의 경영에만 전념할 것을 요구하고 빅딜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이번 빅딜은 기업간 업종교환이 아니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참여함으로써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재벌은 비주력기업을 버리고 경쟁력있는 분야를 전문화시킨 것이 아니라 여전히 또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재벌들이 야합하여 시장메카니즘을 저해하고 오히려 시장에서의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많아졌다. 


 둘째, 재벌들은 빅딜을 함에 있어 부채탕감과  이자율의 우대금리 적용, 자산매각시 법인세, 특별부가세  감면 등 각종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5대 그룹의 빅딜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스스로 재벌개혁의 내용들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빅딜에 따른 정부의  지원은 재벌에 대한 특혜로 정부가 의도하는 외자유치와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재벌그룹의 유지에 국민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는 국민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일 뿐  아니라 김대중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개혁들의 실질적인 내용들은  뒤로 한채 빅딜에만 모든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번 퇴출기업 선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만을 얻기 위해  구조조정정책이 추진된다면 단기적인 효과는 볼 수 있을지언정 우리경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효과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5대 그룹의 빅딜로 재벌개혁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독립경영제의 정착을 위한 노력,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 부당내부거래의 근절 등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고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제도, 소수주주 권리강화, 경영자의 부실경영 책임추구 등 애초의 개혁 내용들을 좀더 강화하는 정책수립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199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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