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국민방독면, 국가사업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드러내

관리자
발행일 2006.05.09. 조회수 2655
경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민방독면 중에서 무려 41만개가 불량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동안 방독면의 품질 상태에 대해서 제기되었던 수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됨은 물론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에 이처럼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이번 국민 방독면 사건은 해당 관청의 직무 유기뿐만 아니라 국가 주관 사업 시스템 전반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1. 국민 생명을 지킨다던 국민 방독면 사업이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결국에는 애꿎은 예산 낭비만을 초래했다. 


국민 방독면 사업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라는 점도 간과될 수 없다.


국민방독면은 정부가 방독면 대중화를 위해 개발한 화재와 화생방 겸용 방독면으로, 2001년부터 무려 4백억원을 들여 민방위대와 통반장, 위험지역 주민 등에게 120만 개 정도를 보급했다. 그리고 모두 불량품으로 판명된 것은 약 41만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만개에 이르는 국민방독면 제조업체의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제조업체와 정부가 계약할 때 하자보수 기간은 3년으로 되어 있어 최대한으로는 136여억원 최소한 잡아도 3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그대로 낭비되기에 이르렀다.


행정 기관의 직무 유기로 인해 애꿎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예산 낭비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긴다는 것은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만을 일으킬 뿐이다.


정부는 이번 방독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함에 있어 예산 낭비 부분의 책임도 물어서 철저하게 징계해야 할 것이다.


2. 국민방독면 사업은 국가사업의 수립, 집행, 감독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 방독면 사업은 우리의 국가사업 시스템의 총제적인 부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국민방독면 사업이 수립되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성능에 결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수차례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관련 부처에서 이를 철저히 검증하여 문제를 시정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고만 하였다. 


2002년 9월 한 방독면 제조업체가 행정자치부에 보급된 방독면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방독면의 성능에 대한 의혹은 제기되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성능 검사에 이상이 없다는 답신만을 보냈을 뿐이다.


이 같은 해당부서의 성의 없는 대응은 최근까지 일관되어왔다. 방독면의 문제는 국회의 국정 감사에서도 두 차례나 지적이 되어왔으나 행정자치부는 2002년 제품의 일부에만 문제가 있다, 혹은 전량이 이미 리콜 되었다는 등의 거짓 답변을 늘어놓으면서 국정감사조차 무력화했다. 물론 이후 2004년 경찰 조사 이후 3차례 성능검사까지 벌였지만 제품의 결함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또한 잘못된 행정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감사원의 감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국민방독면 사업은 국가사업의 수립, 집행, 감시, 감독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국가사업의 수립, 집행, 감독의 전반적 체계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사업 부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경우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문제가 지적되더라도 은폐,  축소하여 넘어갈 수 있는 현실은 앞으로도 이런 사태를 재발시킬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3. 감사원감사와 국회의 자체 조사를 통해 각종 축소, 은폐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


지금까지 4년동안 방독면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행정기관에 의해 수차례 의혹 규명이 좌절된 바 있다. 국민 방독면의 비상식적인 정부 관계자의 답변과 조사 회피 등은 특정 업체가 독점을 하고 있는 국민 방독사업에 있어 부적절한 로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일으킨다.


실제로 2004년 초 경찰청이 불량방독면 수사에서 당시 방독면 담당 공무원 세 명이 제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적발해 행자부에 처리를 통보했지만, 제대로 된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실련은 이처럼 국민 방독면 문제가 장기간 ‘의혹’으로만 남은 채 방치된 데에 대해 감사원이 명백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국민 방독면 사업을 둘러싼 관계자들을 남김없이 밝혀내고 그들을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회의 국정 감사에서 위증까지 일삼으면서 진실을 은폐하려 한 심각한 범죄 행위에 대해 국회는 국회 자체의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사업은 국민의 공익을 위해서 실시되는 것인 만큼, 투명성과 효율성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민 방독면 사업은 현재 우리 국가사업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과실은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가사업 시스템 구축을 위한 귀한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또한 감사원의 강력한 감사를 통해 혈세를 낭비하고,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한 이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통해 관계자의 직무 유기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철저한 사건 마무리만이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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