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대책, 약제비 절감효과 기대 어렵다

관리자
발행일 2009.12.21. 조회수 1730
사회

정부가 4개월여 동안 제도 개선논의를 진행하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5일 발표하기로 했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발표 당일 돌연 취소했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약가대책은 기존 약가정책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방안으로 평가되었으나, 이번에  공개된 정부의 최종안은 초안에 비해 현저히 후퇴된 대책으로서 사실상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절감과 리베이트 근절을 목적으로 도입하려 했던 약가제도 개선 최종안에 대한 총평과 함께 정부의 각 개선방안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정부안의 전면 재검토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실효적인 재개선안 마련을 촉구한다.


정부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에 대한 총평


○ 2009년 상반기 정부가 의욕적으로 약가대책을 추진할 때만 해도 과연 정책집행의지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새로 출범한 정부의 정책스타일에 대한 기대를 가진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최종안을 보면, 지난 수개월 동안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복지부 안팎으로 펼쳐진 제약사의 전방위 로비와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역시 기대가 성급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수없이 되풀이 되었듯이 이번에도 역시 전시용으로 변죽만 울리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대책을 내놓아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상실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꺼내지 않은 것만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 특히 제약사의 R&D 투자 수준에 따라 약가인하를 면제한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못해 가관이라고 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제약사의 R&D에 대한 보상은 특허에 대한 독점판매권 부여로 보상되는 것이다. 제약사의 투자개발비를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주어야 하는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제약사의 R&D 비용은 미래의 독점판매를 위한 투자인데, 왜 이것을 국민의 건강보험료에서 보상해주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약사의 R&D 비용을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준다면, 제약사가 향후 개발한 의약품의 특허권은 건강보험공단이 소유해야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될 것이다.


○ 당초 가장 기대를 모았던 특허만료 후 약가조정제도는 용두사미의 표본이다. 특허만료시의 오리지널 및 제네릭 약가를 어느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오히려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약가와 일치시키는 것만 제시하고 있어 약가인상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도모하여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국내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번에도 놓쳐버리게 되어 차세대 성장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실책을 범하였다.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정부의 과보호와 소비자의 과중한 비용부담, 불법적인 리베이트에 의존하여 생존해왔던 상당수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무역환경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보다는 여전히 과거의 관습에 의존하여 운영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 이에 경실련은 결론적으로 이번의 대책으로는 기대할 수 있는 약제비 절감을 통한  건강보험재정 절감은 물론 리베이트 근절 효과는 없다고 평가한다.



정부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 및 대안


1.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처벌강화


1) 정부안 검토
  - 리베이트 수수자인 의약사,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수준이 리베이트 크기에 비해 매우 낮다.
  - 리베이트를 적발하고도 약가인하폭을 최대 20%로 제한하여,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기보다 이를 조장하고 있다.
  - 리베이트에 대한 과징금이 수수금액의 5배 이하에 불과하여 억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 대안
  - 리베이트 수수금액 및 위반횟수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행위를 못하도록 해당 의약사의 면허 취소, 의료기관의 허가취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해당 의약사의 면허는 등록 관리해야 한다.
  - 리베이트 적발시 보험약가는 당연히 리베이트만큼 인하하고, 이와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한다.
  - 리베이트는 약가를 부풀려 건강보험 가입자의 재산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과징금 규모는 30배 정도로 올려야 한다. 
  - 대체약품이 없을 경우 리베이트 품목의 비급여 전환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대체약품이 없을 경우에는 리베이트 품목의 비급여 전환보다 해당 품목의 가격인하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다.


2. 의약품 적게 처방하는 병의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 적절한 대책이라고 판단되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인센티브를 더 높여야 한다.
  - 처방 약품비 수준 및 처방총액이 감소한 경우 약제비 절감액만큼 보험재정과 소비자 부담이 감소하므로 공급자, 공단,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는 정책이다.


3.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서의 약가인하


1) 정부안 검토
  -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①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리베이트의 70% 수준이고, ② 인센티브 70%는 세법상 순이익에 해당하여 과세대상 소득이 되므로 세금을 공제한 후 순수한 인센티브는 50% 내외에 불과하며, ③ 리베이트는 병의원 소유자의 개인 수입이지만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기관의 공식 수입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개인소득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등 유인구조가 취약하여 의료기관이 이 제도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제약사 입장에서는 저가신고로 인해 궁극적으로 약가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저가신고를 허용할 수 없으며, 사후적으로 산출되는 가중평균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사전적으로 가격담합을 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결국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저가구매를 구실로 병의원이나 약국이 제약사에 음성적 리베이트를 더 많이 요구할 가능성만 높여, 약가인하로 긴축경영을 해야만 하는 제약사에 이중의 고통을 강요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2) 대안
  -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실효성 없는 제도이므로 기존 실거래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실거래가격만 정확히 파악되면 약가인하 기전이 작동하므로, 실거래가격의 파악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다.


4.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서의 약가인하


1) 정부안 검토
  -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제도하에서의 약가인하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약사가 자사제품의 가격을 사전에 동일하게 지정하지 않고서는 사후적으로 요양기관의 신고가와 사용량에 의해 결정되는 가중평균가를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품목별 인하방식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대안
  - 대만처럼 성분별 인하방식에 의해 약가를 조정해야 한다.


5. 제약사의 R&D 투자유인 대책


1) 정부안 검토
  - 제약사의 R&D 투자 수준에 따라 약가인하를 면제한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못해 가관이라고 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제약사의 R&D에 대한 보상은 특허권에 의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미 보장된 것이며, 이미 약가에 반영되어 있다. 제약사의 투자개발비를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주어야 하는 논리적인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 더구나 제약사의 R&D 비용에는 사실상 임상 의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마케팅 성격의 비용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제약사가 자신들의 매출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영업비용(임상시험, PMS, 리베이트도 포함되어 있을 것임)을 R&D 비용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약사가 국내 임상시험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인데 왜 이런 것까지 소비자가 약값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 정부대책에 의하면, 제약사는 판촉비용을  R&D 비용을 둔갑시켜 건강보험 약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는 약가인하의 60%를 면제받는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 무엇보다 제약사의 현재 R&D 비용은 미래의 독점판매를 위한 투자인데, 왜 이것을 국민의 건강보험료에서 보상해주어야 하는가? 만약 정부의 논리대로 제약사의 R&D 비용을 현재의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준다면, 제약사가 향후 개발한 의약품의 특허권을 건강보험공단에 넘겨야 한다. 왜냐하면 연구개발비를 건강보험료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그 소유권은 당연히 가입자의 대리인인 건강보험공단이 가져야 한다. 약가와 R&D간의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다국적제약사의 궤변에 휘둘려 무엇이 옳고 그런지조차 판단하지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 대안
  - 정부대책에서 삭제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 정부는 R&D 투자에 대한 약가인하 면제안을 내놓기 전에 R&D투자를 하지 않는 제약사에 대한 약가인하안을 먼저 내놓아야 정책의 순서가 맞을 것이다.
  - 제약사의 R&D 비용을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준다면, 제약사가 향후 개발한 의약품의 특허권을 건강보험공단으로 귀속시키는 명문화된 조항이 필요하다.


6. 의약품 유통 선진화 방안


1) 정부안 검토
  - 내용상으로 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되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7. 보험약가 등재 및 약가조정제도 추가 검토


1) 정부안 검토
  - 당초 가장 기대를 걸었던 대책이었으나 이번 대책에서는 현저히 약화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 2006.12.29 이전에 특허만료된 제품의 오리지널 약가를 동일제품 최고가의 80% 수준으로 일괄 조정하는 방식은 합리적이나, 최고가와 이하 가격의 격차가 인하효과가 반감된다.
  - 특히, 특허만료후 제네릭 약가를 조정된 오리지널 약가와 동일 수준으로 부여하는 방안은 동일가 원칙이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나 문제는 특허만료후의 오리지널 약가 수준이 현재처럼 80%라면 제네릭 약가는 오히려 기존의 68%에서 12%포인트만큼 인상되는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2) 대안
  - 2006.12.29 이전에 특허만료된 제품의 오리지널 약가를 동일제품 최고가의 80% 수준으로 일괄 조정하되, 최고가는 “가격 상위 3개 품목의 평균가격”이나 “매출액 상위 5%에 해당하는 품목 가격” 등으로 설정할 필요 있다.
  -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사회보험제도와 약가산정기준으로 가지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약가산정방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특허만료후 오리지널은 70%, 첫번째 제네릭은 48% 수준으로 등재되며 3개월 후 동일가로 전환. 두번째 제네릭은 첫번째 제네릭 약가에서 15%를 차감한 가격에서 결정되며 역시 3개월 후 오리지널과 첫번째 제네릭 약가도 두 번째 제네릭 약가와 동일하게 조정되지 않으면 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 세번째 제네릭은 두번째 제네릭 약가에서 다시 10%를 차감하여 결정. 역시 3개월후 기존 약가는 세번째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하되지 않으면 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됨. 네번째 제네릭부터는 일정액(100원 등)을 차감하여 가격설정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한계비용가격설정방식(marginal cost pricing)을 도입하고 있다.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