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불건전한 머지포인트의 먹튀 논란

관리자
발행일 2021.10.06. 조회수 7747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시사포커스(1)]

불건전한 머지포인트의 먹튀 논란


- 머지포인트 사태를 통해 살펴보는 선불형 전자금융거래 실태 -


정호철 경제정책국 간사 (hcjung@ccej.or.kr)


머지”?


2021년 8월 11일 오후 6시 30분 모바일 상품권 사업자인 머지포인트가 기습적으로 서비스를 중단시켜버렸다. 전자상품권 이용률이 높았던 주요 편의점, 대형마트 등지에서의 결제를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파만파 퍼지자, 환급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폭주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는 마비됐고, 급기야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도 결제를 거부당한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본사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두고 현재 정치권, 금융당국, 관련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시사포커스는 머지포인트 사태를 통해 핀테크 혁신의 실상과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향후 전자금융거래법이 고려해야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감독 사각지대 핀테크 혁신의 민낯 : 불건전한 머지포인트의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는 자본금 30억 원으로 2018년경 출시한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일종인 ‘전자상품권(e- 바우처)’이다.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의 할인 쿠폰이나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 마켓의 적립 포인트를 하나로 “결합(merge)”해 관리해준다고 해서 그런 상호가 붙었다. 제휴업체로서는 할인 쿠폰이나 적립 포인트를 직접 관리 안해도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러 가맹점의 쿠폰과 적립 포인트를 ‘모바일 지갑(mobile wallet)’ 한곳에 모아 합쳐서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5만 원, 10만 원, 20만 원, 50 만 원 단위로 전자상품권 형태의 머지포인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또는 자사의 ‘VIP 서비스’를 정기구독하는 이용자들에게는 가맹점의 상품과 서비스를 15~20% 할인된 가격에 머지포인트를 선불 결제 할 수 있도록 전자상품권을 할인 발행해주기 시작했다. 가령, 8만 원을 선불 결제하면 최대 10만 원 어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머지포인트는 기존의 선불상품권이나 가상화폐보다 결제 시 할인율이 2~7배로 월등히 높았고, 기존의 핀테크 시장에서 없었던 새로운 구독형 선불 결제 서비스와 더불어 조건 없는 무제한 할인 혜택까지 제공함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플랫폼 서비스 누적 가입자 100만여 명 확보, 전자상품권 3,177억 원 상당의 누적 포인트를 발행하며, 200여 개 프랜차이즈 전국 6만 5천 여 곳 가맹점으로 확대되어 어디서나 머지포인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머지포인트의 할인율은 파격적으로 높았지만, 별다른 수익원이 없어 그만큼 영업손실로 되돌아왔다. 머지포인트의 수입원이라고 해봐야 선불상품권 매출에서 발생하는 낙전수입이나 이자•투자 수익이 전부였는데, 머지포인트의 할인율 15~20%를 상회하는 대부 수준의 높은 이율이나 공격적인 투자수익률이 아니고서야, 정상적인 상품권 영업이나 MMF(단기금융펀드), RP(환매조건부채권) 투자수익만으로는 상식적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가 없는 재무구조였다. 또한 VIP 서비스 이용객 1인당 구독료 15,000원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경우에도 구독료 이상의 할인을 주게 되면 그만큼 적자였고, 그 이하의 할인을 주더라도 나머지 구독료를 전액 환급해줬기 때문에 애초 수익형 사업모델도 아니었다. 그 결과, 머지포인트는 2021년 7월까지 현재까지 누적 영업손실 –674억 원의 적자를 내고, 현재 상품권 미상환과 더불어 선불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가 일부 중단돼버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머지포인트 선불고객의 결제자금이 ‘돌려막기(폰지 사기)’에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반면, 머지포인트의 공식해명은 상환요구 시 외부에 예치된 머지머니 통합계좌(풀)로부터 실시간 전자지급결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머지포인트의 부실한 수익구조나 사업모델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머지포인트 이용자가 늘수록 커머스 플랫폼에 축적된 선불전자지급결제 데이터(즉, 빅데이터)의 혁신성과 선불자금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용자 효과(lock-in)’의 선순환이 극대화되고 브랜드 인기도가 그만큼 확대되어 향후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적자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지포인트가 선불형 상품권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상환 확실성 (refund validity)’이 모두 담보되거나 ‘결제 완결성 (settlement finality)’이 항상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보듯, 수백억 원을 선불 결제했던 수많은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환급을 요구하거나 상환할 경우, 그만큼 상품권 회전율과 회수율이 급격히 악화돼 ‘유동성 위험(liquidity risk)’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선불전자지급결제 플랫폼이라고 하더라도 즉시 상환이 보장돼야 할 상품권과 같은 단기 매출채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대금결제 서비스는 적자 시 언제라도 또 다시 ‘상환유예(모라토리움[moratorium])’ 될 수밖 에 없다. 나아가 선불전자지급결제가 보호돼야 할 고객자금이 비유동성 장기투자자산이나 고위험자 산에 투자됐다가 회수되지 못한 경우라면, 전자상품권의 ‘상환실패(디폴트[default])’와 부도처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 봤던 ‘뱅크런(bank run: 은행의 지급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상황)’처럼 말이다.



따라서 전자상품권 이용자(금융소비자) 보호나 선불전지급수단으로서 상환이 보장되려면, 상환 불이행에 대비한 ①100% 수준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LCR)’ 유지, ②지급보증보험 의무 가입, ③ 낙전수익의 최소 20% 이상 자기자본 보유, 외에도 ④발행대금의 최대 20%까지 ‘상환 담보금(즉, 할인 발행차금)’ 환급토록 규제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머지포인트는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던 무허가 핀테크업자였다. 머지포인트의 혁신은 그저 ‘후순위 연대지급결제부 선불무보증가상상품권 할인발행업자’였을 뿐이다.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20%짜리 ‘무보증할인사채’에 재테크(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셈이다. 머지포인트와 같은 전자상품권은 은행 요구불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소멸시효 5년짜리 “상사채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금융소비자 보호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핑계댈 필요 없어

이처럼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현재 정치권, 금융당국, 관련 업계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만으로도 충분히 피해를 구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오히려 그들이 “전자금융 업은 금융업이 아니”라고 하면서 주장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윤관석&금융위, 2020)’이다. 이 개정안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 금융업을 허용하기 위해 각종 금융규제 면제와 건전성 규제를 완화시켜주는, 이른바 “빅테크 특혜법”이다. 핀테크 먹튀―소비자 보호―빅테크 특혜는 엄연히 이번 사태와는 전혀 다른 얘기다. 금융위 이한진 과장 & 윤관석 의원은 더 이상 헛소리와 말장난으로 일관해선 안 될 일이다.


전자금융거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중심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처 럼 ‘선불충전금 잔액(미상환 금액)’도 덩달아 증가함에 따라 핀테크의 건전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향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건전성 규제를 위해 핀테크 산업 전반의 재무 건전성과 함께 혁신사업의 타당성도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참고자료

[단독]머지포인트 비공개 투자계획서...발행만 3177억원, 누적 영업손실 900억 육박. 전자신문 2021.8.24.기사.
‘먹튀’논란 휩싸인 머지포인트 사태, 왜 터졌나. 시사저널 2021.8.21.기사.
금융감독원. (2020).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이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한국은행. (2021a). 2020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한국은행. (2021b). 2021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기타 머지포인트 홈페이지, 관련 구글플레이 앱 스토어 등

문의: 경제정책국 정호철 간사 02-766-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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