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접어야 했던 '내집마련'의 꿈

관리자
발행일 2006.01.19. 조회수 1864
스토리

"올해는 생애최초 주택기금을 이용해 집한채 장만해 보려구요"


연초 사무실 시무식때 선언한 2006년 우리 가정(나와 남편, 5살배기 딸)의 계획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주변 상근자들은 ‘아파트값 거품을 빼겠다고 활동하는 사람이 거품 뺄 생각은 하지 않고...’라는 식의 썰렁한 반응들을 보였다.

나 역시 집을 사고 싶다는 남편의 제안에 "집은 소유가 아닌 주거의 대상이라고 강조해왔던 우리가 대출까지 받으면서 집을 사는 것이 옳은 일이겠냐"고 맞서왔다. 하지만 생애최초 주택기금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금리(7~8%)보다 저렴한 5.2%라는 말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우리부부가 원하는 주택은 아파트보다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었고, 다행히도 단독주택은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곤 아직까지는 아파트처럼 가파른 가격상승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격이 정체상태이거나 물가상승률보다 못미치게 상승하는 등 거품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주택시장에서 단독다세대주택과 아파트의 가격차가 IMF 이후 더욱 심화되면서 양극화가 ‘주택’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판국이었다.

'좋아... 뭐 농촌도 아닌 서울에 꼭 내집을 가질 필요야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마당이 있는 우리집을 가져보자. 우리 부부야 주택을 구입해서 시세차익을 봐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으니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단독주택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겠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마치 진짜 집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기분도 으쓱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가정의 연소득과 대출금과 이자라는 숫자는 내 머릿속에 그리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면서 나도 내집을 가질 수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아무리 대출금리가 5.2% 저금리라 하더라도 5천만원을 대출받을 경우 매월 40만원 정도를 20년동안 갚아야 하니, 월200만원 정도의 소득에서 40만원을 떼놓고 우리가정이 살아갈 수 있을까에 통 자신이 없었다.

무주택서민에게 지원된다는 생애최초 주택기금도 근로소득이 낮은 우리 가정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자 갑자기 허망해졌다.

생애최초 주택기금의 수요가 너무 많아서 재원조달처인 국민주택기금까지 고갈될 지경이고 급기야 정부가 부랴부랴 지원제한조치까지 내놓은 판인데 여전히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 나도 잠깐 착각했나 보다. 아무리 잘 사는 국가라도 제 힘으로 집 한 채 장만할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내가 당사자인줄 나도 몰랐네. 그렇다면 우리같은 가정에게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저렴한 가격, 다한 유형과 평형, 질도 좋고 빈번하게 이사도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주택이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에 도달했을때 결론은 또 다시 공공주택 확충과 다양한 유형의 주거복지 정책이었다.

4천5백만 국민중에 기초생활비용조차 스스로 부담할 수 없는 국민이 1,000만명이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이 나와야 할텐데 지금은 달랑 그린벨트 해제해서 외곽지역에 짓고 있는 국민임대주택이 전부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주택선택의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직장과의 근접함임을 감안한다면 도시외곽에 짓는 성냥갑 아파트가 정답은 아니다.

당장 우리부부만 해도 직장은 종로와 혜화동에 있고, 집은 우이동이라서 출퇴근시간이 하루에 2시간이나 된다.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찾아와야 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저녁에 집에서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다.

출퇴근시간을 줄이려면 적어도 돈암동까지는 진출해야 하는데 전세값이 부담되고 어쩔수없이 올해도 집문제로 고민을 해야 하나? 상황이 이쯤 되니 주택가격 다 올려놓고, 주택마련을 위한 기금지원에 치우쳐있는 정부 주택정책을 또 다시 비판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경실련이 왜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저절로 얻게 되고.

어쨌든 2006년 1월 첫주를 설레게 했던 내집마련에 대한 계획을 불과 2주만에 접어야 하는 심정이 좋을리야 없지만은, 그래도 우리 딸 선재가 좋아하는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치며 처진 어깨를 다시 추스르고 올해 계획을 전면 재수정했다. 아들딸 구별말고 한명 더 낳아서 기쁨을 2배로 늘리기로. 물론 내집마련을 위해 집값거품을 빼기 위한 활동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김성달 부장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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