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 편향적인 자세를 우려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8.03.11. 조회수 2264
경제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편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정경쟁 확립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어제(10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폐지한 뒤 대안을 만드는 것은 규제가 규제를 만드는 셈”이며 “출총제 폐지는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에 대한 상징이며, 시장에서 기업규제 완화에 대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왜곡과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출총제를 폐지하되 이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공정경쟁을 확립하고,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규율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출총제는 대기업들이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상호출자, 순환출자를 통해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소유지배구조의 왜곡, 가공자본 형성을 통한 총수 1인의 지배력강화와 경제력 집중,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관련성 없는 회사에 대한 출자로 인한 동반부실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벌그룹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 시기 이러한 폐해와 그에 따른 아픔을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삼성그룹의 비자금사건과 편법 상속,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의 불법상속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초법적인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어떠한 사후 규제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재벌 총수일가의 가공자본 형성을 통한 지배력 강화와 이에 따른 경제력 집중의 폐해만을 촉진시키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새 정부는 출총제 폐지를 통해 기업투자와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재벌들은 출자를 통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더욱 확고하게 유지하려고 시도할 것이며, 또다시 무분별한 업종확장이나 기업합병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재벌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사이 그에 따른 피해는 중소기업과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올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의 92%가 출총제 폐지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현재의 규제완화 정책이 전체 기업이 아닌 소수 재벌들의 이익만 챙겨줄 것이라는 우려를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대안 없이 폐지하려는 것은 기업 전체를 위하는 것도 아니며, 결국은 규제완화라는 구호가 오로지 소수 재벌만을 위한 미명에 다름 아님을 보여줄 뿐이다.      


경실련은 출총제 폐지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이에 대한 사후규제장치를 마련하는데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순환출자 금지, 주주대표소송 및 집단소송제의 실효성 강화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독립성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별개로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하는 각종 불법, 탈법 행위를 엄단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규율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친기업을 표방한 새 정부가 지금과 같이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분별한 사전적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사후규제 장치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오히려 발 벗고 나서서 재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고, 한술 더 떠 그에 따른 사후규제 방안은 마련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과연 그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앞으로 담합, 독과점,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제대로 감시하고 제재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경실련은 백용호 위원장이 재벌 편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정거래위원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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