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력을 평가한다

관리자
발행일 2010.11.22. 조회수 1830
사회

약가협상은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방안에 따른 것으로 당시 건강보험재정지출의 29.4%(약 8.4조, 2006년)에 달하던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약가협상의 주체는 보험자를 대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약을 생산▪판매하는 제약회사이다. 양자 간 협상된 약가에 따라 공단은 국민의 보험료로 이루어진 건강보험재정에서 약제비를 지출하게 된다. 환자들도 이 약가에 따라 병원과 약국에 약값(본인부담금)을 지불한다.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따른 약가 협상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약제비는 증가를 계속하여 이미 11조를 넘어선 상황이다. 공단의 약가협상력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보험료를 지불하는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한 번도 제대로 평가받지 않았다. 이에 우리 환자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공단이 과연 보험자의 입장에서 약가협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몇 가지 실례를 통해 평가해 보고자 한다.


1. 로나센 정


한국에는 약 17개 성분의 정신분열증 치료제가 있다. 로나센(부광)은 작년 가을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우리는 로나센이 현재 한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대체약제들보다 효과나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별다른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로나센은 대부분의 대체약제들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을 받았다. 로나센을 보험 급여 해주지 않아도 환자들은 아무런 불편이 없다. 굳이 제약사가 원하는 높은 가격을 주면서까지 억지로 보험에 등재시켜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 저가의 기존 치료제들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효과가 별반 뛰어나지도 않은 약을 비싼 값을 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로나센의 대체약제들 중 1일 투약비용이 최소 50원에 불과한 것도 있다. 로나센의 1일 투약비용은 무려 25배가 넘는 2,550원이다. 로나센은 17개 대체약제들과 비교해서 효과나 안전성에 별반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있어서만은 5위권 내에 꼽힌다. 특히, 정신분열증 치료제 처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리스페리돈 제제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그 비용이 두 배에 육박한다. 한국의 고가약 위주 처방 패턴을 고려해보았을 때 로나센은 향후 저가약을 대체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다. [첨부자료 1 참고]


2. 자렐토 정


자렐토(바이엘 코리아)는 하지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환자의 정맥 혈전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한 약이다. 혈전 예방약이라는 큰 범주에서 살펴보았을 때 자렐토의 가격은 최고가에 달한다. 일반적인 혈전 예방약들의 1일 투약비용은 최소 16원에서 최대 2190원 수준이나 자렐토는 6,000원이 넘는 최고가를 받았다.


바이엘에서 자렐토의 비교 대상으로 삼은 에녹사파린(enoxaparin)과의 비용을 비교해도 자렐토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은 편이다. 에녹사파린을 고위험군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총 치료비용은 59,534원이다. 그러나 고관절 수술 환자에게 자렐토를 투여 시 총 치료비용은 200,000원을 훌쩍 넘어 비교 약제 가격보다 세 배 이상 소요된다. [첨부자료 2 참고]


3. 스트라테라 캡슐


ADHD 치료제로 유명한 스트라테라(한국 릴리) 약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트라테라는 2006년 6월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이후 비급여로 판매되다가 2009년 9월부터 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스트라테라의 보험 약가 또한 위에서 살펴본 다른 약제들과 마찬가지로 대체 약제와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받았다. ADHD 치료제로 그동안 널리 쓰였던 메칠페니데이트의 경우 1일 투약비용이 1,100원 정도인데 스트라테라의 경우 그 두 배를 훌쩍 넘겨 2,650원에 결정되었다. [첨부자료 3 참고]


4. 프레지스타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얀센은 2008년 5월 26일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에 대한 약가협상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얀센은 부속합의서를 통해 ‘보험급여 대상으로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후 얀센은 무상공급 형태를 유지하며 정상적 약 출시를 거부해왔다. 협상에서 약속했던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공단은 돌연 지난 9월 16일 프레지스타 약가를 4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였다.
협상이 끝난 약의 출시를 거부하고 부속합의서 약속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얀센의 행태에 대해 어떤 제제 조치도 없이 공단은 그저 약값을 대폭 인상시켜 준 것이다. [첨부자료 4 참고]


5.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


신약의 예상 사용량은 약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얼마만큼 사용되는가에 따라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약이 판매된 이후 최초로 예상했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 사용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약가를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첫째, 실제 사용량이 예상량보다 수백, 수천 배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규정 상 약가 인하는 10% 내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 둘째, 그 10% 내에서도 공단이 제대로 된 약가 인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코젠 주(얀센)의 경우 사용량이 580% 넘게 증가했지만 약가는 단 6.5% 떨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사용량 연동 협상에 따른 참고 가격 산식에 따라 계산해 보면 최소 8% 이상 약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에소메졸캡슐 2mg(한미)도 마찬가지이다. 사용량은 약 400% 증가했지만 약가는 단 5원(0.5%) 떨어졌다. 참고 가격 산식에 의하면 최소 7% 이상 약가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심지어 프리그렐(종근당)의 경우 사용량이 약 170% 증가했으나 약가 인하는 전혀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참고 산식에 따른 약가 인하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공단의 약가협상력이다. [첨부자료 5 참고]



보건복지부는 약제비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으로 신약등재가 24% 정도 기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나센, 자렐토, 스트라테라에서 보듯이 신약에게 대체약제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주는 현재의 협상 행태를 계속한다면 향후 약제비 증가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사후 약가 관리 또한 부실하다. 사용량 연동 협상이 진행된 5개 약제를 보았을 때 공단은 단 한 개의 약제에서도 참고 가격에 준하는 수준으로도 약가를 인하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분명하다. 약가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공단은 근거와 원칙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대체약제들의 선정, 대체약제들의 투약 비용 편차, 협상약의 투약 비용 계산 등 수많은 변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변수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 배의 약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처럼 환자와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협상 담당자 1-2인에게 맡길 수는 없고 맡겨서도 안 된다.


약가협상과 관련하여 공단은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약가 협상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하되, 단지 일부 책임자들의 징계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단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보험자 입장에서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보험자 입장에 서지 않는 공단은 더 이상 공단일 수가 없다. 우리 국민은 공단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2010. 11. 22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백혈병환우회,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자세한 내용은 첨부자료 참조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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