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관리자
발행일 2011.03.07. 조회수 464
칼럼

                            김진현 교수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경실련 보건의료정책위원)
 

건강보험이 2010년 1조원 2천억원 규모의 당기적자를 기록하면서 재정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은 2000년 대규모의 재정적자 이후 10여년만에 다시 누적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의 재정적자는 상당한 갈등과 논란 끝에 강도높은 재정관리대책과 가입자의 보험료 15% 인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극복하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를 재정관리의 교훈으로 삼지 못하였다.


그동안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재정적자의 일차적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2배를 초과하는 과다한 급여비 지출이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고, 지출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할 때마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손쉬운 정책수단을 통해 해결하였다. 재정은 수입과 지출의 양면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출관리는 소홀히 한채 국민의 보험료 부담에만 주로 의존해왔다. 문제는 추가적인 급여혜택없는 보험료 인상을 이제는 국민들이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2년동안 건강보험공단과 가입자 단체는 재정적자의 위험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지불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건강보험정책의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복지부는 정작 모르쇠로 일관해왔으며, 지불제도 개혁의 핵심인 총액제의 '총'자만 꺼내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적자가 뻔히 내다보이는 시점인데도 공급자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이유로 모든 논의를 철저히 차단하였다.


수가계약의 약제비 절감조건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한술 더 떠서 수년동안 차근히 준비해왔던 기등재 의약품목록정비사업마저 이익단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폐기처분해버렸다. 재정안정과 공정한 사회의 기본 틀을 깬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당당하던 복지부가 이제와서 지불제도 개선이니 약제비 절감 운운하며 평소답지 않은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개월만에 격세지감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중장기계획이나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이슈만 어떻게 모면해보려는 심산이다.


건강보험의 보험자는 법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이지만 모든 결정권을 복지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권한에 수반되는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부의 업무 성격상 여러 경제주체간 이해가 얽혀있기 때문에 정책집행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해나가는 것이 복지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최근 수년동안 복지부는 별다른 갈등없이 지내왔다. 이를 달리보면 책임질 일은 후임자에게 미뤄두고, 자신의 재임기간에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복지부는 연간 40조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의 시험대에 올라서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고, 권한만 틀어쥐고 보험자의 손마저 묶어두는 기민함을 보일 것인지, 아니면 물이라도 엎질러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인지 막다른 골목에 와있다.


복지부가 선택할 것은 두 가지 중의 하나이다. 건강보험의 재정관리권을 제대로 집행하든지 아니면 국민의 손에 넘겨주어야 한다.


마침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보건의료 미래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8월까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공급자를 설득해 가입자(국민)가 수용할 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이 것이 힘들다면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글은 3월 7일자 데일리팜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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