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국민기업으로 시급히 재창출되어야 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0.02.10. 조회수 2660
경제

최근 우리 경제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맞물려 무너지는 구조적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하던 대기업들이 줄을 이어 쓰러지면서 대규모 부실채권을 발생시켜 금융기관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방어전략으로 기존대출금의 회수, 기업어음 할인과 신규대출 중단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자 금융시장에 심각한 경색증이 나타나 기업들의 자금줄이 끊기며 연쇄도산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서로 목을 조이며 도산을 강요하는 공멸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화자금 조달의 길이 막혔다.  이미 종금사등 일부 금융기관들이 외화자금 결제 위기상태를 맞자 한국은행이 긴급 외화자금 융자를 제공하는 형편이다.  결국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자금 경색이 심각하면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급성위기상황에 처했다.  


  경제불안의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8월 25일 4조원 규모의 한국은행 특융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의 대외부채를 지급보증하며, 외국인 투자 확대 및 국책은행의 해외차입을 통해 80억$규모의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 및 대외 신인도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곧 실망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경제 불안을 확대시키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과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주식시장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한국은행돈을 풀고 외자를 유입시켜 위기를 넘긴다는 대증조치이다.  결국 국민부담으로 문제를 피해가려는 임시방편적인 조치로서 오히려 경제 불안을 확산시키는 조치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정부대책은 근본적으로 실물경제의 안정화 조치를 결여한데에 문제가 있다.  실물경제부문의 안정화 없이 금융부문의 안정화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 경제 위기의 최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기아사태의 해결 없이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아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경영난에 처한 기아그룹을 살리기 위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해 놓고 거꾸로 회생을 방해하는 정책을 폈다.  기아그룹의 채권단은 현 경영진의 경영권 포기와 인원감축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없는 한 자금지원을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러한 채권단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기아는 물론 기아의 협력업체에 대해서까지 일체의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취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와 같은 조치는 부도유예 협약을 악용하여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노조를 약화시킨 후 다른 재벌기업에 넘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경실련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 경제발전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아를 국민기업으로 시급히 재창출시켜야 한다는 판단하에 기아에서 제시한 자구계획과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1. 구조개편


  기아는 우선 방만한 경영체제를 정비하고 획기적인 구조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① 기아그룹은 현재 28개의 계열기업을 자동차의 생산, 판매, 부품 및 정보시스템 분야에 국한하여 축소 조정해야 한다.  즉 기아자동차, 기아자판, 기아정기, 기아전자, 기아정보시스템 등 5개회사를 존속시킨다.  그리고 아시아자동차는 자동차 생산부분만 기아자동차에, 아시아자판과 기아대전판매 및 인터트레이드는 기아자판에, 기아중공업은 기아정기에, 모스드는 기아전자에, 기아경제연구소는 기아정보시스템에 각각 흡수합병시킨다.  흡수합병과정에서 불필요한 조직과 인원은 대폭 감축해야 한다.


  ② 계열기업 중 적자규모가 제일 큰 기아특수강은 특수강의 공급이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인 점을 감안하여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및 기아자동차가 공동경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③ 기타 자동차와 관련이 적거나 비자동차부문의 기업들은 매각처리 또는 정리해산해야 한다.


  2. 자구노력


  기아그룹의 부실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기아그룹 자체에 있음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과감한 자구노력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① 자동차 제조와 판매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동산과 자산을 전량 매각한다.  이에는 여의도 본사 사옥, 시흥 공장 및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 부지 일부, 기아농구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② 인력을 대폭 감축하여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③ 임금, 재료비, 기타경비를 최대한 감축해야 한다. 


  ④ 노동조합이 무분규와 인력활용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등 종업원의 구사노력을 전개한다.  회사는 관리회계체제확립 등 투명경영을 확립해야 한다.


  3. 현경영진의 퇴진과 국민기업화 할 수 있는 이사회의 구성


  기아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현 경영진 퇴진을 둘러 싼 기아그룹측과 채권단 및 정부의 이견이다.  기아그룹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현경영진의 유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정부와 채권단은 즉각 사표를 제출하라는 입장이다.  전문경영제도 운영의 장점은 경영부실이 발생했을때, 경영진의 교체가 가능한데서 온다.  경영상의 부실이나 하자가 발생했을때 전문경영인을 즉각 교체하여 새로운 경영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주와 경영자가 일치하는 경우, 이러한 경영의 유연성이 부족하여 기업경영의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기아그룹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 김선홍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경영진은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  다만 경영의 목적이 아닌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역할을 위해 최소한의 기간동안 유예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현경영진의 퇴진 이후에는 기아가 명실공히 국민기업화된 전문경영인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선진국형의 이사회가 구성.운영되어야 한다. 이런 원칙하에 기아는 다음과 같이 모든 경영의 의사결정에 대한 최고 의결기구로서 이사회를 즉시 구성해야 한다.  단, 김선홍 현회장 및 주요 경영진은 자구노력을 돕기 위한 집행체제로서의 역할만 하며 이도 연말까지 완전 퇴진해야 한다.


    회장                             1인 
    기아자동차 사장            1인
    소액주주 대표               2인 (누적투표제에 의한 선출)
    소비자 단체 대표           1인
    사원대표                       1인
    노동조합대표                 1인
    해외대주주대표(포드)     1인
    부품협력사 대표             1인
    사회지도자                    2인


   회장과 기아자동차 사장은 현 경영진 퇴진 후 경영능력, 전문지식, 도덕성, 인품을 갖춘 인사중 사내외 각계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4. 정부와 채권단 지원


  기아사태를 해결하고 경제안정을 되찾기 위해서 정부와 채권단은 기아의 제 3 자 인수를 배제하고, 국민기업으로서 자력회생시킨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음, 기아가 국민기업화한다는 전제하에 기아그룹의 회생을 위해 다음의 지원정책을 시급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① 기아문제를 계기로 간접상호출자까지를 포함한 상호출자금지와 상호지급보증금지에 관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② 기아그룹의 자력 회생에 필요한 1천 9백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을 긴급지원하고 부도유예 기간이후 1년간 부채상환을 연장해 주어야 한다.


  ③ 계열사와 부동산 및 보유자산은 매각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상의 편의제공과 세제지원을 해야 한다. (예 : 아시아 광주공장부지의 용도변경, 토지매각에 따르는 특별부가세 감면 등)


  ④ 부품협력사의 진성어음할인과 기아자동차의 수출환어음 할인을 즉시 허용해야 한다.


  문의 : 경실련 정책실 하승창 정책실장, 이수현 간사 전화. 766-5393
        경실련 정책연구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
        경실련 시민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
        경실련 재벌분과장 최정표 (건국대 교수)


                        1997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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