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운동에 참여하면서

관리자
발행일 2009.11.07. 조회수 602
칼럼

경실련 운동에 참여하면서




선월 몽산 (사)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장

 



  저는 지난 7월2일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경실련 운동에 처음 참여하였습니다. 경실련운동의 막내 중에 막내입니다. 경실련 창립 20년을 맞아 전ㆍ현직 임원들과 함께 이런 글을 쓰려고 하니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기만 합니다. 처음 사무국으로부터 원고 부탁을 받고서 고사할까도 생각했는데, 막내로서 이번 기회를 통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경실련 운동을 지켜온 회원들에게 인사드리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 이렇게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시민운동에 문외한 일뿐 아니라 경실련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언론에 경실련이 보도될 때마다 참 좋은 단체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어떻게 조직되어 운영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접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1962년, 12살에 출가하여 그간 대부분의 시간을 산중에만 머물렀고, 지역적으로 남도 끝자락인 해남, 목포 등지에서 지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봄에 경실련 통일협회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고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경실련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이 보다는 대표적 시민단체에서 역할을 맡아 그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크나큰 누를 끼치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와 인연이 있으시고 이미 경실련에서 통일협회 이사장과 공동대표를 역임하신 김성훈 전 대표께서 격려와 힘을 주시고 ‘통일운동이 어려운 시기에 이를 회피하시면 안 된다’라는 말씀을 듣고 감?용기를 내어 미력하지만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자 경실련 통일협회에 참여하였습니다.



  김성훈 전 대표께서 ‘경실련 통일협회는 모든 관념적 논의를 배격한 실사구시에 입각한 합리적 통일운동, 보통시민의 평범한 정서에 기초한 운동으로 범국민적 합의에 기반 한 통일운동을 지향하기 때문에 和而不同하면서 求同存異를 실천하는 단체이다’라는 말씀은 평소 제가 가졌던 통일운동에 대한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여 더욱 큰 참여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고서 과거 활동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토론회, 성명발표, 통일교육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남남갈등의 심화를 우려하며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도록 시민적 합의에 기반 한 운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주위 일부에서는 최근 북핵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인해 시민운동 차원의 통일운동은 역할도 어렵고 이념적으로 오해만 받을 뿐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럴 때 일수록 통일협회의 운동 원칙들을 계속 유지하면서  흔들림 없이 운동을 진행한다면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의 대북강경정책 또한 머지않아 화해와 협력의 기조로 유연하게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평범한 이치를 생각해도 그렇고 임기 내내 강경정책으로 남북문제를 일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화해와 협력의 방법 말고는 북핵문제도 교류협력문제도 아무것도 풀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통일협회의 역할이 더욱 클 것입니다. 선배들이 일구어 놓은 통일협회의 성과들을 계승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성실하게 우리 통일협회 회원들과 함께 새롭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3년부터 북한동포 돕기 운동의 일환으로 평양 등을 6차례 정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평양 발효 콩 공장 준공이나 빵공장 준공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것입니다. 생존의 가장 기본인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체제는 아무리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통일정책은 피폐한 북한 동포들의 상태를 방치하지 않으면서 체제 위기상황의 극단에 내 몰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북한 지도부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서적 감정론을 배제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지혜를 모으는 합리적 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를 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감정적 언사나 발언, 정치적 속풀이 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공격적 언사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입니다. 경쟁에서 밀린 집단과 똑 같이 우리마저 즉자적 행동을 일삼는다면 이는 소아병적 태도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통일정책이 남한내부의 정치영역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통일에 대한 입장도 같이 달라집니다. 이래서는 영원히 통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먼저 경실련 통일협회가 조그만 계기라도 만들까 합니다. 더 이상 통일문제가 남남갈등의 의제로 전이되어 남한 내부 정치놀음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되겠습니다. 최근 통일협회에서 통일포럼을 시작하였는데 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시작입니다. 포럼은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가진 남한 내부의 인사를 초청하여 그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남남갈등 해결을 위한 사소한 노력들이 모아진다면 우리내부의 분열과 차이를 극복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큰 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통일협회는 통일이 단순히 남북 간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전 세계 한민족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서고자 합니다. 2005년부터 우연한 계기로 일제가 강제 징용한 사할린 한인 1세와 옛 소련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동포 중 희생당한 동포들을 위한 위령제를 제가 직접 주관한 바 있고, 이후 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강제로 끌려가 먼 이국땅에서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노역하다 한 많은 생을 마감한 강제징용 한인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나서게 되었지만 이 문제는 우리 한민족이 모두 나서 보듬고 풀어야 할 민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중국 동포들을 껴안고 도움을 주는 것이야 말로 길게 보면 더욱 더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며, 특히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이끄는데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시민운동 초보자로서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통일협회를 저 혼자서 하는 것이 많은 회원과 임원들이 계시기 때문에 걱정이 덜어지지만 그래도 경실련 선배운동가들의 관심과 조언이 필요합니다. 경실련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통일운동 부문이 힘을 갖고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도록 통일협회에 대한 더 큰 지원과 애정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경실련 운동의 현장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끝.    


현 통일협회 이사장
   축성사 주지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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