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간사 적응기

관리자
발행일 2005.09.08. 조회수 1886
스토리

봄의 내음이 여기저기서 풍겨지기 시작한 3월 말, 설레임과 기대감 약간의 긴장감에 가빠진 호흡으로 처음 경실련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간사 생활은 시작되었다.


1. 새로워지는 삶의 의미


처음 내가 경실련에 입사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의 선택에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전에 했던 일이 경실련의 운동과는 반대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설계사무소와 건설현장에서 기사로 일했었다. 처음 경실련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이곳에서는 누구도 일에 대해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갖추어진 틀 안에서 마치 군대에서처럼 시키는 일만 잘하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던 직장에서와는 무척이나 다른 부분이었다.


또 한가지 (어렵다기 보다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는 이전에는 뉴스를 통해 한번쯤 듣고 흘려버렸을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일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독도 문제에서부터 공직자의 투기와 비리, 부동산 거품 문제, 현재의 국정원 도청 파문까지  여러 문제들을 토론하고 공부해 오면서 이전에 막연하게 느껴졌던 이 땅에 정의를 회복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알아 가고 있다.


2. 활동가에 대한 선입견


사실 나는 활동가들에 대한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듯하고 잘 웃지도 않고 과격할 것 같고 약간은 딱딱할 것 같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은 깨져 버렸다. 오히려 얼마나 재미있는지 나도 개그라면 한 개그하던 사람인데...씨알이 잘 안 먹힌다. 쩝...다들 무지 웃기다. 처음 장기 자랑을 하게 된 자리에서 이덕화 성대 모사를 했다. 그 썰렁한 분위기...지금도 생생하다.



지난주 지역 경실련과 함께 하는 전국 경실련 상근자 수련회가 있었다. 신참이라 대부분의 활동가들을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건강이 상한 부모님을 모시며 열심히 살아가고, 동생들의 공부를 뒷바라지 하느라 힘든 나날들을 보내왔음에도 술한잔에 그들은 다시 꿈을 이야기한다.


3. 세상의 파수꾼


요즘 자꾸만 되뇌이게 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파수꾼’이란 단어이다. 하찮아 보여도 전쟁에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 그러나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 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잠을 잘 때에도 깨어 있어야 하기에 어쩌면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깨어있기 때문이고 가장 높은 성벽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의 파수꾼과 같은 활동가가 되고 싶다. 주목받지 못하고 때로는 삶이 힘에 부쳐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조덕현 (공공예산감시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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