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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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5.31. 조회수 35836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인터뷰]

“언제까지 시늉만 할 것입니까”


- 박수홍 녹색연합 활동가 -


문규경 회원미디어국 간사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에 다가왔습니다. 예년과는 다른 무더운 날씨,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하면서 “대체 날씨가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미 개인이 체감할 정도로 기후위기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후는 단순히 환경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산업 전반과도 연결되어서 정책 기조의 큰 틀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 1년이 되는 지금,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평가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대응책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생태계보전,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등 다양한 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 자연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녹색연합의 박수홍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Q. 월간경실련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월간경실련 구독자 여러분! 저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수홍 활동가입니다. 현재 기후정의 운동과 탈석탄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대표적인 활동들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산업화 시기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 기준입니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을 함에 있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저지하여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시스템 전환을 실현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기후정의 운동, 탈핵, 탈석탄, 재생에너지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폭우, 한파 같은 재난들에 사회적 약자들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 기후정의 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폭염, 폭우, 한파 같은 이상 기후 현상들이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걸 너머, 일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기후위기가 뉴노멀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문제는 이것이 모든 주체들에게 동등한 수위로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주체와 기후에 따른 피해를 보는 주체가 다릅니다.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발생하고, 또한 그러한 환경에서 이들이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본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유발 주체와 그 영향을 받는 주체들이 상이한 점에서 발생하는 부정의를 인식하고, 이것을 줄이기 위한 ‘기후정의 운동’이 더욱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지원이라는 접근으로는 기후위기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요. 이러한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취약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오로지 이들은 시혜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죠.


기후정책은 보통 감축정책과 적응정책으로 나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감축정책’이고,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바로 ‘적응정책’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여기에 기후정의의 원칙을 대입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감축의 측면은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주체, 그에 따른 피해를 보는 주체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구분하고 차등적인 감축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적응의 측면은 기후위기에 따라 피해를 보는 주체들이 제대로 지원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합니다.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사회정책 등을 포함하는 접근이 실질적인 기후적응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염의 시기가 찾아오면 그 피해에 취약한 쪽방촌에 많은 이들이 주목합니다. 단순히 쪽방촌에 살고 계시는 분에게 냉방시설 제공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주자” 식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들이 쪽방촌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한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부정의를 만들고, 부정의가 또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이런 접근법을 기본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감축정책과 완화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합니다.


Q. 최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RE100, ESG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기업들도 이에 맞춰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마디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서 기후위기 대응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을 현재로선 대놓고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경우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며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는 키플레이어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기업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보면 실로 엄청난 양입니다. 전력 사용량을 포함해서 산업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54%, 2018년 기준) 이상입니다. 그래서 배출량이 상당한 만큼 거기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아직도 그러한 부분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 중 대다수가 탄소중립을 선언해놓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 기업들의 배출 추세는 증가 중입니다. 무언가 하겠다고 다짐했으면 그것을 실행에 당연히 옮겨야 하는데, 오히려 배출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행태들을 보면 ‘그린워싱’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요. 남들 다하니 소위 말하는 ‘척’만 하고 있는 거죠. 경제단체, 산업협회를 통해 정부 기후정책을 방해하고 있는 정황들이 계속 보여요.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우 2045년 탄소중립,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탄소중립에 대해서 속도 조절을 꾸준히 요구해왔고, 심지어 내연기관차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심각한 건 이 협회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바로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겁니다. 앞에서는 기후리더지만, 뒤에선 정책방해꾼 이었던 거죠.


정부가 기후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도 산업계입니다. 가령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데 산업계는 감축 부담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어요. 정부가 설정한 목표치 자체도 국제사회 합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 이마저도 부정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가장 최근에 확정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안 그래도 너무 낮아서 문제였던 산업계의 감축률 14.5%를 정부는 11.4%로 하향시켜 주기도 했어요. 이번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외부 의견 수렴 절차를 사실상 하지 않아서 많은 비판을 받았었는데요. 유일하게 의견 수렴하고 소통을 해온 부문이 바로 산업계에요. 그래서 이번 감축률 후퇴는 정부가 산업계의 민원을 들어줬다고 밖에 볼 수 없죠.


개별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경영방침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들이 얼마나 본인들의 역사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지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현재로선 국내 기업들이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Q. 윤석열 정부에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행방안도 제시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윤석열 정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 정부의 기후정책에 포커스를 두고 먼저 말씀드리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딱히 알맹이가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탄소중립기본법이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긴 했지만, 그 안에 세세한 정책이나 시책들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될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이 상당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것도 모자라 현 정부의 기후정책은 겉만 번지르르가 아니라 겉도 잘못되었고, 아주 대놓고 퇴행을 거듭하고 있어요.


가장 심각한 것은 ‘기-승-전-핵발전 ’이라는 에너지 정책 기조입니다. 즉, 핵발전에 방점을 찍어놓고 모든 에너지 정책을 구상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의 생산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는 중앙집중형이에요. 전기는 다른 곳에서 만들고 다 중앙으로 가는 불균형한 형태입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하고, 궁극적으론 기후위기 대응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향해야 하는 건 지역 분산형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기는 필요한 곳에서 소규모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큰 틀에서 이런 취지가 담긴 분산에너지 특별법이라는 법이 발의가 되었는데요. 저희가 이 법의 모든 내용과 통과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그 법 내에서도 분산에너지를 규정하는 조항들이 있는데 상당히 문제가 많고, 그 문제의 중심에 핵발전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분산에너지에 정부 여당은 SMR이라고 하는 소형 원자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에 핵발전을 넣어야 한다는 건 억지에 가까워요. 이렇게 분산에너지 논의에까지 핵발전을 끌어들이는 등 모든 에너지 정책 곳곳에 핵발전을 끼워넣으려는 모습이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10년의 기간이 남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이 나온 게 2018년입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인데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6차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며 “10년 안에 기후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며, 이를 막지 못한다면 기후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2030년까지 얼마 안 남은 2027년까지 윤석열 정부가 집권합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퇴행적인 기후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안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이행 경로가 나와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 집권 시기에는 온실가스를 별로 안 줄이다가 2030년 가까이 돼서 확 줄이는 식으로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정권 때는 안 줄이고 차기 정권에서 알아서 하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적 배출 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30년 국제사회의 목표에 맞추려면 지금부터라도 과감하게 감축해서 총량 자체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의 행보는 어떻습니까. 지금 이 시기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현 정부의 퇴행된 기후정책이 우리 모두의 시간을 헛되이 만들고 있는 겁니다.


Q.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상황이 나아질까요?

A. 시늉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립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시행도 하지 않고 있고, 제도를 안 지켜도 괜찮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진정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민주적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하는데, 너무 비민주적인 행태가 만연한 상태에서 기후정책들이 수립되고 시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길 틈이 전혀 없고, 당사자들의 현실과 괴리된 특정 계층에 입맛에 맞는 내용들이 노골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참여를 필수적으로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후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결국엔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정치 환경으로는 불가능한 점들이 많다 보니, 여러 활동가들이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기도 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연정도 하고, 집권을 하면서 전반적인 기후정책 기조를 바꿔낸 사례들이 있는데 국내에선 그렇게 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처음부터 큰 변화를 만들 순 없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주 만나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더 멀리 이야기를 확산시켜나가야 해요.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주류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 시작은 결정적으로 기후위기가 당장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실천을 통해서 감수성을 높이고 그런 감수성이 조금 더 적극적인 기후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죠. 이런 것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녹색연합이 ‘기후위기의 증인들’이라는 컨퍼런스를 최근까지 진행해왔었는데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기후위기에 대해 당사자가 증언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알리려는 걸 목표로 했었어요. 이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고, 우리 모두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대중적인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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