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 도시개혁센터 1대 도시대학장 최병선 교수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22.07.13. 조회수 16956
스토리

[도시개혁 24호/여름호,재창간2호] [칼럼1 - 최병선 교수 인터뷰]

“도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장소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


‘시민들의 절대적 지원 없이는 새로운 개혁 이뤄내기 어려워’


- 도시개혁센터 1대 도시대학장 최병선 교수 인터뷰 -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간사
dongi78@ccej.or.kr


 
지난 5월 26일 경실련 사무실이 위치한 대학로 인근에서 도시개혁센터 고문(1대 도시대학장)으로 계시는 최병선 교수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아침 일찍 조찬모임을 갖기도 했고, 다양한 주제로 분과별 활동이 매우 열정적으로 이루어졌었다는 초창기 이야기들 들으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도시개혁센터가 창립 당시의 열정을 다시 뜨겁게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 들었습니다.

어떤 자리에 계시든 자신의 위치에서 공익적 가치와 시민사회를 위해 노력해오셨던 경험들이 참 귀한 도전이 됐고,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도시개혁센터에서 활동해주시는 위원님들, 회원님들 한분 한분 떠올리며 감사했습니다.
 


 
Q.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1997년 6월 창립했습니다. 1년 전인 1996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창립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태동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봐요. 당시는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민주화 바람이 강하게 불던 때였어요. 이를테면 87년 헌법 개정부터 시작해서 91년에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됐고, 93년 민주화 선봉에 섰던 김영삼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우리 사회에 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죠. 민주화 이전에는 관치행정의 시대여서 정부가 대부분 정책을 밀실에서 결정하고 처리했는데 이제 시민이 주인 되는 사회가 도래했으니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정부를 상시로 감시하고 정책수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의식이 팽배하면서 그 중심조직으로 경실련이 창설된 것이죠. 여기에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대형 사고의 충격이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기름을 부어 시민사회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도시의 안전, 개혁, 혁신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경실련 내에 부설기구로서 도시개혁센터를 창립하게 됩니다. 당시에 센터창설에 대한 학자와 실무전문가들의 호응이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199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UN 해비타트에 참여했던 권용우 교수 등 경실련 내부 주요 도시전문가들이 이제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주거와 도시발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강한 문제제기를 했던 것도 중요한 배경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조직이 세워지려면 누군가 앞장서야 하는데 마침 경실련에 주택, 지리, 도시계획, 토목, 건축 등 각 분야 학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있어서 그들이 주축이 됐던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의 주도 아래 도시관련 주요 국책연구기관들이 합동으로 도시 선진화 방안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연구결과에 반대하는 저항 세력들로 인해 예정돼있던 대통령 재가가 갑자기 중단되는 헤프닝이 발생한 일도 있었어요. 이런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식 있는 다수 시민의 강력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당시 경실련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민사회단체였던 까닭에 여기에 부설로 도시개혁센터를 세우는 것이 도시 선진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고 펼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1대 도시대학장을 맡으셨어요. 도시대학은 도시개혁센터 설립과 함께 1997년 1기를 시작으로 2014년에 20기까지 진행해오다가 중단됐는데 올해 다시 21기를 열려고 합니다. 도시대학 시작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도시개혁이나 선진화를 위해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대안을 만들어도 기득권의 저항이 심할 경우 이를 뚫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많았어요.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원 없이는 사회 개혁을 이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지요. 때문에, 도시개혁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산하여 도시개혁 운동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를 양성하기 위해 도시대학을 시작했어요.

도시대학에서는 의식있는 시민들에게 도시 및 환경정책에 관한 당시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이론과 실제를 교육해서 이들이 도시문제를 바르게 이해하고 정책 수립과 집행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주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왔어요. 처음에는 일반 시민만을 대상으로 하다가 곧이어서 지방자치단체 의원과 공무원에게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어요. 자치단체 의원이나 공무원도 도시문제를 단순한 행정이나 인허가 업무로 바라보는 관성에서 벗어나 도시적 상상력을 키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게 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지요.

Q. 경실련과 인연을 맺게 되신 계기와 활동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활동은 어떤 활동이었는지 궁금합니다.

88올림픽 끝나고 땅값, 집값이 엄청 상승합니다. 1990년 전후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어요. 저는 그런 문제에 대응해서 국토연구원에서 토지공개념 연구를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가 탄생하면서 그 첫 번째 시민운동주제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택하게 돼요. 저로서는 토지공개념을 위해서는 국민적 호응과 지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경실련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거예요. 저는 주로 연구원에서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들을 필요에 따라 경실련과 공유하는 역할을 했어요.

연구원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토지전수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상위 5%가 국토의 약 65%의 땅을 갖고 있다는 게 밝혀지게 돼요.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토지공개념에 대한 여론이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형성돼요. 경실련은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데 든든한 동력을 얻게 됐고요.

토지공개념이 경실련의 초기 핵심적 시민운동 주제로 채택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경실련 창립 과정에 관여하게 된 거예요. 도시개혁센터 창립 이전부터 경실련 창립에 관여했지만 당시에는 준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면서 활동하는 건 곤란했었어요. 대학교수가 되면서부터 공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죠.

Q. 도시개혁센터가 초창기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분과별로 사업을 추진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조직적으로 분과도 없어지고 오랜 기간 서서히 활동이 축소됐었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분과 활동을 시작하면서 도시개혁센터가 새롭게 도약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도시재생, 도시주거, 도시교통, 도시안전, 도시숲 5개 분과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는데, 각 분과 이슈나 분과활동 등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국토균형발전은 우리 국민의 오랜 관심사이자 도시 정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데 현재 구성된 분과구성에서는 빠져있네요. 균형발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는데 특별히 제외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토공간이 균형있게 성장해서 우리 국민이 국토 어디에서 살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도시개혁센터의 핵심 목표이기도 할 거예요. 균형발전 분과도 조만간 곧 신설되길 기대합니다.

지금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예요. 기후적 측면뿐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시대가 급변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이제는 대면뿐만 아니라 비대면 활동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서서히 진행되어오고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사태와 더불어 속도가 빨라진 듯합니다. 이 문제에도 신속한 대응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시개혁센터가 전문인력과 시설의 확보 등에서 당장 이런 부분에까지 신속하게 대응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의 분과 단위에서 부분적으로 대응하던가, 아니면 구호만이라도 미래사회에 대비하겠다는 언명은 해야 될 거예요.

Q.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에게 또 지자체장들에게 제안하고 싶으신 도시개혁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도시라는 공간이 시장을 통한 사익 추구의 장소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장소로 인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이런 관점에서 도시 정책, 국토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인간 중심 도시, 균형 잡힌 국토, 시민 삶의 질 향상 등이 도시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해요. 지금은 재건축, 부동산 투기 등이 도시 정책과 민심의 핵심 대상이 돼 있는데, 이런 현상은 도시를 사익 추구의 공간으로 보는 까닭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금은 도시가 사익 추구의 대상으로 상당히 기울어진 측면에 있는데 이걸 바꿔야 해요. 시민 모두에게 이로운, 삶의 질이 높은 그런 장소로서의 도시, 공동체로 만들어 가야 하고, 따라서, 인간중심, 지속가능한 도시, 균형 잡힌 국토 등에 보다 높은 가치를 두는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구호가 아닌 실천을 해야 해요. 구호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지금도 공약은 다 공익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잖아요. 구호로 국민을 현혹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Q. 작년부터 많은 신입 위원들이 영입되었고, 앞으로도 5개 분과 외에 분과를 더 확대하며 분과에서 활동하실 정책위원들을 영입할 예정입니다. 선배 위원으로써 후배 위원들에게 경실련 활동에 대한 조언과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모임을 활성화하라고 하고 싶어요. 초창기에는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가능한 대로 자주 모이려고 했고, 분과별 모임도 활발했어요. 시간이 서로 맞지 않으면 조찬으로라도 모여서 돌아가면서 밥값 내고 주요 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죠. 상당히 활성화돼 있었어요. 잘 되는 조직에는 활성화된 모임들이 많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려면 가급적 모든 위원, 회원들이 역할과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사람이 원래 역할이 있으면 일을 하게 돼 있어요. 할 일이 없으면 자연히 멀어지게 마련이죠. 내가 이 조직에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역할을 주고 참여의식을 높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도시개혁센터는 학술적 주제보다는 실용적 주제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시민들 피부에 와 닿는 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습니다.

Q.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와 책자발간이 2007년 중단된 후로 올해 1월 거의 15년 만에 다시 재발간 하고 이번 호가 두 번째 호인데 도시개혁센터 회원님들과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자 재발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중단 없이 시민사회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도시를 개혁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데 그 개혁의 방향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해요. 그래야만 실천가능하고 현실화 될 수 있어요.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도시개혁센터에 참여하니 나에게 이런 유익함이 있구나 하는 점을 거듭 느끼게 해줘야 해요.

도시개혁센터 회원은 우리 사회의 개혁을 위해 시민 역량을 결집하는 주체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최병선 교수 주요 경력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1대(1997년~2000년) 도시대학장 역임


- 국토연구원 제11대 원장


-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2000년~2002년) 제16대 회장


-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


-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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