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각

관리자
발행일 2008.01.11. 조회수 523
칼럼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


‘성장 중심의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권인수위가 구성되어 활동을 개시하였다. 누구를 찍었던 간에 당선된 만큼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에 큰 기여를 해 주길 바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바램 일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는 현실적 적합성에 따라 판단하면 금방 정답이 나올 정책사안마저도 이념적 대립의제로 변질되었다. 여야 간 정치투쟁의 이슈로 변화된 것을 많이 경험했던 국민들로서는 이명박 정부가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통합적 관점에서, 특히 정치적 반대자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수위가 구성되어 활동한지 보름정도의 시간을 보면 위와 같은 국민들의 순수한 바램은 무시되고, 압도적 표에 기대어 오만과 독선으로 치닫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와 걱정을 갖게 된다. 이명박 당선자 측근들의 행태나 충분한 합의와 검증 없이 연일 쏟아내는 인수위 정책들을 보면 구태를 재연하고 있고, 과거정부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당선자의 측근 실세라는 사람은 정권교체 이후에 ‘세상이 바뀌었다’라는 것을 웅변이라도 하듯이 1만명을 동원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있다. 또한 수많은 문제제기와 논란이 있고, 전 국토의 개조작업과도 같아 한번 손대면 절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대역사인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듣지만 공사는 진행 한다”, “내년 초에 착공하여 임기내 마무리 한다”, “반대의견을 들으면 반대의견이, 찬성의견을 들으면 찬성입장이 옳은 것 같은데 역사의 평가를 위해 공사는 진행 한다”는 안하무인식 행동과 언사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수위 구성과정에서 당선자 주변 인사들의 측근인사 심기 경쟁에 대한 보도를 접하며, 나는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의 불신을 받게 된 것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무절제한 언사와 태도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과거에서 전혀 배우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에서 연일 발표해대는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뒤집기 정책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책이란 현실 적합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반드시 문제점이 드러나고, 본래 취지와 달리 정책 환경에서 생각지도 못한 요인에 따라 엉뚱하게 작동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경우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위에 신중하고도 세밀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개선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일거에 모든 것을 해치우려는 태도는 그 휴유증이 심각하고 결국 정책 대상자인 국민들의 피해만 가중된다.


현재 인수위는 마치 지난 10년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친재벌이라는 것외에 의제에 따라 논리도 변하여 일관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재벌적 정책들의 양산이다. 재벌의 문제는 역사적으로 누적되고 현재도 진행되는 한국적 문제이다. 선진국의 어느 기업의 총수가 1~5%의 지분으로 수십개의 기업을 지배하고 황제처럼 군림하며, 불법 상속에 비자금으로 경제영역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영역까지도 힘을 미치고 있는지는 그 예가 드물다.


한국적 기업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를 공언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글로벌 원칙이란 미명으로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 문제를 제어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제도가 작동한 지난 21년간 정부는 전부 반기업적이고, 성장 반대론자이고 반 글로벌주의자들만 모여 제도를 운용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현실적 상황변화로 인해 제도 개선의 필요가 있다면, 먼저 폐지를 공언할 것이 아니라 폐지했을 경우에 대한 현실적 우려도 신중히 고려하여 대안에 대한 검토와 이에 따른 합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온당한 태도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수위는 반글로벌적인 정책도 공언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100대 은행 중 얼마나 많은 은행이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적으로 금산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금산분리가 글로벌 원칙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원칙을 무너뜨렸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고려 없이 결정만 하면 그만인 것처럼 보인다.


신문과 방송 겸업 허가도 방송의 공공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분리되어 왔고,  우리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왔던 것들인데 사회적 합의없이 밀어 붙이고 있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다. 100개 자율고등학교 신설과 대학입시의 대학이관 등으로 벌써부터 학원가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대학들은 실질적인 본고사 부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왜 수능을 도입하고, 과거 군사정권때부터 평준화를 유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이 없다. 이렇게만 하면 과외비도 줄고, 입시전쟁도 사라진다면 쌍수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돈 없으면 앞으로 아이들 교육 포기해야 한다”“이제는 중학교, 초등학교부터 입시전쟁이고 과외도 경쟁이다”는 학부모들의 고통에 찬 목소리는 왜 들으려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최고명문 대학이라는 곳이 편입 부정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이 대학 저 대학에서 분규로, 비리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입시관리 공정성 확보에 대한 고려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대운하로 벌써 관련 지역은 크게는 10배까지 뛰고 있다. 그런데도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자 측근들은 앵무새처럼 공사추진만을 되내이고 있다.


큰 표차로 당선되었으니 무엇이든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집을 보고 투표했다고 보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 대선은 정책 선거는 철저히 실종된 선거라고, 이명박 당선자의 긍정성 보다는 오히려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적 성격에 의해 진행된 선거라고 대다수 국민들은 말한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공약했던 것 들 하나하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현실적 정책 정합성과 적실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취임식 이후에 충분한 의견수렴과 토론으로 단계적으로 정책 추진을 하여야 한다. 모든 것을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같은 것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정책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들 생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이 NO하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수위는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지난 정부의 정책현황과 상황을 파악하고 새 정부의 정책과 공약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관점으로 지난 정부의 모든 것을 없애려는 태도로는 결코 이명박 정부 5년을 성공한 정부로 만들 수 없다. 이명박 당선자와 그 측근, 인수위의 신중하고도 지혜로운 행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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