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외교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의 사용을 경계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8.03.12. 조회수 2201
국제

외교통상부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적개발원조의 확대와 대외원조기본법 제정 등의 노력을 통한 기여외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언론보도와 외교부 업무보고를 자세히 보면 새 정부가 자원·에너지 외교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의 수단적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과의 공동 ODA를 추진하겠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가 전략적 사용을 위한 ODA 연대는 없을 것이라며 외교부가 해명한 적이 있다. 이제는 자원을 위한 외교와 ODA를 연결 짓고 있다. ODA의 기본적 취지를 망각한 채 국익과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게나 ODA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수단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다. 

한국은 현재 2010년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가입을 위해 특별동료평가(Special Peer Review)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에 준하는 해외원조를 약속하는 선진국의 모임에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연일 터져 나오는 ODA의 수단적 사용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경실련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자원외교를 위한 수단적인 ODA 활용이 아니라 세계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원이 되어야한다.

ODA는 선진국이 수원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공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을 말한다. ODA의 지원에 있어 국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ODA의 기본 목적이 무엇인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ODA는 자원외교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여 자원부국(富國)인 중동과 아프리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잦은 분쟁으로 빈곤과 인권탄압에 힘들어하고 있는 수원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원되어야 한다. 과거 ODA 지원규모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국익을 위한 지나친 활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일본의 원조를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본 목적에 충실한 ODA의 사용은 국익적 수단으로서의 활용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른 이행이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외교의 시작이 종국에는 공여국과 수원국 양국의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과 메카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원조에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 원조의 효과성이다. 2005년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한 ‘파리선언’에서도 주인의식, 원조조화, 원조성과관리, 상호 책임성강화의 원칙을 말하여 이행을 촉구하고 그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ODA를 지원할 때도 우리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방적이고 수단적인 지원보다는 수원국을 참여시키고 그들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여 원조의 조화와 상호 책임성 있는 ODA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통상부는 자원외교를 강화하다 보면 해당 국가로부터 ‘자원만 빼가려 한다’는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우니 ‘적절한 문화외교’가 수반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문화외교를 말하고 있다. ODA의 수단적 활용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문화외교로 막으려는 계산이다.

하지만 몇 번의 영화제와 유학생초청, 공연단 파견이 불손한 의도의 ODA에 대한 수원국의 눈과 국제사회의 귀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손한 의도의 한국 ODA가 어떠한 목적으로 자신의 나라로 찾아왔는지, 무엇을 자국에서 빼가려 하는지, 그들은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며 이러한 목적의 원조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년초에 필리핀의 한국 대사관 앞에서는 한국의 ODA로 지원되어 건설되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남부철도 건설로 인해 부당하게 이주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필리핀 도시 빈민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수원국의 국민들도 이제 부당한 원조 이행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발을 진행함에 있어 인권, 젠더, 환경, 거버넌스 등에 대한 다양한 배려가 요구되고 필요한 시점에서 국익과 실용을 위한 ODA의 사용 노력은 오히려 원조를 해놓고도 반감을 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외원조 정책 시스템의 기능적 재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정부는 지금껏 ODA 집행의 기본 철학과 기본법도 없이 이를 진행해 왔다. 30여개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원조사업으로 인해  ODA 사업의 중복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이 실용적인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ODA가 국가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위협하고 30여개 부처에서 실시되는 ODA 사업에 대해 조정하고 협의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 현재 ODA 집행시스템으로는 국익에도 실용외교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정부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대외원조 정책 시스템에게까지 미치지 못한 점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경실련은 대통령인수위원회에 “한국 대외원조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며, 한국 대외원조의 운용을 여러 부·처에서 ‘외교통상부’로 총괄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용시스템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과거 정부가 이미 약속한 ODA의 확대만 확인해주고 있을 뿐 원조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의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여외교를 통한 세계의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외원조 정책 시스템을 기능적으로 재편하여 이행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원조 시스템을 마련한 뒤에 대외원조 지지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원조 규모를 확대하고, 대외원조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다른 무엇보다 외교력에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는 새정부에 다시 한 번 더 기대를 가져본다.


[문의 : 국제위원회 02-766-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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