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현황과 그 문제점

관리자
발행일 2020.11.23. 조회수 6081
칼럼

[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 시사포커스(1)]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현황과 그 문제점


– 경자유전의 원칙 강화를 위하여 –


 

오세형 재벌개혁본부 팀장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탁경영은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농지 이용현황은 그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무분별한 농지전용이 횡행하고, 특히 비농민의 농지 소유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정부가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만큼 경자유전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농지 소유에 관한 농지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농지 소유 현황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조사결과, 전체 공개대상자 1,862명 중 719명이 농지를 소유하여 38.6%의 비율을 보였다. 중앙부처는 200명으로 10.7%, 지방자치단체는 519명으로 27.9%였다. 총 소유 면적은 311ha(약 942,050평)이고, 총 소유 가액은 1,359억 원이었다. 1인당 평균 농지 소유 규모는 0.43ha(약 1,310평), 1인당 평균 가액은 약 1억 9천만 원 정도이다. 이 현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들의 경우 농지의 평균 평당 가격이 7~8만 원이고, 최대 15만 원 이상이 되면 농지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기 힘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2018년 벼농사의 소득은 10a(0.1ha; 300평)당 68만 3천 원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자율이 연 3%라면 농업수익으로 환산한 농지 가격은 2,276만 7천 원으로 평당 7만 6천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농가 전체의 48%에 해당하는 487,118호가 경지가 없거나 0.5ha 이하를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소유 현황은 결코 작은 규모와 가액이 아니다.



농업은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식량안보의 역할 뿐만 아니라 쾌적한 경관 제공, 환경생태 보전 등의 공익적 가치가 크다. 그러한 공익적 성격의 핵심은 농지의 농지다운 보전과 이용에 있다. 그러나 농지의 경우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전용이 이루어져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의 농지자료에 따르면 논과 밭의 경지면적 2012년 173만ha에서 2019년 158만ha로 7년간 15만ha가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1만5천ha씩 농지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여의도 면적(290ha)의 50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면적감소와 함께 비농민 소유의 농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농업인 소유의 농지가 줄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는 비농업인이 소유하고 있다면 농지의 생산성은 물론, 공익적 기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없으며, 농지투기와 직불금 부당수령 등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질서를 갖추고, 사유재산권이 보호되는 나라에서 토지나 주택의 소유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재산권의 내용에 한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제한을 할 수 있다. 토지 가운데 특히, 공익적 성격이 매우 강한 농지는 더욱 그러하다. 무너진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바로 세우도록 농지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금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비농업적 이용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농지 소유의 경우,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 배우자 등 가족의 소유라고 하여도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도 발생할 여지가 크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의 문제를 환기하기 위하여 공직자 농지 소유의 문제를 든 것이지만, 공직자의 농지 소유는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농지 소유와 개발 등에서 공직자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와 재산상의 이해관계가 있거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 등을 부당하게 활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실현할 개연성이 매우 큰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금지나 국가공무원법상 겸직금지 등의 내용에 농업과 농지 소유 등에 관하여 보다 명확하게 적시할 필요성이 있다.

계속 반복하지만 농지는 국민의 식량공급과 국토환경 보전의 기반이고, 농업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으로, 그 공익적 성격이 매우 크다. 더욱이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도 및 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하였고, 원칙은 무너져 내렸다. 농지의 공익적 성격을 회복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쓰는 오늘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대정원에서 기념식 행사를 크게 하고 직접 참석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농지개혁정책을 간절히 바란다. 덧붙여 이번 발표를 계기로 ‘가짜농부 뿌리뽑기’운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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