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을 실질적으로 단행하라

관리자
발행일 2000.02.10. 조회수 2472
경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재벌들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들의 자기개혁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재벌들에 대한 새정부의 권고는 재벌의 의사결정권이 독점되는데서  오는 비효율울 제거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에 몇몇  재벌들은 경영체제 혁신을 위해 기조실과 비서실  축소, 사장단 회의 폐지,  이사회 중심의 경영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 하고 있다.


그러나 10대 재벌의 현황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 대부분 그 개혁이 실질적으로 단행되지  못하고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경실련에서는 현재 10대재벌들의 경영변경현황에 따른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기조실 폐쇄는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많은 계열사를 기조실이나 비서실 등을 통해 총수 일인이 독점해온  재벌의 경영권은 각 계열사에게로 분산되어야 한다. 총수에 의한 독점적 경영은 불투명경영으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아니라  정경유착의 계기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재벌의 기조실 개혁을 보면 미온적이다.


현대 같은 경우 종합기획실 인력을 감축하고 비상경영기획단에  이관하기로 하였고 대우는 비서실을 해체하기로 발표는 했으나 비서기획업무는 주력 계열사인 (주)대우의 세계경영추진본부에 이관하기로 하였다. 또한 삼성이나 SK같은 경우는 비서실 축소후 그 업무를 주력 계열사에 배치하거나 흡수합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개의 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벌들이 기조실이나 비서실의 역할은 폐지가 아닌 축소 수준으로 재편하며  그 업무는 주력계열사에 이관하는 형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벌들의  움직임은 총수에 의한 배후경영을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조치이다.


10대 재벌중 오직 LG와 쌍용만이 경영구조개선에 노력하고 있을 뿐 한진이나 한화, 롯데, 금호 등은 내부논의만 거듭할 뿐 그 계획조차 밝히지 않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경영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그릅회장제, 사장단회의 제도, 그릅중심 인사제등이 전면 폐지되어야 함은 물론 불법적으로 군림해 온 기조실과  비서실을 완전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형식만이 아닌  기능까지도 폐지하여 개별 기업들이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될 수 있는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주총을 정상화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구조를 개선하는 것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2. 총수의 대표이사선임은 책임경영의 취지를 살려 이루어져야 한다.


 재벌 총수들의 독점적 경영을 막고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총수의 대표이사취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룹의 총수가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직접  맡는것에대해선 환영한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가 악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들이 주력회사 선별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과다한 계열사 챙기기로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SK의 경우 최종현회장은  5군데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고 LG의 구본무회장은 무려 5~6곳의 계열사에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재벌  총수들은 대표이사를 빙자해 또하나의 총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러한 재벌들의 움직임은 책임경영의 본래취지를 벗어나 가능한 많은  계열사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이다.


또한 현대 경우 정주영회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명예회장, 정몽구회장은 현대정공 현대 자동차써비스 현대 산업개발 인천제철  대표이사 회장, 정몽헌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회장이라니 이름도 모호하거니와 그 기형적 역할이 우려된다. 재벌은 총수의대표이사 취임에서 기대되는 본래의 취지를 왜곡하지  말아야한다. 주력기업을 냉정하게 선별하고 실질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그 회사 경영에만 전념하고 타 계열사는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3. 사외이사는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임되어야 한다.


10대 재벌 중 이번에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예로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 대우통신의 경우 총  9명의 사외이사중 3분의2가 총수를 견제하려는 역할과는  관계없는 전현직 관료나  언론인들로 구성되어있다. 다른 재벌들도  위와같은 수위로 결정을  했거나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식의 구성은  사외이사제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첫째로 사외이사의 도입실정이 미흡하다. 도입한 기업도 많지 않은데다가 도입한 재벌의 경우 그 비율이 매우 작다.  이는 사외이사가 제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둘째 선임된인사들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 선임된  인사들이 대부분 친재벌적 인사들로서 전현직 관료, 언론인등으로 구성이되어있다. 이는 사외이사의 기능이 대정부나 대언론 로비스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한화그룹의 경우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만 선임했다고 하니 재벌개혁은 형식적이다. 현대의 경우 이미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정보기술 금강기획 현대방송에 총 7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중 5명이  교수이고 나머지가 각각 변호사와 기업 고문이다.  외양으로 보면 그 구성이  타당해 보이나 기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들의 역할은 기대밖이 될 것이 분명하다.


셋째 사외이사가 악용되고 있는 점이다. 사외이사는 총수 가족에 의한 경영권 전횡을 방지하기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그러나  재벌들의 사외이사 현황은 형식적 외양을 통해 독점경영을 그대로 유지하기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만일 이 제도가 그 취지를  잊는 다면 또다시 상명하달식의 불합리한 독점경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외이사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그것은 총수의 독주를 견제할 사람들로 구성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나 근로자, 채권단처럼  총수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집단이 추천하는 일정비율의 사람들로 사외이사가  구성되어야 한다. 사외이사제를 통해 독점경영을 견제하고 참여경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외이사제의 도입은 재벌의 독주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가 될  것이다. 아직 주총을 거치지 않은 삼성, SK 등의 사외이사 도입결과가 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재벌들의 자기개혁은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1998.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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