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규제완화책, 도심의 역사성과 문화성은 어디로?

관리자
발행일 2004.05.05. 조회수 2374
정치

1. 개요


   서울시는 지난 4월 16일 도심 5개 재개발지역에서 주거비율을 높일 경우, 용적률과 높이제한 등을 대폭 완화하는 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안)[이하 변경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친환경 개발, 역사 문화 복원이라는 청계천복원의 취지와도 전면 배치되며 상위계획인 도심부발전계획(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것으로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서울시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안) 추진의 문제점



1) 변경절차


○상위계획이 확정된 후 재정비계획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2002년 7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이하 발전계획)’에 착공한 후 두 차례에 걸친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공론화과정을 거쳤으며, 그 결과를 2004년 6월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청계천 복원에 따라 새롭게 도심부 개발원칙을 설정하고 그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기 위한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계획의 절차상 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은 상위계획인 발전계획이 확정된 후 이 계획내용에 맞추어 변경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시민들에게 발표된 상위계획인 도심발전계획(안)을 무시하고 변경(안)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이는 상위계획으로 개발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기존의 도심재개발기본계획을 변경함으로써 청계천 복원으로 조성된 도심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더욱 극대화하여 개발업자와 토지소유주를 일방적으로 편들고자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서울시가 이미 공론화과정을 거쳐 확정 직전에 있는 상위계획을 무시하고 서둘러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청계천복원에 따라 스스로 제시한 계획의 필요성과 계획수립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올 10월까지 청계천복원에 따라 새롭게 재정비된 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따라서 기본계획변경이 절차적 정당성과 체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본계획 변경(안)을 철회하고 발전계획 확정 이후 재정비계획과정을 통해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수립되어야 한다.



2) 변경 이유의 불합리성


○도심공동화의 문제를 서울도심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서울시는 도심공동화 방지를 위하여 도심주거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 서울 도심은 주택재고 및 거주인구수는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과세대장에 근거한 지난 10년간 주거용도 총연상면적은 매년 약 5만평 정도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공동화 현상에 수반되는 범죄율 증가, 슬럼의 확산 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공동화를 우려할 수준이 아님은 명백하다. 또, 강북 균형발전촉진지구, 뉴타운 추진 등으로 도심인근에 인구 유입이 예상되어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통한 개발사업 활성화는 설득력이 없다.



○도심 주거유입으로 직주근접을 실현할 구체적 수단이 없다


  도심에 주상복합을 많이 건설하여 직주근접을 실현하고, 이를 계기로 교통량까지도 줄여보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교과서적이다. 최근 건설되는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고소득층을 겨냥하여 대형평형이 분양되고 있다. 이번에 추가로 제공된 높이완화 등 인센티브 역시 인구 유입보다는 주택규모의 대형화, 고급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도심에 근무하는 사람이 도심에 거주할 수 있는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는 도심주거가 직주근접을 실현하여 도심교통문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에 불과하다. 오히려 주거인구 유입으로 인한 도로 과부화, 학교, 공원, 교통체증 등 기반시설 부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3) 계획 내용의 문제
○ 과도한 주거기능 유도는 도심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저해한다.


  도심은 역사, 문화, 상업, 공공시설 등 도시 전체 시민들의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이 입지해야 하며 그에 걸맞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의 도심도 이런 원칙에 의해 관리되어야 하며, 따라서 도심의 공동주택을 양산하는 서울시의 변경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주상복합건물이 일부 주거기능을 유도하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현 제도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미 이루어진 사업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어 적극 유도하지 않아도 사업이 가능하다. 이번 변경안대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도심재개발사업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일색으로 지어질 것이다. 초고층 주상복합이 섬처럼 들어서는 동안 도심주변의 주거지역은 정책부재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로 더욱 열악해져 이제는 강남북 불균형이 아닌 강북 내 불균형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높이기준 완화는 역사문화환경과 자연환경 보존의 원칙에 어긋난다. 


  발전계획(안)에서는 도심부의 높이기준을 90미터 이하로 유지하고 도심 주요 조망축과 사적보존 및 청계천 수변경관축 유지를 위해 일부지역의 높이기준을 강화하되, 전략개발지역의 최고높이를 일부 완화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도심부 높이기준을 90미터 이하로 한 것은 사대문안의 역사문화공간을 보호하고 세계도시 중 유일하게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자연경관인 내사산의 주요 조망권을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변경안은 이러한 발전계획의 원칙을 무시하고 주상복합의 높이를 현재의 높이기준인 90미터에서 150%까지 완화할 수 있게 하여 최대 135미터에 이르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기본계획 변경안에 의해 초고층 주상복합이 건설될 경우 종묘, 창덕궁, 경복궁, 명동성당 등의 역사문화공간과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의 조망은 크게 훼손될 것이며, 도심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공간을 일부층이 독점하는 대신 일반 시민들은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경관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도심부의  높이기준완화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도심부에 초고층 주상복합을 허용할 경우, 서울시는 역사경관을 팔아 집장사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사선제한 완화는 시민보행환경을 악화시킨다.


  사선제한규정은 최소한의 일조량 확보와 건물 전면부가 박스형태의 고층건물로 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사선제한이 완화되면 도로에 맞물려 고층건물의 외벽이 높게 나타나게 되고 이는 바람길 및 일조에도 영향을 주어 보행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일조권에도 문제가 발생하여 도심거주자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이들에 수반될 세대당 2-3대의 차량이 도로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것은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행권확보 및 도심 주거를 활성화하려는 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3. 우리의 요구


  1990년대 말 도심활성화를 위해 단편적인 규제완화책이 시도되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도심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당장의 개발사업 활성화에 집착하여 용적률과 높이인센티브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계획 절차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무리한 기본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그 내용이 도심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심기능을 약화시켜 일부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서울 시민전체는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단편적인 도심 규제완화방침을 담고 있는 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상위계획인 도심부발전방안이 확정된 후, 올해 말까지 재정비되는 도심환경정비기본계획과정을 통해 면밀한 검토와 시민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공정하고 객관적인 계획수립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문의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766-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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