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가슴만 멍들게 하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관리자
발행일 2006.02.28. 조회수 2818
부동산

 


 건설교통부가 23일부터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의 대출금리를 연 5.2%에서 5.7%로 인상하고, 대출요건도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이하에서 3,000만원이하로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근본을 바꾸겠다며 발표한 ‘8․31종합부동산대책’ 중 공급자가 아닌 주택소비자를 위한 유일한 정책으로, 지난 2001년 7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정책을 재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한 작년 11월 7일부터 지금까지 3개월 만에 3번이나 정책을 변경하는 등 졸속으로 운영하여 사실상 ‘서민들의 내집마련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을 상실하게 되었다.


첫째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금리가 시중은행의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할 때 더 높은 금리이거나 비슷한 수준이며, 둘째는 대출신청 대상자들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대출자격의 상한선인 부부합산 연 3천만원의 소득자가 소득의 43%를 고스란히 은행의 대출금을 갚도록 되어있는 높은 대출상환금 부담으로 주택구입을 포기해야할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8․31부동산종합대책’은 서민주거 안정과 투기수요억제 그리고 부동산가격 안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정책 방향에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지원‘ 명목으로 포함된 것이었다.


  그러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제도 재시행 발표 때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8․31대책’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 구축을 목표로 하면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이란 단기정책으로 기존 주택금융체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2001년 7월부터 시행중이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정부가 장기주택금융인 모기지론(보금자리론)을 서민 주택마련에 기여하고 단기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도입하면서 중지되었던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론과 특별한 차별성이 없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제도를 재시행하는 것은 정책의 중복이며, 정책효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우며, 겨우 정착단계에 있는 모기지론의 위축만 가져올 것이다.


결국 서민층을 지원한다며 주택금융공사를 만들어 모기지론을 시행하면서도 생애 첫 대출제도를 부활시킨 것은 정책적 모순이며,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8․31대책’이 서민정책임을 포장하기위해 졸속적으로 급조된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둘째,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장기주택금융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단기정책도 기존의 장기적 정책과 조화가 필요하며, 기존 주택금융과 비교하여 대상의 중복이나 금액의 차별화가 있어야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기존 모기지론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할 때, 기존 금융보다 낮은 금리, 12개월 한시적 운영, 대출신청 대상자의 중복, 대출금 책정 등에서 조건만 충족되면 대출이 되도록 하여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설계되어있다.


이것은 정부가 정책금리를 통해 경쟁력 있는 단기 상품을 제시하여, 기존 주택금융체계의 혼란, 주택금융시장내에서 불필요한 과다경쟁 유발, 주택금융시장 무력화 등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이었다. 이와 같은 우려는, 그동안 단기채권위주의 금융시장에 20-30년 장기채권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던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부 증권(MBS) 발행이 보류되거나 모기지론 판매액도 절반으로 떨어진 것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위축된 주택금융시장에서 고객확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30년만기 보금자리론(초기 소액 상환- 만기 대출금의 50%)’을 출시하여 가계부실을 예견하면서도 위험부담이 있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중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 하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단기상품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제도입하여 부동산 금융시장의 단기화를 조장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장기채권인 모기지론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셋째는 주택대출자금이 투기자금화되는 것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하여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도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이 아니다. 금융 거래에서 기본은 대출금 상환능력과 신용의 유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주택금융도  대출금 상환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소득에 비례한 적정한 대출금 책정으로 이러한 부실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당초 세대주 본인의 연소득 5,000만원에서 부부합산  3,000만원으로 제한되었지만, 일정한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무주택자인지 유주택자인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대출이 가능하고, 소득에 비례한 대출금 책정이아니라 집값에 맞춰 대출금이 책정되는 것 등으로 실수요자를 엄격히 가려내어 투기자금화 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부실화를 예방하는 조치들이 빠져 있다.


때문에 실제로 그동안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내역을 보면, 대출자금의 64%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대출자들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어 사실상 주택관련 대출이 투기자금화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민층 지원을 위해 만든 국민주택기금으로 중산층을 지원하도록 만들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1개월 앞도 예측 못해 서민들의 가슴에 멍들게 하는 널뛰는 정책에 대해, <경실련>은 정부가 정책 수립에서의 합리성과 치밀성, 정책집행의 일관성, 정책의 집행에 따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최근 8․31대책 이후 쏟아냈던, 발코니 확장, 재건축 용적률 적용, 재건축 승인권한의 중앙정부로 환원, 부동산 중개수수료 산정, 근거 없는 건축비 인상 등의 혼란은 ‘8․31부동산대책’이 집값하락의 근본 처방을 외면한 것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므로 정책수립과 집행의 체계를 조기에 혁신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8․31종합부동산대책’을 수립에 관여하고, 이후에도 졸속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는 관련 공직자들에게도 정책적 시시비비를 가려 엄격히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의 : 시민감시국 766-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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