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 나는 이렇게 본다

관리자
발행일 2022.07.29. 조회수 10647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7,8월호-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는 이렇게 본다


서휘원 정책국 간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 중이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들어가 겪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주변의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부각시켜 장애인의 실상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초 자폐인 변호사’ 설정 어떻게 봐야하나?

필자 역시 이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을 듣고, 의구심을 가졌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 변호사를 할 수 있나?’ ‘굳이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변호사로 등장시킬만한 이유가 있었나?‘ ’어설프게 장애 이슈를 다루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막상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기존에 가졌던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 드라마가 비록 장애인들의 처절한 삶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하더라도, 우리가 장애인들에 대하여 갖는 편견,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제법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화에서는 우영우의 선배 변호사인 정명석이 우영우를 팀원으로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정명석은 우영우가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 시험 1500점 이상이라는 이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았음에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것을 알고는 대표인 한선영에게 달려가 채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정도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명석은 우영우를 점점 팀원으로 받아들여 나간다. 시청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장애인을 볼 때 그의 내면에 있는 잠재력과 능력은 보지 않고, 장애라는 이름표를 붙 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3화에서는 우영우가 형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자폐인 김정훈을 변호하는데 이 화에서는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한지를 보여준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은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이러한 우영우의 독백은 장애인이 더 사회적 범죄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결국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천재 변호사를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건 뒤에 놓인 사람을 봐서 좋다

이렇듯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설정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다른 법정 드라마와는 달리,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건 뒤에 놓인 사람을 주목하도록 하여, 사건을 진실성 있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참 좋다. 필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비결이 단순히 자폐인 변호사를 주연으로 했다는 점 보다는,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본다.


이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는 다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하는 것에 주목하여 사건을 처리해가는데, 그 실마리에는 항상 사건 뒤에 놓인 사람이 있었다.


1화에서 우영우는 살인미수죄로 기소당한 노년 여성을 변호하게 됐다. 선배 변호사 정명석은 검찰이 집행유예를 주려고 결심한 사건이니 가만히 앉아 있으라 했지만, 우영우는 남편이 경제권을 다 틀어쥔 상황에서 피고인이 살인미수죄를 인정할 경우, 훗날 상속을 받지 못해 극심한 경제적 위기에 처할 것을 내다보고,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고 본다.


4화에서 우영우는 상속받은 논 부지가 20년 뒤 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며 100억원 이상의 보상금이 책정되자 첫째와 둘째 형에 의해 반강제로 서명을 해 보상금을 더 적게 받고, 세금을 모두 부담하게 된 막내 아들 동동삼의 사건을 변호한다. 이 사건을 맡은 우영우는 막내 아들이 처하게 된 상황의 억울함을 내다보고, ‘본인이 서명날인한 문서’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애쓴다.


6화에서 우영우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가서 엄포를 놓다가 강도상해죄로 4년형을 받을 상황에 처한 이북 출신 여성을 변호한다. 우영우는 이 여성이 딸이 너무 어려서 이대로 4년을 감옥에서 보낸다면 딸이 자신을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도망친 이후 5년 뒤에 다시 자수를 한 이북 출신 여성에게서 자신의 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여히 여겨 집행유예를 선고받게하려고 노력한다.


우영우는 대형 로펌에서는 찾기 힘든 바보스럽고, 순수한.. 그런 변호사이다. 사건 뒤에 숨겨진 사람에 주목하는 우영우는 우리들에게 사회적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래서 오늘날 보기 드문 '이상한 변호사'로 보일 뿐이다.


사실 우영우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우직하고, 바보스럽고, 순수한 변호사들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평범한 변호사들의 실제 사건을 각색하고 있다. 5화 에피소드의 원작은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인데, 이 책의 저자, 조성우 변호사는 "사건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사건 뒤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재판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법이라는 수단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초점은 사람이다.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에 집중하기보다 분쟁의 ‘상대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문제의 핵심에 놓인 사람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이유이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