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몰락의 교훈

관리자
발행일 2009.12.03. 조회수 520
칼럼

 


 


두바이 몰락의 교훈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


 


마침내 두바이가 몰락했다. 두바이의 개발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시작되었다. 곧 석유가 고갈될 사막의 도시 두바이로서는 어차피 몰락할 운명이었기에 마지막 도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었다.


 


 


고수익 미끼 건설 폰지게임


폰지게임은 고수익을 보장하며 사람을 끌어모은 후 실제로는 나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투자금으로 앞사람에게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의 금융사기극을 말한다. 계속 새로운 투자자가 있어야만 유지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무너지는 다단계 투자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시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방식으로 출현해 고수익을 미끼로 많은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라지곤 했다.


사막 한가운데서 대규모 개발을 시작한 두바이도 성격은 비슷했다. 미래의 개발계획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중동의 허브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세계 최초 7성급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아랍 호텔의 개장은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개발계획들도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달에서도 보인다는 인공섬 개발과 세계 최고층 빌딩의 건립을 비롯해 기발한 개발 계획이 줄을 이었다. 인공섬에 들어서는 초호화판 별장에는 청약자가 몰려들었고,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바이 정부는 끝없이 개발 계획을 내세웠다. 한때는 전 세계가 보유한 건설용 타워크레인의 4분의 1이 두바이에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개발이 최단기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두바이의 자연환경은좋지 못하다. 여름에는 사막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겨울에는 폭풍이 몰려오는 기후로 인해 유럽의 투자객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악조건을 상쇄하기 위해 두바이는 투자자를 위해 규제를 모두 풀었고, 투자자에게 불리한 노동쟁의는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다른 나라가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런 두바이의 전략은 구조적으로 성공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에 놀러가면 최고급 호텔을 찾는다. 전반적으로 숙박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최고급 호텔을 찾기도 하지만, 숙박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최고급 호텔의 카지노나 식당을 찾는다. 그러니까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영업이 잘되는 호텔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제일 호화로운 호텔이다. 그 이전까지 영업이 잘되던 최고급 호텔도 인근에 더 근사한 호텔이 들어서는 순간 2급 호텔로 전락해 순식간에 고객이 크게 준다. 그러니까 최고급 호텔은 인근에 새로운 호텔이 들어서기 전에 투자비의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한국판 두바이’ 새만금·송도


두바이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랜드마크 건설에 열을 올렸다. 만약 두바이가 성공한다면 아부다비가 가만히 있겠는가? 인근의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이 훨씬 좋은 새로운 랜드마크 인공도시가 들어설 것이다. 두바이의 지속가능성은 시작부터 희박했다. 투자자가 계속 모여야 하는 건설 폰지가 금방 끝이 보이는 조건이었다.


지난 몇 년간 필자는 두바이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지속가능성이 없던 두바이 개발을 칭송하기에 바쁜 정·재계 지도자와 언론이 답답해서였다. 새만금에도, 인천 송도에도, 부산에도, 여수에도 두바이 열풍이 불었다. 이제 두바이의 몰락을 목도했다. 한국의 두바이를 외치며 시작된 개발 계획은 어쩔 것인가?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


 


※ 이 글은 경향신문 12월 1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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