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금융위기는 재벌의 경영부실에서 기인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0.02.10. 조회수 2311
경제

전경련 회장단은 13일 모임에서 금융실명제의  전면유보를 주장했다. 전경련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궁극적으로  실명제에서 비롯되었고, 돈이  집안 장롱과 금고에서 잠겨 자금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사채시장이 얼어붙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민간저축률이 3%정도  떨어진 점을 제시하면서 유보 근거를 주장하였다. 또한 과소비가 조장되어 경제에 주름살만 가중시켰다고 주장하고 사실상 페지의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의 이러한 주장은 옳은 방향의 정책을 희생물로 삼아 자신의 기득권을 회복할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전경련이 유보의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들이 이론적 실증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만일 금융실명제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야기한 원인이라는 명제를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하거나 혹은 오늘의 경제위기가 금융실명제  실시와는 무관하다고 밝혀진다면 지금 전경련이 주장하고 있는 유보는 완전허구이다. 이에 경실련은 다음과 같이 전경련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1. 먼저 오늘의 금융위기가 금융실명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경기순환면에서 2년간의  하강기의 지점에 접근하는 시기로 기업들이 경제구조의 질적전환이 요구되는 구조전환기에 기술개발이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오히려 기고만장하여 무리한 확장과 낭비를 계속하였기 때문에 경기불황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80년대 후반과 93년에서 95년까지 호황의 경험을 하였으나 이 시기에 대내외적 경제상황으로 보면 재벌기업들이 구조재편으로 경쟁력을 유지했어야 하나 오히려  기존사업의 확장에 더 열을 올리고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였다. 이 때문에 불황기인 지금 재벌 혹은 대기업 집단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각사별 업종별로 사연들은 다르지만 자기자본비율이 10%이하 로 과도한 차입경영과  무리한 확장에 경영부실이라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지금의 금융위기도 대기업들의 경영부실로 인한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 그리고 외국투자자들의 부분철수, 외환잔고의 부족으로 인해 그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기의 궁극적 원인은 호황기에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재벌 혹은 대기업 집단에 있지 금융실명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2. 자금이 순환되지 않아 사채시장이 위축되어  중소기업 자금난이 어렵다는 점도 그 근거가 미약하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후 약  3개월간은 사채시장이 위축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후 사채시장은 되살아났고 현 시점에서는 사채시장이 여전히 그 규모가 크다고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명거래를 통해 사채시장이 오히려 활성화되었다는 지적이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자금난 특히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주식발행을 통한  직접금융보다는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 즉, 간접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기업의 속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면이 있다.


특히  신용평가기능이 낙후된 금융기관의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으로 자금조달을 위해 사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금융관행이 자금난의 근본원인이며 최근에는 연쇄부도로 인한 부실대출이 많아지면서 금융기관이 더욱 대출을 엄격히 한  대도 원인이 있다. 아울러  사채시장의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실명제가 자금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아울러 돈을 집안 금고에 두고 자금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현행 금융실명제의 비밀보호가 유지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에 근거하고 있으나 이는 금융실명제의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시행의 문제점 때문이다.


금융정보의 누설문제는 제도자체의 강화로서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결국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은 금융실명제 제도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의 원인은  금융실명제로 금융정보가 누설된다는  사실보다는 보편화되어 있는 탈세풍조와 권위적인 세무행정에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통보자체가 세무조사의 근거가 될 것으로 잘못 이해할 정도로 절박한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금융실명제를 페지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세무관련 불안감은 금융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조세제도와 조세행정의 혁신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실명제의 실시가 과소비와 저축의 감소를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특정 정책의 실시가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뱕힌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국민들의 저축형태가 정책변화가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토대로 하지 않고  정책변화이후 집계치로 나타난 저축률의  변화를 기초로 그 영향에 대한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저축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더라도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는 미약하다. 우선 국내총저축률을 보면 1987년 39.2%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인 1992년 34.9%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1996년의 경우 저축률이 다시 낮아져 34.6%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민간저축률의 경우도 금융실명제 실시직후인 1993년 1.4%P 하락한데  그치고 그 이후로는 안정적이다. 다만 1996년 떨어진 저축률은 1995년  하반기 이후 하강한 경기국면의  영향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소득수준이 감소하는 경기의 하강기에서는 저축율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5. 금융실명제가 과소비를 야기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는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세부담이 늘거나 지하자금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게되어 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세부담이 늘거나 자금노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적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세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에는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던 것을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실시로 기준금액인 4,000만원까지는 15%세율을 곱하여 계산하고 기준금액 초과분에 대하여는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하여 종합과세하기 때문이다. 1996년 자료를 토대로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약 29,000면정도 인데 이는 납세자의 1%도 안되는 인원이다. 즉,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납세자의 99%이상이 세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융실명제가 과소비가 야기했다는 근거는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오늘의 과소비풍조와 저축감소의 원인으로 금융실명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전경련이 주장하는 금융실명제의 유보주장의  근거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과학적인 근거없이  페지했을 경우 경기침체도  극복하지 못하고 실명제만 훼손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지난  4년동안 국민의 생활로 자리잡은 실명제를 이제와서 중단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지금 이시점에서 중지한다면 검은 돈 거래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을 것이며, 공평과세에도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전경련의 주장은 아직까지 비실명화하고 있는 2%정도의 기득권층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실명제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의도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실명제는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폐지를 거론하기 보다는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기본취지에 맞게 실명제를 발전시킬 것인지를 먼저 생각헤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긴급명령제를 대체입법화해야 하며, 가.차명제도를 왼전히 금지하여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경실련은 전경련의 금융실명제 유보주장의 근거는  전혀 타당성이 없음을 다시 한번 지적하며, 이에 대해 전경련에  공개적인 토론회를 공식제안하는 바이다.


토론회를 통하여 현재 금융실명제에 대한 서로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경련이 자신들의 주장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면  명확하게 제시할 것을 바라며, 아울러 경실련의 토론제의에 흔쾌히  수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97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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