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산책] 창경궁 대온실에서 미리 만나는 가을

관리자
발행일 2022.09.30. 조회수 7836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5)혜화산책]

창경궁 대온실에서 미리 만나는 가을


박은소리 경제정책국 간사


오늘은 <혜화산책> 가을 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보통 혜화에는 연극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러 많이들 찾아 오시는데요. 관람을 마치고 맛집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 성균관대입구 사거리로 들어서면, 언제 복작거렸냐는 듯이 완전히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답니다. 거리에는 벌써 창경궁에 온 것처럼 한복 대여나 티켓 할인 등을 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여느 고궁처럼 창경궁 돌담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워진다 싶을 정도로 걷다 보면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이 나옵니다.

창경궁의 입장료는 기본 1,000원입니다. 조건에 맞거나 한복을 입고 가면 무료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에도, 한복을 입고 스냅사진을 찍는 가족의 모습을 왕왕 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 비해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야간 개장 시간을 노려 멋진 가을 밤 풍경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대온실>이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곧장 오른쪽으로 꺾어 걸어갑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즐비해 있는 작은 숲을 지나니 <춘당지>가 보입니다. 아직 녹음이 건재하지만, 색색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춘당지랍니다. 가만히 물결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검은잉어와 원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본래 이 앞쪽 연못은 <내농포>였습니다. 내농포는 과거 왕이 백성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손수 농사를 지었던 논입니다. 이를 일제가 파헤쳐 연못을 만들어 지금의 춘당지가 되었습니다. 뒷쪽의 작은 연못이 과거 본래의 춘당지 모습이니, 춘당지 앞에서 옛 발자취를 한 번 찾아 보세요.

대망의 <대온실>입니다. 저는 여러 번 찾아갈 정도로 대온실을 좋아하는데요. 대온실은 밤과 낮 그리고 돌아오는 사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어 재방문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1909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입니다. 앞쪽의 르네상스풍 분수 안에는 의외로 거북이 조각상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어 이색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식물을 위해 만들어진 온실이지만, 사실 주변의 석재들과 창살의 모양을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대온실이 지어진 의도에는 궁궐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일제의 불순함이 깔려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우리가 지켜야 할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봄에는 이곳에서 1인 가구와 함께하는 ‘우리 함께 모란’ 행사가 있었습니다. 모란 식재를 체험하면서 반려 식물을 길러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체험해볼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기다렸다가 놓치지 말고 신청해보세요!

<혜화산책>은 대온실에서 맥문동을 비롯한 꽃과 나무를 구경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야외 공간 한 켠에 <자생화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평화롭고 여유롭습니다. 고양이들도 사람이 지나는 길목에 당당하게 자리 잡아 낮잠을 즐깁니다. 아직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여름꽃들이 더러 피어있습니다. 단풍잎이 물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네요. 광대노린재 유충은 등껍질이 활짝 웃는 이모티콘 같아서 회원 여러분과 나누고자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느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단풍 구경은 창경궁 대온실,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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