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MBC의 “W”

관리자
발행일 2008.10.21. 조회수 1697
스토리

진흙쿠키를 아시나요?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MBC의 “W”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팀장



어느 금요일 밤, 정말 배가 터지겠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외식을 하고 들어와 소파에 누워 “배불러”를 외치며 리모콘을 돌렸다. 순간 멈칫하며 채널을 멈추었을 때 난 불과 몇 시간 전에 빛을 발하던 나의 식탐에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MBC "W"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중남미에 위치한 나라 아이티의 아이들은 쿠키를 즐긴다. 아침, 저녁으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쿠키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 쿠키 생김새가 좀 이상하다. 바로 밀가루가 아닌 진흙으로 만든 쿠키라는 것...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아이티에서는 높은 가격의 쌀이나 밀가루를 살 수 없어 이렇게 진흙쿠키를 주식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진흙과 소금 그리고 약간의 마가린을 섞어 햇빛에 말린 이 쿠키들은 3개에 아이티달러로 1달러라고 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중병을 얻지만 그래도 굶어 죽을 수 없어 계속 먹일 수밖에 없다는 부모의 말은 음식물쓰레기로 골치를 썩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오히려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만들어 버린다.



다른 나라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W"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세계적인 식량난의 현장으로 연결한다. 아시아 제1의 농업생산국이었던 필리핀이 쌀농사를 포기하고 수입농산물에 의지한 결과 어떻게 식량난을 초래했는지 그리고 자유무역의 논리에 기댄 채 식량주권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탐색한다.



연 경제성장률 11%를 자랑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뒤에는 개발의 그늘아래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의 삶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국가는 왜 나의 안방을 부수나-캄보디아 개발의 그늘’편, 사회복지의 천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5년 사이 여성 홈리스가 43% 등장한 배경을 파헤친 ‘영국, 숨겨진 여성 홈리스 14만4천명’편 등은 국가의 경제적 성장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만 내달리는 성장위주의 국가정책 보다는 주변을 살피며 함께 갈 수 있는 상생의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분쟁의 현장과 미담이 존재하는 현장 역시 "W"가 항시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보아온 세계의 모습은 대부분 선진국의 발달된 문명이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동으로 바라보는 것과 오지탐험과 같은 ‘신기한 체험’에 국한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기획물로 제작된 국제분쟁이나 세계의 빈곤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W"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3년을 넘게 직접 해외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를 한다는 점에서 방송이 지녀야할 공영성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국제유가와 환율의 상승, 미국 대형 금융업계의 파산 등으로 국내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아니 전 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들로 인해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다른 나라의 문제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강대국 위주의 국제관계의 논리 속에서 파생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너무 무관심하게 지나쳐 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들의 심각한 상황에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 지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 국가의 성장이 그러해야 하듯 세계의 성장 역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며 함께 갈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오락매체로서의 TV는 그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TV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음을 볼 때 국제문제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통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비단 "W"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2008년 9월호 월간경실련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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