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경선 절차 실종, 무원칙한 공천

관리자
발행일 2008.03.18. 조회수 2302
정치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등록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양대 정당인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심사를 남겨놓고 있다. 경실련은 현재까지 각 정당의 지역구 후보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례대표 후보 선정 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있기를 각 정당에 촉구한다. 


 


1.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경선 절차가 실종되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83곳, 한나라당은 16곳에서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실시했고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으며 새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각 정당들이 경선을 실시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일부 경합 지역에서만 경선을 대신한 전화 여론조사가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전화 여론조사 또한 일부 조사기법의 문제로 인해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있다.  


  당내 경선은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사가 공천에 반영되는 정당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절차이다. 당원과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다 보니 원칙과 기준 없는 공천이 이루어지고 계파별 나눠먹기식 공천, 무원칙한 낙하산 공천 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공천 불복과 탈당, 무소속 출마 등이 줄을 잇는 결과를 초래하여 정당 정치의 기본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총선이 대선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아 실시되는 관계로 새정부 출범 준비에 바빴던 한나라당이나 창당 과정을 거친 민주당은 시간 부족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양당 모두 당내 경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이를 극복할 방법은 있었다고 본다.


  민주적 당내 경선의 실종은 정당 정치의 실종이며 정치개혁의 명백한 후퇴이다. 남아있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라도 당원과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반영해 후보를 심사하고 공천해야할 것이다.


 


2. 각 정당의 무원칙한 공천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계파간의 심각한 갈등과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인해 공천 불복과 탈당,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


  첫째 한나라당은 공천 기준의 적용에 대한 일관성이 없었다. 특히 현역의원 탈락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평가 기준이 없었다. 현역의원의 경우 의정활동 평가나 국민들의 평가 등으로 공천 기준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선수(選手) 중심으로 심사가 이루어져 3선 이상의 현역의원은 가급적 탈락시키고 신진 정치인을 끼워 넣는 방식의 공천 결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일부 현역의원들의 탈락도 있었고, 당내외에서 계파공천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공천 기준은 철저한 배제를 천명했던 철새 정치인, 비리 정치인들이 줄줄이 공천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본래 공천 신청 지역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연고 없는 전략 공천과 낙하산 공천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지역구민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표를 강요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공천자들의 다양성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특정 직업에 편중된 공천이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보면 직업별 분포에 있어 법조인이 28명으로 정당인에 이어 2위로 나타났으며 기존 법조인 출신 현역의원을 포함한다면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특정 직업의 편중은 국회가 자칫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되고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의 정치가 실종될 우려가 있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공천심사위원회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일관성을 유지해 공천을 했다는 점과 경합지역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전화 여론조사 방식 등을 통해 공천을 하려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호남지역의 지역구 공천에 있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수도권 공천의 경우 경쟁력을 이유로 현역정치인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는 점이다. 현역의원들의 경우 17대 국회 의정활동에서 드러났던 자질이나 전문성 등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평가를 공천에 반영했어야 한다. 하지만 자질과 능력, 비전문성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들이나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책임져야할 인사들이 재공천을 받았다.


  둘째, 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으로 호남 지역의 무원칙한 전략 공천과 일부 계파의 낙하산 공천 주장으로 공천이 차질을 빗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 지역에서의 공천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파를 안배한 무원칙한 전략 공천이나 낙하산 공천 주장으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개혁공천이 좌초하고 있는 것처럼 인다. 이러한 공천 결과는 공천이 계파 간의 타협의 산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3. 각 정당의 공천이 지연되고 민주적 경선 절차가 없어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실종됐다.


  각 정당 모두 선거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이 계속 지연되고 민주적 경선이 치러지지 않아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정책은 완전히 실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이번 18대 총선은 공약과 정책 중심의 선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고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후보자들이나 정당의 정책이나 공약이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정책과 공약 중심의 선거가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은 묻지마 투표를 강요받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4.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라도 원칙에 따라 심사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비례대표 후보의 공천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각 정당은 남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만이라도 엄격한 공천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국민들과 당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절차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례대표 취지에 걸 맞는 사회적 대표성과 능력 있는 인사들로 공천해야할 것이다. 향후 경실련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그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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