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효과로 전락한 낙수효과

관리자
발행일 2011.09.26. 조회수 439
칼럼






소득 효과를 늘려 투자를 하라 했더니 금고에 돈 쌓아놓는 재벌대기업의 행태



경실련 기획 총무팀 실장 윤순철



윤순철 기획·총무팀 실장



 



 



세금은, 간단히 말해서 공동경비다. 부모들이 가족 부양을 위해 집안 살림을 하듯이 정부도 공공서비스를 위해 나라살림을 한다. 정부는 나라 살림에 필요한 돈을 세금이란 이름으로 국민들로부터 거둔다. 그래서 세금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야하는 공동 경비인 것이다.



 



 



1. 실패한 낙수효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는 나라살림을 할 돈을 덜 거둔다는 감세다. 정부가 세금을 덜 걷으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국민들은 소비를 더 할 것이므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 경기가 살아난다는 논리이다. 특히 정부는 기업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선언하며 재벌대기업들이 좋아할 감세를 추진하였다. 이른바 부유층이나 대기업이 먼저 잘 되어야 하고 그 과실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빈곤층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간다는 낙수효과(落水, Trickle-down Effect)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것이 이미 경제학 교과서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자본주의의 가장 큰 거짓말 중 하나라거나 실패로 검증된 이론이라는데도. 어찌됐든 정부의 희망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가계가 소비를 늘릴 때 달성된다. 하지만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거나 가계가 소비를 늘릴 수 없다면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 5월 경실련이 재벌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들은 돈을 곳간에 쌓아놓고 투자는 하지 않고 있었다. 2005~2009년 5개년 간 자산 순위 1~15위 재벌기업들의 순이익은 평균 13.7%, 사내유보금은 20.3% 증가했지만 이들이 고용한 근로자 수는 0.83%, 투자금액은 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현 정부 들어 15대 그룹의 총자산은 2007년 592조원에서 지난해 921조원으로 55.6% 늘어났고, 증가분야는 대부분 사내 유보금과 부동산이었다. 이들의 사내유보금은 32조원에서 57조원으로 76.4%나 증가했었다. 정부가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풀고 감세를 추진했지만 재벌기업들은 특혜로 얻은 과실은 금고에 쌓아 놓고 있었다.



 



2. 물가와 부채상승



 



그렇다면 서민들의 가계는 어떠한가?



 



경실련이 조사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생필품 52개 품목을 특별 관리하는 MB정권의 물가는 최근 3년간 20%이상 폭등하였다. 가계수지도 악화되고 있었다. 올해 가계 빚이 800조원을 넘었다. 2000년 270조원이던 가계 부채는 지난 5월 기준 800조원을 넘어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금융기관연체자 수도 작년 12월 92만 명에서 지난 6월 110만 명으로 반년 새 약 18만 명이나 늘었다. 겉보기에는 번듯한 집도 있고 수입도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이자 갚느라 빈곤하게 사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도 550만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벌대기업들에게 규제완화와 감세로 특혜를 주고 서민들에게 빚을 권하여 경제를 떠받들도록 했던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물가가 폭등하자 금리인상의 시기만 저울질하고, 갑자기 공정사회니 동반성장이니 하면서 국정기조에 변화를 주려하고 있다. 금융권도 발 빠르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동반상승하자 대출을 중단하거나 여신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9월부터 2장 이상 카드 소지자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여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차단한다고 한다. 그동안 빚을 내 이자를 갚거나 생활자금으로 쓰던 사람들의 대출이 막히고 연체율은 더 높아져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이한구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의 3주체인 공공·가계·기업 의 금융부채가 3,300조원에 육박하고, MB정부에서만 881조6,000억 원이 급증하였다고 한다. 증권업계와 한국은행 등은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최근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은 프랑스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있다. 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현 정부 들어 나라 살림이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3.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 시기 경제정의를 추구한다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은 현 정부의 상징인 낙수효과이론부터 폐기시켜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3개년 경제 성적표는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재벌대기업들이 투자로 기술경쟁력을 키워 해외에 나가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피자. 콩나물 등 동네 구멍가게 상권까지 다 빼앗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낙수효과가 국물효과로 나타났다. 재벌대기업들이 떠먹다 남은 국물찌꺼기나 경제적 약자들과 서민들이 나눠가지라는 국물효과가 아닌가?



 



17~18세기 영국에서는 창문에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라는 황당한 세금이 있었다. 1696년 월리엄 3세가 '부자들의 집이 넓으니까 창문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하여 '창문세'를 만들었다. 대략 창문세는 집을 소유한 사람은 기본 세금 22실링 외에 창문이 10~20개이면 4실링, 20개가 넘으면 8실링을 내야했고 창문의 크기에 따라 세금액수를 달리 매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창문을 적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창문세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영국의 중세시기 건물들은 규모는 크지만 창문이 많지 않고 크기도 작은 것 같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햇볕과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건물을 짓는 것이나 감세로 소득 효과를 늘려 투자를 하라 했더니 금고에 돈 쌓아놓는 재벌대기업의 행태 모두 ‘정부실패’ 아닌가? 이것부터 바로잡아 할 것이다. 낙수효과론의 결과부터 모조리 짚어내야 한다. 그리고 정부실패를 감추고 금융권을 앞세워 서민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빚 갚으라 조이는 것도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따져 묻자. 이제는 따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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