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재벌’ ‘新정경유착’ 본색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

관리자
발행일 2008.04.01. 조회수 2404
경제

 이명박 정부의 ‘親재벌정책’이 노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늘 업무보고를 통해 현행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기 위해 1단계로 올 하반기부터 산업자본이 출자한 사모펀드나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2단계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도 폐지, 상호출자 금지제도 축소, 채무보증 금지제도 축소, 공정위 직권ㆍ현장조사 축소, M&A신고기준 완화 등 재벌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규율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사실상 포기하는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경실련은 몇몇 재벌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입각한 정상적인 시장 규율을 없애버리고, 시장의 공정한 감시자로서의 정부 역할까지도 포기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공정위는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폐해 방지와 관련,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와 같은 대안 마련 없이는 출총제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학계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정면으로 부정하더니 급기야는 EU,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기업 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제도 등의 규제도 대폭 축소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이미 출총제 폐지를 결정한 상황에서 이와 같이 재벌 규율의 마지막 보루가 되는 제도를 내팽개치는 것은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율들을 공정위 스스로 폐기하는 것과 같다. 이는 경제검찰로서 공정위의 자기부정이자, 조직해체 선언에 다름 아니다. 공정위의 처사는 앞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기업간 양극화나 불공정 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 발표한 금융위의 금산분리 완화정책 또한 은행을 재벌에 내주는 것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증폭시킴은 물론 합법적으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우리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해악을 주게 될 것이다.


금산분리 완화가 글로벌 기준이라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을 산업자본에 내어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6년 7월말 기준으로 세계 100대 은행의 주요주주인 292개 산업자본 가운데 89%는 4% 미만의 지분밖에 갖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로 4%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여 10%로 상향하려는 것은 금융위 스스로가 금융감독기구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모펀드(PEP), 연기금에 의해 은행 소유기준을 완화하려는 것도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경우에도 결국 산업자본은 사모펀드를 통해 은행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될 뿐 아니라 펀드 운영책임자(무한책임사원)를 배후에서 조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여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소수 재벌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정책은 결국 소수 재벌의 이익을 위한 정책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질 경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모순으로 인해 금융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위험이 닥치게 될 가능성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가 주인인 국민연금을 금융자본으로 인정해 은행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국책은행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옳은 방식이 아니다. 특히 연기금의 경우는 의결권만 포기하면 지금도 은행지분을 10%까지는 보유할 수 있고, 그 이상으로 지분을 보유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 공적연기금에 대한 특례규정을 만들면 되는데 구태여 4% 제한이라는 일반규정을 손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금융 산업발전 방향은 투기적 외국자본은 물론 전근대적 재벌과 관치금융에서 독립된 건전한 금융자본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재벌과 관련한 각종 규제폐지와 재벌의 은행소유 허용은 삼성의 사례에서 본바와 같이 경제영역뿐 아니라 정치, 사회 전 부분에 있어 재벌의 영향력을 증폭시켜 우리사회를 재벌공화국으로 더욱 치닫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공시 강화 등 사후적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허울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사후적으로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와 같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 금융위의 규제완화는 사실상 재벌에 대한 모든 규율을 없애는 공백상태를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감독기능은 더욱 취약하게 되고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기능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과 금융의 건전성∙투명성 확립을 기치로 삼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이번 업무보고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경제 살리기’, ‘중소기업 육성’으로 포장했던 가면을 벗고 본격적으로 재벌과의 유착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향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규율방안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경실련은 진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며, 18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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