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관치금융의 구태를 버려라

관리자
발행일 2009-12-03 조회수 2099
경제

차기 KB금융지주회사의 회장 후보경쟁을 벌이던 두 후보가 선임 면접을 불과 이틀 앞두고 사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사외이사로 구성된 KB금융지주회장공모추천위원회는 오늘 예정 절차대로 나머지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실련은 일련의 민간금융회사의 회장 선출이 이상한 상황으로 변질되는 것을 접하며, 과거 개발연대 시기에 횡행했던 관치 금융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듯하여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특정 회장후보의 면접거부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부하고,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회장추천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추위와 사외이사들을 비난하여 회장 후보 선임절차를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공격전으로 변질시키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소유 금융회사도 아니고 민간금융회사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부기관이 보인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한마디로 ‘관치금융적 구태’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60년대 이후 개발연대 시기에 정부는 국가자원의 효율적 동원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금융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적극화하여 금리결정·신용배분·예산·인사·조직 등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행정부에 예속시켰으며, 금융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무시한 채 금융을 성장주도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적 도구로 이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통제, 관치금융행태는 금융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그 기법을 경직화하여 전문적 지식의 개발을 억제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금융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였으며 이는 97년 IMF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금융기관 부실의 근본원인으로 결과 되었다. 따라서 관치금융과 금융통제는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반시장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최근 금융위가 KB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주는 언행을 보이는 것은 위와 같은 구태의연한 관치금융 행태의 연장이며, 금융위 스스로 금융시장 발전과 질서를 왜곡시키는 반시장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물론 정부기관으로서 금융위는 금융정책ㆍ제도에 대한 입안과 집행자로서 시중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 문제나 임원 선출절차제도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관련 법률의 개정 등 법적ㆍ제도적 개선에 의해 해결해야지 권력의 힘을 근거로 음모적 방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신들의 의도에 맞는 인사를 압력행사를 통해 임원에 앉히려는 행태는 어떤 이유도 합리화되기 어렵고, 금융시장의 정상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체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관치적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제도는 최선은 아니며 문제도 있지만, 그나마 지금 취할 수 있는 제도 중 가장 합리성이 있는 제도이다. 특히 KB금융지주회사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운영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은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KB금융은 경영자와 이사회의장이 분리된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작년에 우리은행 재직시절 파생상품 손실로 물러난 황영기 전 회장이 선임될 때에는 현 행장을 경쟁에서 탈락시키고 황 전 회장을 임명시킨 전례도 있다. 따라서 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는 KB금융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 판단력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KB회추위의 활동에 대해 금융위가 이런저런 개입을 통해 KB금융의 회장 인선에 간섭하려는 것은 이미 청와대 측근인사나 자신들과 친화적인 관료출신 인사를 인위적으로 외압을 통해 인선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현 정부가 이미 민영화된 POSCO의 회장 선임 등에도 간섭하려 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에도 간섭하려 한다는 의심을 주기에 더욱 충분하다.


금융위가 관치금융적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금융위는 관치금융수행기관이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위는 KB금융 회장 인선에 개입하려는 일체의 관치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회사 구성원 즉, KB회추위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주창하는 자유시장경제의 모습이고 법치의 모습이다. 금융위가 자신의 본분을 어기는 행태를 계속 지속한다면 시장의 불신과 이에 따른 휴유증이 커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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