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이야기]사회적기업의 관건은 '자발성'

관리자
발행일 2013.12.10. 조회수 632
칼럼

필요에 의해 만들고, 자생 가능한 분위기 형성돼야


최혜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노동과 놀이, 제의를 더해 예술로 승화시킨 창작연희 ‘굿(good)’을 공연한다. 전통타악기, 록밴드, 전자바이올린 그리고 비보이의 어울림 속에서 역동적인 힘이 뿜어져 나오는 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다. 우리 민족 공동체적 두레정신을 만날 수 있는 대동놀이 ‘굿은 축제다’ 등의 작품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대중을 사로잡음은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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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는 지난 2010년 사회의 소외된 계층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포스코에서 설립한 자립형 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북한이탈주민 재활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 인천 송도신도시 내 포스코 관련사 빌딩에 대한 미화, 주차 등의 서비스 제공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설립당시 사회 취약계층 30명을 고용하여 출발했으나, 점차 사업장을 확장하고 일자리를 늘려 현재 106명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55세 이상 고령자와 북한이탈주민, 저소득층, 장기실업자와 다문화가족 등이며 특히 북한이탈주민은 총 40여명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출범 당시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입사했던 북한이탈주민 직원들 대다수가 3년이 된 현재는 컴퓨터와 자동차운전, 사이버 대학 입학 등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은 1970년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사회문제해결을 목적으로 발생한 이윤을 사회와 지역에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처음 등장했고, 2006년 노동부 주관하에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으며, 2007년부터 정부주도하에 사회적기업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문제해결과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한 공급확대방안으로 시작했다. 선진국가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로 누구나 사회적기업에 취업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기업을 약자에 의한, 약자를 위한 기업으로 여기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해오면서도 사회적기업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자선단체’ 혹은 ‘취약 계층을 고용하여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에서 시작된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금융위기 당시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주도로 수입된 모델이다. 정부의 목표가 명확하다보니 사회적기업의 역할도, 제도적 지원도 한정적이다. 사회적기업의 기업 당 평균매출액을 보면 2007년 시작할 당시에 9억1천여만원이었으나 2011년엔 8억600여만원에 그쳤다. 기업당 평균당기순이익은 2007년에 9천100만원이던 것이 2011년에는 1천여만원까지 추락했다. 사회적기업의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시작> 


1990년대 초반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공동체 운동,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등

1990년대 이후 장애인 재활 및 자립사업

1996년 복지부의 자활사업

1997년 외환위기, 공공근로 시작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수급자/차상위자) 자활지원 사업의 제도화

2003년 사회적일자리 사업-저소득소외계층 / 사회서비스-실업·양극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차 36개 인증 


2011년 이러한 정부 주도의 사회적 기업 육성책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YMCA, YWCA, 경실련이 주축이 되어 시민사회와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2012년 1월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가 창립됐으며 현재 각 광역시, 도별로 13개의 시도에 네트워크가 구성됐다. 인천네트워크는 중앙 및 광역단위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민간차원에서 구성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2012년 1월 27일 창립됐다.


인천네트워크 사무국은 인천경실련에서 맡았다. 주요사업으로는 명절을 이용한 윤리적소비 캠페인과 실질적인 구매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부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착한 소비’ 교육 등이 있다. ‘착한 소비’ 교육은 착한 소비란 무엇인지, 사회적기업은 무엇이고 왜 사회적기업 제품을 사용해야하는지에 대한 이론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사회적기업 제품 시식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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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 퍼즐맞추기

▲인천네트워크 창립식


인천네트워크는 기초단체의 공공구매 등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확산이 이루어지도록 하고자, 인천시와 ‘사회적기업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인천광역시사회적기업협의회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통해 지역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제공한다. 인터넷신문 ‘인천in’과 월간 문화매거진 ‘YELLOW’는 사회적기업 관련 행사 및 탐방, 제품홍보를 담당한다.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고, 절감하기 위한 자율적 사전오염 예방체계 구축하기 위해 기술지원을 맡았다. 인천경실련과 인천YMCA, 인천YWCA는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그룹으로서 사회적기업 제품사용 활성화를 선도하고, ‘솔샘 1365 봉사회’는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에서는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아래 지역사회에 균형 있게 포진되어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아닌 단기적 일자리에 집중, 저임금 일자리 확대 공급의 문제를 낳고 있다. 노령화, 다문화가정, 경력단절 여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이 대다수이며, 업무 또한 간병, 청소, 독거노인 반찬서비스나 방과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등 사회서비스 제공에 편중되어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약하고, 정부의존도가 높으며, 전문경영인이 부족하다. 44개 인증 사회적기업 가운데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육성 및 정책을 주도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정부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어떤 경우는 기존의 자활근로사업이 명칭만 바뀌어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사회복지사업의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2007~2012년 제1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이 끝나고, ‘사회적기업 2.0’이라 불리는 2차 계획이 수립됐다. 2차 계획기간에는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룰 때다. 개별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취약계층 고용에 관해서도 지원기간 동안 창출한 일자리 개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 지원을 받은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으로 흡수됐는지 여부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은 줄여나가고 금융, 판로개척, 경영지원 등 인프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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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사회적기업 지속가능성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최근 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기업과 분리해서 보는 시각들이 있다. 협동조합이 회원이나 조합원 중심인 것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투자자와 경영자 중심의 사회적목적 회사라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영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조직이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영역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이 주도하는 사회적 경제는 일반경제정책을 취하다 시간이 남으면 시행하는 옵션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은 세계의 모범도시들이 추진해나가는 주요 정책이다. 무조건적인 지원을 통한 사회적기업 육성이 아닌, 인천의 지역적 사회문제와 사회적기업의 연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지역사회에 어떤 사회적문제가 있는지 발굴하려는 노력, 그리고 비즈니스를 활용해서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ʼ이다. 관(官)이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단기적 성과, 외형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지원해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해서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자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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