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복지부'편 막장드라마, 조기종영 가능?

관리자
발행일 2011.06.10. 조회수 430
칼럼






'약사복지부'편 막장드라마, 조기종영 가능할까?



 김태현 국장 <경실련 사회정책팀>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로 연일 우리사회가 뜨겁다. 이번엔 허용되는가 싶더니 다시 무산됐다가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또다시 약국외 판매를 추진하겠단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레임덕을 탓해야 할지 복지부 장관의 소신행동을 탓해야 할지 헷갈린다.



 



상비약 약국외 판매 이슈는 길게는 20년, 적게는 10년 전부터 제기되었다. 이 문제를 복지부가 검토한 것은 지난해 말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경실련은 수년 동안 소화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상비약 수준의 일반약에 대해서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의 판매를 요구해 왔다. 가벼운 증상에 자가치료가 가능한 약인데도 약국이 문을 닫거나 약국이 없어 필수의약품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불편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 년 동안 상비약 약국외 판매 문제는 마치 거대한 산이 가로막혀 있는 듯 수차례의 좌절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연말 대통령이 "미국은 수퍼에서 감기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자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 발언의 위력을 실감하듯 온 언론이 앞 다퉈 보도하더니 결국 올 4월말에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가 공식 발표되고 5월중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심스럽게 약국외 판매의 현실가능성을 점치게 됐다.



 



이러한 분위기도 잠시, 그동안의 기대가 무색하듯 정부입장이 복지부의 발표로 백지화됐다. 복지부가 "특수장소 지정 확대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였으나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발표문에 담으면서 대통령의 연말 발언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통령보다 힘센 복지부'라는 조롱이 일자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장관이 사무관처럼 일한다고 진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넘나들며 한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더욱 문제는 정부발표문에 약사회 반대로 추진 못한다는 문구가 버젓이 들어간 것이다. 그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어쩌면 부끄러움도 모를만큼 이익단체와의 유착이 견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느낌이다.



 



복지부가 공식발표문에 담은 내용을 좀 더 보면, 6월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현행 의약품 분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의사와 약사 간의 이해대립으로 10년 전의 의약품 분류체계를 그대로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문위원회에 불과한 곳에서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차라리 안하겠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한 것일 수 있다. 더욱이 현행 의약품 분류는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전문약과 그렇지 않은 일반약으로 2분류되어 있고 의약품이 아닌 구취제, 금연보조제, 반창고류 같은 물품은 의약외품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약국외 판매를 필요로 하는 약들은 감기약, 소화제, 해열진통제와 같은 상비약으로 의약외품의 범위에 포함되기가 쉽지 않다.



 



의사·약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리는 정부… 국민의 기본권은?

 



또 복지부가 약사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당번약국 활성화 방안을 정부안에 그대로 포함시킨 것은 주무부처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무책임한 태도이자 더 나아가 이미 기존의 당번약국이나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을 통해 실효성이 없음이 충분히 입증된 방안을 수용한 것으로 국민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를 알고도 약국을 강제할 아무런 수단도 제시하지 않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방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복지부 역시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될 것을 유도한 것 외에 그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약사회 눈치 보기에 급급한 복지부가 빈껍데기에 불과한 내용을 발표했다가 호되게 질책을 받자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의사협회까지 복지부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접입가경으로 빠져들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와 전혀 상관없고 아직 구체적인 방안도 나오지 않은 '선택의원제'를 반대하고 이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둘을 가져다 붙인 것이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속내가 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국민들이 요구해 온 문제가 직역단체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려 정부 정책의 중심을 잃고 어디로 향하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오락가락하며 진실게임을 하는 지금의 정부에만 기대할 수는 없다. 국민요구를 맘대로 해석하며 힘 있는 이익단체에 휘둘리는 정부에게 국민들의 뜻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경실련은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국민청원을 위해 온·오프라인 서명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참여가 저조하다. 홍보 부족일 수도 있지만 나 하나쯤이야, 누군가는 하겠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순간 국민의 소중한 권리는 요원해 지게 된다. 의사와 약사 등의 이익단체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고 복지부가 거들어 주기에 여념이 없다고 기본적인 국민 권리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통한 국민선택권, 결코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방안 복지부 발표에 대한 경실련 입장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정부이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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