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권리보장 위한 법제화 논의로 전환

관리자
발행일 2010.01.11. 조회수 1818
사회

 이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환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법제화의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후 ‘존엄사’ 관련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의 죽음으로 우리사회는 존엄한 죽음과 자기 결정권에 대해 다시한번 성찰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경실련은 그동안 의학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기계장치를 부착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토록 하는 관행을 극복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이에 경실련은 이번 김할머니의 죽음이 일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그치는 사건으로 인식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우리사회가 전환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은 국내 최초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를 추정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비록 진료 중단 시점에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의료지시를 한 후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전의료지시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브란스 병원의 김할머니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지만, 인공호흡기 제거 후에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 지면서 일부 회복불가능성의 단계에 대한 판단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환자 자신은 인위적인 연명장치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스러운 사망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죽음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대법원의 판결은 연명치료중단의 실정법적 근거가 헌법상의 최고이념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서 전제되고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선 사법적 판단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에 경실련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말기환자의 죽음의 과정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논의가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 및 존중의 관점으로 인권적 차원에서 이해되고 이를 존중하는 제도적 차원에서 실천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문제이다. 그동안 식물인간상태의 환자나 말기환자의 ‘존엄사’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졌지만, 일회적인 논쟁으로 그친 채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됐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김할머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과 절차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게 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사건을 촉발로 하여 존엄사 관련 법안이 시민단체의 입법청원안으로 또는 국회의원의 의원 발의안으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중이며, 보건의료연구원에서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종교계, 의학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이 모여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9개 원칙’이 합의를 이루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존엄사 내지 연명치료중단의 기본사항 즉, 말기상태의 환자의 요건, 말기환자의 의사표시에 대한 심사,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의 절차와 방식, 서식의 형태들의 구비 및 연명치료 중단행위의 대상범위 등의 쟁점별로 기본적 합의를 이루어내었다.


이제 경실련은 김할머니의 죽음이 일시적인 관심촉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과 같이 존엄사 논의의 일단락을 짓는 사건으로 기억되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한다. 현재 인공호흡기 제거와 관련된 연명치료 중단기준이 입법화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마저도 없는 실정에서 매번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가족 간의 분쟁의 형태로 법원을 찾아서 인공호흡기 제거청구소송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방치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를 제고하여야 할 것임을 다시한번 간곡히 요청한다. 끝.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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