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과 중소기업위원회

관리자
발행일 2009.11.17. 조회수 466
칼럼

 


경실련과 중소기업위원회



이의영(전 경제정의연구소장)


  1995년인가... 경실련에 시민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위원으로 영입되어 처음 경실련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경실련이 주최한 공정거래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가 세종문화회관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공청회에서 내가 미국 반트러스트법에 관해 발제 하였고 현재 공정거래위원장인 정호열 교수가 토론을 맡았던 기억이 난다.


  강철규 교수께서 초대 시민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하셨고, 나는 공정거래법 분과위원장을 맡아 경실련의 정책운동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후 부위원장을 맡았고 시민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위원회로 변경된 후 위원장을 맡아 재벌정책과 공정거래정책의 개혁 운동에 일조를 하게 퓸駭? 강철규 교수님을 비롯해서 최정표 교수, 홍종학 교수, 이봉의 교수, 김종걸 교수, 김광희 박사 등과 함께 골리앗과 같은 재벌경제와 관치경제에 대항하는 다윗의 심정으로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시장경제를 건강하게 하고자 함께 노력하였다.


  2000년 한 해 동안 미국 플로리다에 연구년을 다녀온 후, 내가 제안하여 경실련에 중소기업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초대 위원장으로 중소기업 정책운동을 시작하였다. 주지하다시피 20년 전 경실련이 창립된 후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났다. 영역별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대변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매우 많이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비 시민사회단체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 많은 시민사회단체 중에 중소기업을 운동이슈로 내거는 조직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경실련 외에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운동에 있어 불모지와 다름없는 중소기업 분야에서 경실련의 중소기업위원회는 활약이 대단하였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들과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고, 경실련의 정책 대안들은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처음 중소기업위원회를 창립하여 중소기업의 문제를 다각도의 학문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혁신적인 정책대안들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약 2년여 간 중소기업 월례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중소기업위원회 위원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발제하고 서로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이 세미나가 얼마나 열띄고 흥미로웠는지 십 수 명의 위원들이, 당일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갑자기 불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출석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매번 거의 출석율이 100%에 이르는 경이로운 참여율을 기록하였다. 아마 시민운동의 역사에 이만한 적극적인 참여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번 6시 30분에 모여 간단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이어진 토론이 10시 전에 끝난 적이 없고 심지어는 12시를 넘겨 주변 카페로 옮겨 늦게까지 열띤 토론이 계속되기도 하였다. 중소기업위원회 위원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토론하였는데, 어찌나 적극적이고 열띤 토론이었는지, 최소 서너 시간 이상의 토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자가 준비해 온 발제문을 거의 매번 끝까지 끝내지 못하고 시간 관계로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원들의 수준 높은 발제문과 열띤 토론을 위원들끼리만 나누기에는 아까워 이들을 엮어 『중소기업의 경제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중소기업 분야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위 정책담당자들과 중소기업지원 정부기관, 중소기업 관련 민간단체, 연구원 등에서 큰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단기간에 초판이 전량 매진되기도 하였다. 이 일은 필자가 경실련 정책운동에 참여한 기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 후 경실련 정책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되어 2004-2005년 동안 정책위원장 직을 수행하였다. 박재완 교수(현, 청와대 수석)께서 정책위원장을 맡았었는데 국회의원이 되고자 정치에 입문하여, 필자가 이어 받게 되었다. 내가 맡을 직책이 아니라 판단되어 누차 고사를 하였는데, 어찌어찌하여 맡게 되었다.


  정치적 중립성, 민생경제에의 집중, 실사구시, 그리고 아젠다 선점과 내부연구 및 집중토론을 통한 프로젝트형 정책운동을 지향하였다. 여러 가지 운동성과 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주택 및 부동산정책 개혁운동이었다. 우리의 요구로 판교신도시 개발이 사회적 합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고, 우리나라 주택 및 부동산정책의 한 획을 긋는 8·31부동산대책을 이끌어 내는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속가능한 경실련 정책운동을 위해 조직 강화와 운동역량 확대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연부역강한 정책위원의 영입을 추진하여 분야 별로 많은 교수들을 경실련 운동에 신규로 영입하였고, 분과위원회의 조직과 활동을 강화하여 분과별 월례회의를 정례화 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내부토론 및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자리를 빌어, 각자 바쁜 업무 속에서도 전문성과 자발성을 토대로 경실련운동에 헌신해 주신 당시 25개 분과 위원회와 9개 T/F위원회의 위원장님들과 위원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 후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07-2008년에 (사)경제정의연구소의 소장을 맡게 되었다. 경제정의연구소 활동 중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모토로 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FORUM 을 신설하여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정례적으로 운영하였던 일을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정책담당자들과의 만남과 토론과정에서의 소회를 기술함으로써 본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민간은 물론 정부와 정당의 수많은 최고위 당국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을 만났고 토론하였다. 진지한 토론과 경청의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토론과정에서 우리의 논리에 승복하면서도 정책의 결정에는 반영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마음 아프게 생각된다. 일례로, 여당의 고위 당직자들과 의원들과의 회합에서, 경제논리로는 경실련의 정책 대안에 공감하나 정치적 고려로 인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어쩌면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는 답변에 허탈감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약력>
전 경실련 시민공정거래위원
   경실련 정책위원장
   경실련 중소기업위원장, 상집 부위원장
현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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