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력에 약한 ‘법의 정의’를 또다시 확인한 판결

관리자
발행일 2008.10.11. 조회수 2094
경제

오늘 서울고법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8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실련은 지난 1심에 이어 또다시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재벌그룹 총수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스스로 사법정의와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사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16일 1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내렸고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일부만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그동안 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법조계 내에서조차도 1심 판결에 대해 기존 판례와 법리를 무시하고 형식 논리에 입각한 ‘재벌 봐주기’식 판결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막대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에게 또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절망감을 안겨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번 항소심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와 법치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였다.


특히 이번 항소심은 1심 재판결과에서 문제로 지적된 ▲삼성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의 경우 CB 헐값 발행이 회사에 손해를 끼쳐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에버랜드 주주에게 손해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 ▲삼성SDS 주식의 적정 가치 산정에 있어서 실제 장외거래에서 형성된 거래가격, 국세청과 행정법원이 산정한 적정가치를 모두 외면한 채 납득하기 어려운 상속증여세법상 평가방법을 통해 부당이득 규모를 대폭 축소한 점 등에 대해 명확하게 법리적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 항소심에서조차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이건희 전 삼성회장 일가와 삼성그룹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줌으로써 사법부는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또한 그동안 경제질서를 어지럽혀 온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 행태에 또다시 눈을 감으면서 우리나라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로, 자본과 권력의 불법과 탈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인 법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막고 말았다.


모든 국민들과 약자들에게 법은 마지막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제 그 법을 판결하는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재벌이라는 경제권력에 굴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 국민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법에 대한 불신과 허탈감은 우리나라 전체에 두고두고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실련은 사법 역사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올바른 시장경제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 행태에 대한 감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것임을 밝힌다.


*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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