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오마이뉴스 - 지속가능발전을 이야기하다 ②] 고용노동부와 ILO, 같은 목적 너무 다른 처방

관리자
발행일 2016.01.27. 조회수 917
칼럼

고용노동부와 ILO, 같은 목적 너무 다른 처방

[경실련 오마이뉴스 - 지속가능발전을 이야기하다 ] ILO 제네바 사무소 장 뤽 마띠나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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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에 열린 유엔총회 회의장 전경

ⓒ UN





최근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행정지침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해당 지침이 정규직 직접채용을 관행화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규직들의 고용 안정성을 크게 위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반면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는 전세계 193개 국가들이 모인 유엔총회가 개최되었다.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채택하였다.

반드시 달성해야 할 법적구속력은 없으나 유엔은 각 나라가 국가 상황에 맞춰 의무적으로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제, 사회, 환경 분야의 모든 이슈를 17개 목표 안에 담고 있어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중 여덟 번째 목표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에 관한 목표가 포함되었다. '2030년까지 청년과 장애인들을 포함하는 모든 남녀에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보수가 이루어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년일자리 문제 해소라는 같은 목적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이전보다 용이하게 해고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한 반면, 국제사회가 합의한 SDGs는 사회적 보호에 더 치중한 모습이다.

분명 국제사회의 규범을 개별 국가의 지침과 일직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규범의 성격이나 목적을 고려할 때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우리사회에 비춰볼 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투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목표의 이해를 위해 SDGs에 '좋은 일자리 증진'에 관한 8번 목표를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해 온 국제노동기구(ILO) 제네바 사무소 장 뤽 마띠나지(Jean-Luc Martinage) 대외협력국장과의 인터뷰를 지난 21일 진행했다.

장 뤽 국장은 가장 먼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사용자, 노동자 간의 사회적 대화와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한 일자리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속가능발전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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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국가별 청년 실업률 수치(2013), 색 농도가 짙을 수록 실업률이 높은 것을 의미
ⓒ ILO



-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국제노동기구가 어떤 곳인지가 가장 궁금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ILO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의 노동 문제(the world of work)와 관련해 일하고 있는 유엔 산하 기구입니다. 저희 ILO는 정부, 사용자, 노동자들의 대표들로 이루어진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국제노동 기준을 만들고, 노동자의 권리(rights at work)를 고취시키는 일, 또한 전세계의 노동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사회 보호(social protection)를 강화하며 노동 이슈에 관한 대화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SDGs 목표 8번 "양질의(decent) 일자리 증진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MDGs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유엔에서 합의한 국제개발목표. 새천년개발목표라고 불리며, 정식명칭은 Millenium Development Goals)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경제 분야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목표가 단독으로 생겨난 데에는 어떠한 논의가 있었나요?
"ILO는 목표 8번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promote sustained, inclusive and sustainable economic growth, full and productive employment and decent work for all)이 SDGs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저희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가능발전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의 노동 가능한 인구의 증가 속도(매년 약 4천만)에 비춰볼 때, 약 600만 개가 넘는 새로운 직업이 2030년까지 생겨날 필요가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일을 하고 있지만 하루에 2달러로도 자립할 수 없는 약 7억8천만 명의 인구를 위한 노동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이 살기 힘든 우리나라의 상황을 헬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비유하고 있는데요. 청년 일자리 고용이라는 세부목표가  들어간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세부목표 8.5, 8.6 (아래 참고)은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입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도 청년 고용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중장년보다 세 배 이상 실업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전세계 약 7300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는 개도국의 여전히 높은 근로빈곤층과 선진국의 높은 실직률,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처가 있는' 청년 세대에 위험을 경고해 왔고 이에 대한 내용이 이번 세부목표에 포함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매우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근로자들의 참여와 사회적 대화가 경제 회복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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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Gs 8번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 Global Goals


- 8번 목표 중 8.b에는 "2020년까지 범세계적인 청년 고용전략을 개발∙운용하고,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일자리협약((Global Jobs Pact)'을 추진" 목표가 있습니다. 세계일자리협약이 청년 고용전략을 개발하는 데 갖는 의의가 있다면?
"세계일자리협약은 각 나라들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채택하게끔 만들어진 균형 있고 현실적인 정책수단입니다. 2009년 6월에 채택되어, ILO 각 회원국들이 고용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협약입니다. 주로 전 세계의 일자리 문제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고 일자리 중심적 정책이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적용되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ILO 양질의 노동 의제(the Decent Work Agenda)와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정의 선언(2008 Declaration on Social Justice for a Fair Globalization)에 따라, 근본원칙과 노동권, 사회적 보호의 강화, 성 평등 증진, 근로자들의 목소리와 참여를 높이는 것과 사회적 대화가 경제 회복과 개발에 중요함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고용 창출, 사회적 보호 확대, 노동기준 엄수, 사회적 대화 증진, 공정한 세계화 만들기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해, 일자리 협약은 일자리 증진과 인간 보호를 위한 협약입니다.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현실 경제(real economy)를 위한 협약입니다."

- SDGs의 목표들은 전세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현실에서 굉장히 많은 함의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SDGs 국내 이행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ILO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SDGs를 이행하고 국가 우선순위로 적용시키기 위해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 기업, 노조 등 사회적 파트너를 위한 곳입니다. 한국 사회의 SDGs 이행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파트너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 보기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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