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교수와 함께 하는 경제민주화 강좌2 '제4강'
박상인 교수와 함께하는 경제민주화 강좌2 마지막 제4강은 ‘삼성리스크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좌담회로 진행됐다. 좌담회는 5월25일(수) 저녁 7시 경실련 강당에서 경제정의연구소장 임효창 교수의 사회하에, 박상인 교수의 발제,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상인 교수가 지난 3주간의 강의 내용을 간단하게 발제하는 것으로 좌담회의 문을 열었다.
박상인 교수:
재벌과 대기업의 개념은 다르다. 분명하게 구분해야한다. 재벌과 대기업을 혼용해 대기업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재벌과 대기업을 혼동해 재벌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의 핵심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음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재용 회장은 60억이라는 돈으로 최근 10조가 넘는 재산을 증식시켰다. 이는 불법, 편법 상속이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종잣돈으로 종자기업 만들고 일감을 몰아주고, m&a, 상장시키기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종자기업 중심으로 출자구조를 돌려 승계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벌총수들이 회삿돈을 유용해도 대부분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 형태로 끝나는 관행이 여전하다. 이것은 재벌의 경제력집중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재벌들이 경제력을 이용해 사회 전반에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력 집중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벌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 경제력 집중은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력집중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한번 위기가 와서 기업집단 단위의 불황으로 번진다면 97년 경제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렇게 맞은 경제위기는 극복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남미형 사이클로 빠질 수도 있다. 재벌개혁을 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에 의한 경제위기가 오는 것을 막기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재벌개혁을 통해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위해 제도와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큰 개혁이 필요하다. 작은 개혁으로는 근본적인 틀을 바꿀 수 없다. 정부주도-재벌중심의 발전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장경제체제가 필요하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가 제대로 구비된, 민주주의가 형해화 되지 않는 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을 위한 첫 걸음이 재벌개혁이고 이스라엘 재벌개혁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
전성인 교수:
경제민주화의 주요 꼭지 중 하나가 재벌개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큰 개혁이 필요하지만 작은 개혁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 안에서 갑을관계, 골목상권, 대형유통마켓,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구조조정, 가계부채 탕감,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 사외이사 문제 등 이질적인 이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이것을 어떻게 통일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경제민주화를 성장정책의 차원에서 바라보자.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정부주도-재벌중심의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과거의 성장모델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노동보다 자본을 중시한 성장정책이었다. 이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노동이 풍부하고 자본이 희소했던 시대였다. 이 과정에서 재벌도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시대상황과 사회적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전략이 하나의 도그마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자본이 넘쳐나는 시대다. 오히려 노령화로 인해 노동이 부족한 시대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더 유효한 성장 정책은 노동의 유효한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머릿수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급속한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한계생산인구의 감소 등의 물리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얼마 없는 노동력을 가지고 어떻게 노동공급을 늘릴 수 있는가에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멀티가 가능한 슈퍼맨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가계부채 탕감 등을 통해 노동자를 생산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빚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빚을 탕감해주고 생산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인적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이것이 경제전체에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갑을관계 개혁, 골목상권 지키기, 협력업체 동반성장을 통해 중소, 중견, 자영업자들이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성장정책과 맥이 닿아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재벌문제는 기술탈취를 통한 기술개발의 유인을 떨어트리는 측면과 또 다른 측면에서 기술혁신도 안 되고 손쉽게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사내유보금 쌓아놓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이익을 밑으로 내려보내거나 협력업체, 벤처기업에게 주었다면 더 역동적인 사회가 됐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한 번 해보는 것이 삼성이 망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유일한 답은 아니지만...
곽정수 선임기자:
정부주도-재벌중심 성장전략은 유효한가? 그간 한국의 경제체제는 재벌이 성장하고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 전체가 성장하는 모델이었다면 어느 순간 낙수효과 자체가 실종됐다. 요즘은 삼성전자가 몰락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성장의 동력이 꺼진 상황이다. 이런 걱정은 재벌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도 하고 있다. 요즘 재벌 3세대들에게는 헌신, 도전정신, 기업가 정신 같은 것들이 실종됐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오너경영체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에 대한 논의가 재벌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재벌의 수명은 다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재벌3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와 달리 기업가 정신은 없고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대신 손쉽게 일감몰아주기와 부동산 투자, 외제차 수입 등을 통한 손 쉬운 돈벌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편법과 불법을 일삼기도 한다. 더 이상 새로운 파이를 만들지 못하니깐 상속과 승계를 위한 가족간 갈등은 더욱 격화된다. 이런 상황하에서 재벌의 미래는 없다. 이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몰락하면 한국이 망한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삼성이 침몰하는 시나리오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시나리오도 하나 있다. 이것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삼성이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오늘날 재벌이 자기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관련 사업다각화는 재벌의 특성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용의 선택과 집중은 주목할 만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스스로 자기의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다. 요즘은 부실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잘 할 수 없는 사업을 버리는 추세다. 최근 업계 1위의 제일기획 매각을 매각했고 so사업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구조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최근 스타드업 컬쳐 혁신 조직문화 혁신방침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기회를 극복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역사적 측면에서 봐도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가족소유 경영이 매우 많다. 하지만 최근 소유지배 구조를 보면 가족소유경영 유지, 전문경영인 체제, 가족소유경영, 전문경영인 체제 믹스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대개 3-> 4세로 넘어오면서 한국 재벌이 겪는 비슷한 문제를 겪으면서 선택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의 재벌 역시 스스로 살기 위해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에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공통점은 오너 집안의 후계자들에 대한 엄격한 경영 수업과 후계자 검증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기 때문이다. 사회도 생물도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봐야한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필요하지만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재벌이 많은 폐해를 낳지만 여전히 한국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재벌을 죽이기보다는 제대로 바꿔서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김진방 교수:
개념적으로 재벌이라는 것을 한쪽 축으로 뒀을 때 어떤 개념과 연결될 수 있나를 살펴보았다.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재벌에 대한 어떤 문제점이 제기돼 왔는가? 또 해결책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경제민주화와 재벌이 연결돼서 이야기 되었다. 요즘은 또 경제성장과 활력과 연결해 재벌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분배차원과 재벌이 연결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의 큰 틀은 경제체제를 어떻게 정하고 바꿀 것인가에 대한 방식과 그 내용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 생산할 것인가 등이 어떻게 결정되고 어떠한 방향으로 바꿀 것이냐의 문제 등이 사회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민주적으로든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력 집중과 경제민주화가 연결된다. 경제력 집중을 통해 시장, 경제, 정치, 문화까지 지배하는 현상은 경제체제의 변화 등이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력 집중과 민주화를 연결시킨다면 경제체제의 변화에 있어서의 민주화로 고쳐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안으로 들어와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결국은 사람과 사람, 주체와 주체와의 관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것을 경제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추상화시켜보면 대자본과 소자본, 자본과 노동, 하나의 자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사이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재벌기업이라는 하나의 자본 덩어리를 둘러싸고 지배주주 혹은 대주주 일반주주, 소주주의 관계가 민주적이지 못함에 대한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재벌문제에서 소유지배 괴리의 문제에서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경제력집중, 소유지배 괴리가 재벌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민주와 연결해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대자본과 중소자본 문제다. 그러나 이것은 재벌문제라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다.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노동과 자본 사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서 노동과 자본 사이의 관계가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재벌문제와 또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렇듯 경제민주화는 재벌문제와 연결되기도 하고 연결이 안 되기도 하고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과 경제성장의 문제는 사실 60년대부터 거론돼 온 문제로 볼 수 있다. 경제성장은 곧 재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즉 과거부터 재벌은 성장의 전략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체제에 대한 시효가 최근 만료되면서 재벌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상당히 갈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 재벌문제는 정경유착의 문제였다. 4.19이후 부정축재자 처벌 등은 정경유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60년대 들어와서는 재벌기업이 독점기업화 되면서 물가문제와 연결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 후에는 분배문제가 대두된다. 당시에는 소유분산이 재벌대책의 핵심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70년대 후반쯤 서서히 집중의 문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8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력집중이라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87년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 나오기 시작한다. 출총제 도입, 지주회사 금지 등이 그 예다. 1997년 외환위기 후 재벌개혁은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이었다. 경제력집중-> 지배구조 개선으로 초점이 바뀌어왔던 것이 우리의 역사이다. 노무현 정권 때는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재벌강화론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재벌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가 헷갈려 있고 의견이 많이 엇갈려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치권에서조차도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의 필요성도 있지만 재벌개혁의 부작용 혹은 문제점에 대한 의심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선택과 결단이 어렵다. 이렇듯 헷갈리고 있는 문제에 있어서 정리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그 이후에야 재벌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상인 교수:
삼성전자가 몰락할지 안 할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다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몰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몰락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약 몰락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금산분리와 경제력집중 심화를 해소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재벌개혁 사례는 참고해볼 만하다. 이스라엘은 90년대 중반부터 기업집단이 형성됐다. 이스라엘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경제 전반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했다. 위원회를 구성해 3년간 준비하고 연구했다. 경제력집중에서 오는 여러 가지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은 재벌 해체가 아니다. 출자단계를 2층 구조로 바꾸고, 금산분리를 시행하고, 재벌형성이 민영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반성아래 민영화나 라이선스에 대해 경제력집중이 우려되는 기관이 참여할지 말지를 위원회에서 평가하고 결정하는 방식 도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우려가 역시 나왔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더 시급함을 들어 재벌개혁을 단행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재벌문제는 경제력집중 심화다. 경제력집중의 해소가 있어야 나머지가 가능하다. 작은 개혁을 위해서도 큰 개혁이 필요하다.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 한국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좀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박상인 교수와 함께하는 경제민주화 강좌2 마지막 강의로 진행된 좌담회가 끝난 후 곧이어 수료식이 시작됐다. 이번 강좌를 통해 31명의 수강생 중 11명의 수강생이 4주간의 강좌를 충실히 듣고 수료했다.
이번 강좌에서는 특히 넥타이 부대의 활약이 돋보였다. 고된 직장생활 중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끈을 놓지 않는 넥타이 부대의 출석률이 가장 두드러졌고 이들의 활약은 이번 강좌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