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연금개혁 공론화 논의결과에 대한 경실련 입장

사회정책팀
발행일 2024.04.25. 조회수 5247
사회

정부와 여당은 연금개혁 공론화 논의결과 존중하라

 

지난 22일 연금개혁 공론화 논의 결과, 국민연금 제도 방향에 대해 소위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 강화 방안을 시민 다수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금특위 등을 통해서 소득보장 강화방안 중심으로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작년 국민연금재정재계산과 연금특위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재정안정화 방안이 다수파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합의된 룰로 경기했다면, 결과에 승복해야

연금개혁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정책을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논의로 진행한 방식에 대해서 우려와 반대도 적지 않지만, 양당과 정부의 동의하에 진행된 공론화 논의는 ‘합의된’ 규칙이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결과 발표 이후, 일부 언론과 여당 등이 공론화 논의결과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 있는 행동이라 볼 수 없다. 특히, 선택된 소득보장 강화 방안에 대해서 여당이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만일 논의 방식이 부적절했다면 채택 단계부터 반대했어야 하며 채택된 이후에는 그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기초 상식이다. 여당이나 정부 입장에서 공론화 결과가 비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될 우려가 있다면, 애초부터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 위원회를 두고 책임지며 추진했으면 될 일이다. 자신들이 책임을 지기 두려워서 정부 밖 국회 연금특위나 공론화 방식을 꾸려놓고 그 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운동선수가 합의된 룰로 경기했는데, 패배했다고 해서 애초에 룰이 잘못되었다며 발목 잡는다면 앞으로 경기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연금개혁 역시 이번 논의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인정하고 앞으로 남은 연금제도 개선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공론화 논의결과 수용하고, 구조개혁 방안 함께 고려하라.

공론화 논의 전, 일각에서는 다수파인 재정안정론자들의 지지 아래 정부가 재정안정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공론화 논의 방식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공개적으로 소득보장 강화가 연금개혁 방안으로서 부족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기울어진 입장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스스로 감수하며 중립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 등이 원하지 않는 방안이 공론화 논의결과로 선택된 상황에서, 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힘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의 중립적이지 않은 입장을 가졌다는 오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공론화 논의 결과를 수용하고 추진하려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연금정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공론화라는 외주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최소한 외주의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연금특위와 공론화 논의에서, 연금개혁의 주요 이슈들은 다 사라지고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논의에 집중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기초연금의 장기적 방안, 특수직역연금 개혁 방안, 퇴직연금 역할 강화 방안 등 수반되는 다양한 이슈들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연금제도 개선을 위해 추가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공론화 논의 결과를 무시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되며,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국민들의 선택을 신뢰해 논의단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끝.

 

2024년 04월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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