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선거제도 개혁, 이제는 뜻을 모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

관리자
발행일 2023.04.04. 조회수 34510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3,4월호] [시사포커스(1)]

선거제도 개혁, 이제는 뜻을 모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


서휘원 선거제도개혁운동본부 팀장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

현재 경실련은 정치개혁의 제일 첫 번째 이슈로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고 있다. 현재 선거제도는 253석은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 방식을 통해 지역구에서 1등을 선출하고 있으며, 47석은 비례대표제 방식을 통해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비례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듯 다수대표제 방식을 통해 선출하는 방식은 영남, 호남 등 지역주의에 편승하고 있는 기득권 양당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해서 선출된 양당 출신 국회의원이 국가 정책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경실련은 작년 6월부터 정치개혁 TF를 가동, 정치개혁 5대 과제를 선정했다. 그중에 제일 첫 번째 이슈가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 때 기득권 거대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야합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시키고, 이도 모자라 선거제도 개혁 취지를 완전히 뒤엎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


경실련의 주장은 분명하다. 지역구에서 더 많은 표를 차지하는 후보를 선출하는 다수대표제 방식은 사표 발생, 불비례성의 문제로 인해 기득권 양당에 훨씬 유리하니,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방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득권 양당정치도 타파하고, 정치권의 정책대결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사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방식인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도,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기 위하여,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선출된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덜 가져가게 하고, 반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보다 더 적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한 정당은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실련이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례대표 의석 정수 확대이다. 사실 이러한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정수의 총량이 커야 한다. 비례대표제 방식을 부분 채택하여, 그 의석에 한정하여 정당들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게 하더라도, 그 의석의 총량, 즉, 파이가 적다면, 정당이 아무리 공정하게 파이를 배분한다 한들, 파이가 너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러한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순번까지도 정당에서 정하게 되어 있어서, 유권자들이 정당 투표 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하여 심판하고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 정당이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공천한다면야,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될 수 있을 테지만, 현재 기득권 양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공천하고 있는지 의문이 큰 상태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경실련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라", "기득권 양당에 유리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방식에 페널티를 주기 위하여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분을 연동시켜라", 그리고 "비례대표 의석 정수를 확대하라", "공천시스템 개혁하라"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구심점을 잃은 정개특위 논의

이렇듯 경실련의 주장은 뚜렷해졌지만, 그것과는 상이하게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더디고, 안개 속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작년 국회는 남인순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하여,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막기 위한 논의를 진척시켜왔다.


하지만 양당의 무관심, 정개특위 위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정개특위 논의는 개혁인지도 알 수 없는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제도는 바로 정당과 그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당장에 돌아오는 선거에서 적용받는 부분으로 정당의 당론 없이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을 펼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개특위가 논의가 진척되어 온 것은 바로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배분을 50%만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하고, 이도 모자로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기득권 양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의 페널티를 보지 않기 위하여 비례 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는 선거구획정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개특위에서 논의가 원칙없이 구심점을 잃다 보니, 개혁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안들이 개혁안으로 둔갑한 채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거론됐다. 정개특위가 지난 2월 6일 논의 끝에 합의안으로 발표한 것은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전면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다. 무엇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인지에 대한 원칙과 이에 대한 합의 없이 논의를 끌고 오다 보니, 비례성을 강화하고 기득권 양당 체제에 대한 개혁과는 전혀 무관한 안들이 개혁안으로 둔갑을 한 것이다. 또한 위성정당만 방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안일한 생각도 작용하였다.


대표적으로, 소선거구제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안은 총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배분하는 방식을 포기한 것으로, 47석을 제외한 253석을 모두 기득권 양당이 독차지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밖에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에 불과하여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살리기 어려운데, 비례대표 의석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자는 논의도 없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정당의 입장 없음 속에 숨겨진 복잡한 셈법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3월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 참석을 확정했다. 그동안 정개특위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상대 지도부에 대한 공격과 정쟁에 몰두하며,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방관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여야의 합의는 반가운 측면도 있었다.


그동안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전이었기 때문에 지도부가 정해지지 않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견해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아 왔다. 이러한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나서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힘이 실리기도 하였으나,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당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중단되었다.


현재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뾰족한 견해를 밝히지 않아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성을 증대시키는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한 바 있고, 준연동형 선거제도로 후퇴시키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이번 선거 이후로 연동률을 확대해가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연동형을 유지하겠다", 그리고 "위성정당은 창당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간명하게 내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대선거구제 등을 대안으로 내놓으며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왔다.


정의당 역시 입장이 모호하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선거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준연동형 선거제도로의 후퇴와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지 못한 책임론을 의식한 탓일까. 소수 정당이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그러한 주장을 한다고 하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서 지역구에서 2~4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도 수용하겠다는 정의당의 입장은 순수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제는 뜻을 모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이지 않나!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이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직전 이뤄진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섰던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공론화가 중요하다, 아직 정당들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칙과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사회단체대로 어떤 선거제도 개혁이 올바른 방향인지,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방향인지를 제시하면 된다. 그것이 정치권을 견인하고, 압박하는 것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선거제도 개편안은 무엇이 옳다고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수결주의 방식의 국가 운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양당제와 그를 통한 책임정치 구현을 강조한다. 양당제는 주로 소선거구제 방식에서 출현하기 쉬우므로 이쪽에서는 소선거구제 선출방식을 지지한다. 반대로, 합의제 주의 방식의 국가 운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당제와 이를 통한 협치를 강조한다. 다당제는 주로 비례대표제 방식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따라서 정치권 역시 어떤 선거제도를 선호하는지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위하여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위해 양보하고 협상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어떻게 국민이 좀 더 기득권 양당정치를 타파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선거제도 개혁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정개특위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2%이고, 선거제 개편 필요성의 이유로 다양성 반영 29%, 정책 국회로 발전이 23%, 대결 정치 해소가 21%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요구가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이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