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담 원칙 및 책임추궁 없는 추가적 공적자금투입을 반대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0.02.16. 조회수 2555
경제

대우사태 초기부터 경실련은 제2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대응하여야 하며, 특히 당국은 그 처리과정을 신속하고도 정교히 해야한다는 점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 파장을 극소화시키는 것만이 제2의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우 사태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사회적 혼란 속에 중요한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이 문제의 해법으로 ‘손익분담 원칙’을 확고히 세우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손익분담 원칙이란 자기행동에 관한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겨서는 안되며 자기책임 하에서 손실과 이익을 부담해야한다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즉 대우 사태로 발생한 손실은 업계 내에서 자체 해결되어져야 하며, 아울러 이와 유사한 국가적 사안 및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만 한다.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소수의 잘못을 전체국민에게로 그 부담을 전가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실련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구체적으로 다음의 방안이 시행되어지기를 촉구한다. 
 
첫째, 김우중 회장과 그룹 관련 경영의사 결정자들은 형사상 책임은 물론 민사적으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김 회장만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단 및 임원진은 배제시킨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나머지 사장단 및 임원진도 엄중하게 그 책임이 물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동경영인으로서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며 단순히 현직 퇴진만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 빚은 사재를 담보로 책임을 지면서 일반 대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거둬들인 자금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도 수용할 수 없다.


둘째, 은행의 도덕적 해이도 짚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기업에 무분별하게 대출한 은행권의 책임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과연 공적자금 64조원의 국민적 도움으로 회생한 은행들이 자신의 할 일을 다했는지, 특히 부실대출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아직도 그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대우나 삼성의 부채처리 과정에서 보고 있다. 은행도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금융기관의 무책임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는커녕 이를 국민세금으로 정리해 주는 형식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낡은 관행은 결단코 정리되어져야 하며, 만사를 공적자금 투입으로 해결하려는 발상과 이를 추종하는 인사들은 관행과 함께 사라져야한다.


셋째, 투신사 및 채권에 투자하여 고객에게 손실을 끼친 기관투자가들은 대우관련 채권의 등급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원칙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이를 철저히 지켜온 집단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수익을 제시하였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투기등급의 채권을 대량 매입하였다. 대마불사 신화를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채권을 매입하였던 이들의 무책임한 투자판단에 대해서도 당국은 그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이러한 투자판단을 한 관련자들은 업계에서 마땅히 퇴출 되어야 하며, 아울러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끼친 금전적인 손실부분은 이들과 함께 회사가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넷째, 증권사 역시 자기계열 투신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그리고 판매수수료 및 이익을 얻기 위해, 일반 투자자에게 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판매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단기 금융상품을 수익률경쟁에 의해, 그리고 목전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불량품을 팔아 버린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방식을 맹종하고 답습한 금융기관 임직원들도 책임을 지고 퇴출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투신사의 공사채 수익증권은 투자실적 배당상품이다. 투자수익은 투자자의 몫이다.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원칙이다. 따라서 투자에 따른 손실도 투자자의 몫이다. 이 당연한 원칙이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손실은 투자자가 당연히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손실을 부담하고 책임져야 할 또 한 부류가 있다. 다름 아닌 각 감독기관의 관련자들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게 바뀌어도 그것을 실행하는 운용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여전히 감독기관에는 외환위기 당시 그렇게 강력하게 감독체계, 감독시스템 문제를 외쳐대었던 그 사람들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대우사태를 통해 이들의 감독 태만과 소홀을 짚어야 하며, 관련된 자들은 퇴출 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구조조정의 열매를 가장 크게 취한 부류는 역시 경제적 가진 자들이다. 경제위기 이후 가장 먼저 질곡의 터널을 빠져 나온 업종은 금융계이고, 53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굴리고 있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이다. 상반기 금융계의 흑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경제위기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금융산업종사자의 평균적인 임금 및 복리후생 수준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이상의 모든 관련된 자들은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들을 위해서 또 다시 국민 전체를 희생시키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면 “손실의 사회화”를 완전히 고착시켜 주는 것이다. 잘못은 있고 책임지는 자 없는 한심한 나라로 만들어 가는 현재의 정책결정자 들을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하고도 정작 그 책임을 국민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을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시장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이제 당국은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그 책임을 묻는 일을 시작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형법 그리고 경제관련 법률 체계를 재정비 또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우리 경제가 법과 제도로서 운영되는 사회를 이룩하도록 해야 한다.


199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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